[손수석의 통상이야기] ‘한-GCC(걸프협력이사회) FTA’의 의미와 향후 전망
[손수석의 통상이야기] ‘한-GCC(걸프협력이사회) FTA’의 의미와 향후 전망
  • 승인 2024.01.17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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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수석 경일대학교 국제통상학전공 교수
한국은 작년(2023년) 12월 28일에 사우디, 아랍에미레이트(UAE), 카타르, 오만, 바레인, 쿠웨이트 등 6개 중동 국가로 구성된 걸프협력이사회(이하 GCC)와 FTA를 체결했다. 이를 통해 한국은 중동 지역의 거대 경제 공동체인 GCC와의 교역 및 협력 관계를 더욱 강화할 수 있는 제도적 틀을 마련하게 됐다. 2022년 기준 GCC 6개국의 합계 국내총생산(GDP)은 세계 9위이다. 지금까지 한국은 2002년 10월 칠레와 FTA를 체결한 이래 주요 통상 60개 국가와 24개의 FTA를 체결하여 21개의 FTA(59개국)가 발효됐다. 이번에 GCC 6개국과 체결한 한-GCC FTA는 25번째 FTA이다. 이로써 한국은 66개의 세계 주요 통상 국가와 글로벌 FTA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FTA 허브 국가로서의 위상이 더욱 강화되게 됐다.

지금까지 GCC는 싱가포르 및 유럽자유무역연합(EFTA)과 FTA를 체결했다. 그래서 한-GCC FTA는 GCC의 세 번째 FTA이며, 제조업이 주력인 국가와는 처음 맺는 FTA이다. 현재 중동 시장에서 주요 경합국인 영국, 일본, 중국이 GCC와 FTA 협상을 진행 중이다. 이처럼 한국이 주요 경합국보다 먼저 ‘오일 머니’ 기반의 거대 중동 시장과 FTA를 체결하여, 향후 자동차 및 방산 관련 기업들의 수출 경쟁력이 더욱 강화될 뿐만 아니라 석유, 가스 등 에너지 자원의 안정적인 확보 기반이 구축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GCC 간 교역액은 1천26억 달러로 중국, 미국, 아세안, EU에 이어 우리의 5번째 교역 파트너이다. 2022년 한국의 對GCC 6개국 수출액은 103억 달러(13조 원)이며, 주요 수출품은 승용차, 무기류, 자동차부품, 선박 등이다. 수입액은 923억 달러이며, 그중 대부분인 97%가 석유, 천연가스, 알루미늄 등 에너지 및 자원 품목이다. 향후 한-GCC FTA가 발효되면, 품목 수 기준 한국은 89.9%의 관세를, GCC는 76.4%(약 6천개 품목)의 관세를 20년 안에 철폐한다. 여기에 더해 GCC 측은 對한국 수입 품목의 4.1%에 대한 관세를 인하한다.

구체적으로 GCC 국가는 내연기관 자동차(5~20년 철폐), 자동차 부품(10~20년 철폐), 기계류(즉시~20년 철폐), 무기류(즉시~20년 철폐) 등 한국의 주력 수출품에 부과하던 5%의 관세를 최장 20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철폐한다. 무기류 중 로켓 발사기는 5년, 미사일, 탄약, 포, 전차, 장갑차 등은 20년 안에 대부분 관세가 철폐된다. 또한, 의료기기, 화장품 등 K뷰티 품목의 관세도 감축되고, 쇠고기, 참깨, 조미김 등의 관세가 철폐된다.

한국은 액화천연가스(LNG: 3% 관세, 15년 철폐), 액화석유가스(LPG: 3% 관세, 5년 철폐), 중유, 벙커C유 등 일부 석유제품(3∼8% 관세, 10∼15년 철폐), 알루미늄 제품(1∼8% 관세, 즉시∼15년 철폐) 등 GCC의 주력 수출품에 대한 관세를 단계적으로 철폐한다. 그리고 對GCC 전체 수입액 중 10.2%를 차지하는 나프타는 FTA 발효 즉시 0.5%인 관세를 50% 인하한다. 다만 금액 기준으로는 수출·수입액의 20% 정도로 낮은 수준의 개방이라는 점은 한계로 지적되며, 對GCC 수입액의 68%를 차지하는 원유는 양측 간 양허 균형을 맞추기 위해 관세 철폐 대상에서 제외됐다.

서비스 분야에서는 GCC 주요국의 영화·비디오 배급 서비스, 의료 서비스 등이 한국에 개방되며, 우리 국민의 업무 목적의 GCC 국가 입국 및 체류 조건도 개선된다. GCC 농·수·축산물 중 대추야자, 홍차 등 국내 생산이 없는 품목의 관세를 철폐해 국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했다. 그리고 한-GCC FTA는 에너지·자원, 바이오 경제, 첨단산업, 스마트팜, 보건 산업, 시청각 서비스 등 6개 분야의 협력을 강화하는 내용의 개별 부속서도 채택했다.

따라서 한-GCC FTA 체결로 인해 상품과 서비스 교역의 증가 외에 안정적인 공급망 구축을 포함해 다방면의 협력 확대가 기대된다. 무엇보다 미국, EU, 중국, 일본 등에 비해 거대한 중동 시장을 선점하면서 新 중동 붐을 확산시키는 결정적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세계 무기 수입 상위 10개국 중 사우디와 카타르가 각각 2위와 3위를 차지할 정도로 중동 국가들의 방산 수요가 높은 만큼 GCC 측의 무기류 관세 철폐로 향후 ‘K-방산’의 중동 수출이 더욱 상승세를 탈 것으로 전망된다.

‘K-뷰티’ 및 ‘K-푸드’ 품목에 대한 GCC 측의 관세 철폐·인하로 향후 관련 품목의 중동 수출도 더욱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에너지 안보의 중요성이 날로 커지는 상황에서 우리가 석유, 천연가스 등 에너지 수입을 크게 의존하고 있는 GCC와의 FTA 체결은 에너지 자원의 안정적 확보로 에너지 안보를 강화하고, GCC 6개국과의 공급망이 확대·발전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주요 에너지·자원 품목의 관세 철폐·인하는 향후 이들 제품을 원자재로 활용하는 우리 기업들의 경쟁력 강화로도 이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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