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청년입니다] 고령 농촌신활력플러스사업추진단 허환성 사무국장 “테마형 커뮤니티 디자인으로 농촌 공동체 활성화”
[나는 청년입니다] 고령 농촌신활력플러스사업추진단 허환성 사무국장 “테마형 커뮤니티 디자인으로 농촌 공동체 활성화”
  • 윤덕우
  • 승인 2024.01.23 2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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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체성 표현할 수 있다면
청년들은 지역에 정착할 것
커뮤니티 활성화가 해결책”
농촌신활력플러스사업 추진단
협동조합 등 사업 추진 그룹에
지속가능한 공동체 성장 지원
“좋은 사회는 인적자원에 투자
고령에 대한 풍부한 지식 바탕
지역민 잇고 문제 해결책 제시”
허환성2
고령군신활력플러스추진단을 통해 육성된 공동체들이 함께 플리마켓 진행을 하고 있다.

△고령군의 숨은 보배

고성장 시대와 견줘 현재는 성장의 막이 내려가고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 사회는 이 현실을 직시하며 새로운 도전에 맞서야 한다. 지속 가능한 발전, 기술 혁신, 인구 구조 변화, 환경 보호 및 기후 변화 대응 등이 주요 도전 과제다. 이에 경제 성장에만 초점을 맞춘 정책은 더 이상 효과적이지 않다. 향후 정책은 지역사회 구성원의 삶의 질 향상과 사회적, 환경적 책임을 고려한 균형 잡힌 접근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교육, 혁신, 포용적 정책이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 이 변화를 위해서는 국가와 사회의 적극적인 참여와 협력이 필수적이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인구 감소 문제는 정부에서 발표한 몇몇 통계에 국한되어 특정 지역의 문제로만 여겨졌다. 그러나 현재는 인구 감소 문제로부터 자유로운 지역이 없을 만큼 심각한 상태로 치닫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이것은 국가의 명운이 달린 문제로까지 부상하였다.

인구 3만 명 선을 유지하고 있는 경북 고령군은 인구감소의 심각성을 다른 지역보다 더 빠르게 체감한 지역이다. 빠르게 체감한 만큼 인구감소 문제로 야기되는 다양한 문제상황을 슬기롭게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을 오랫동안 깊이 있게 고민한 지역이기도 하다. 고령군의 대표적인 문제상황으로는 노동력 부족, 경제성장 둔화, 복지 부담 증가 등이 그 예이다. 고령군의 문제상황은 더 이상 고령군만의 문제가 아니다. 필자가 고령군에서 발견한 흥미로운 점은 지역사회 문제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주체이다. 고령군에는 지역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한 지역의 청년들이 지역 실정에 적합한 경제 및 사회 시스템의 재구축 방법을 직접 모색해 나가고 있었다. 그들은 현재의 문제 상황이 특정 세대가 만들어 낸 문제라는 이분법적 사고를 거부하고 있었다. 또한 그들은 지역사회 문제를 불평하지 않고 직접 해결해 나가는 것이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말하며 여러 가지 시도를 감행하고 있었다. 그들은 장기적 관점과 지속 가능한 접근 방식을 집요하리만큼 깊이 있게 고민하고 있었다. 그 중심에는 허환성 사무국장(고령군 신활력플러스사업추진단)이 있다.

△테마형 커뮤니티디자인을 통한 농촌 공동체 활성화를 기획하다

과거 농촌은 하나의 가족 단위만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작업량이 많았다. 이 때문에 농민들은 서로 협력할 수밖에 없었으며, 많은 협동작업으로 인해 공동체 의식이 자연스럽게 강화되었다. 그러나 오늘날 농촌사회는 달라졌다. 선진화된 농기계의 보급과 경제 논리에 입각한 다양한 변화로 인해, 농촌의 인력 수급 방식 역시 크게 달라졌기 때문이다. 안타깝게도 범국가적 인구 문제와 맞물려 대부분의 인력 수급은 외국인 노동자에게 의존하고 있다. 농촌의 인력 부족 문제가 인구 감소 때문인지, 아니면 다른 사회적 문제 때문인지는 명확하지 않다. 어찌 되었든 현재 외국인 노동자들은 농촌의 핵심 인력으로 자리 잡았다. 여기서 중요한 문제는 이들이 농촌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역할을 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이들이 농촌사회의 구성원으로 성장할 가능성은 분명 있지만, 극복해야 할 문화적 차이, 배우고 익혀야 하는 규범, 그리고 자국민으로 인정받기 위한 이민 절차 등 많은 과제들이 산재해 있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이 과제들이 특정 주체의 노력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점이다. 우리 사회의 구성원이 되고자 하는 외국인들과 자국민 간의 합의된 노력이 필요하다. 즉, 현재 상황에서 농촌사회가 직면한 여러 가지 문제의 해결 주체는 대한민국 국민뿐이다. 고령군 신활력플러스사업추진단에서 만난 허환성 사무국장은 ‘테마형 커뮤니티디자인을 통해 농촌 공동체는 활성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지역에 자신의 역할이 분명하고, 자신의 정체성을 표현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청년들이 지역을 마다할 이유는 없죠. 저는 지역에서 청년들이 할 수 있는 일은 무궁무진하다고 생각해요. 다만 그것을 발견할 수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라고 생각합니다. 청년의 일은 테마형 커뮤니티를 활성화시키면서 만들어질 수 있다고 봅니다. 저희 사업단에서는 이런 커뮤니티를 액션그룹이라고 칭하고 있죠.”

농촌신활력플러스사업은 2010년 이후 일반농산어촌 123개 시군을 대상으로 공모를 통해 100개 시군을 지원하는 것을 목표로 만들어진 정부 사업이다. 이 사업은 말 그대로 농촌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배가시키는 것으로 그 매개고리를 ‘사람과 조직’에 두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결국 사업 종료 시 지역발전을 고민하고 전략을 구상, 실천하는 사람(조직)이 남아 활동을 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 농촌사회의 자립적, 지속적 성장이 가능하도록 한다는데 목적을 두고 있다. 이 사업의 성패를 가르는 핵심적 조직이 액션그룹이다. 액션그룹은 동일한 목표를 가진 지역의 이해관계자(개인, 공동체, 협동조합, 법인 등)로 구성되며, 공동 사업 추진을 통해 성장가능성과 지속가능성을 추구해야 한다. 여기에서 허 국장은 액션그룹을 선발·관리하며 테마형 커뮤니티로 성장할 수 있도록 디자인하고 있는 기획자로서 역할을 하고 있다.

“지역사회에 건강한 공동체가 많아질수록 지역의 가능성은 커진다고 생각합니다. 지역에 사람이 적다고 해서 공동체가 만들어질 수 없는 건 아니라는 것을 고령에서 증명해 보이고 싶었어요. 양이 아닌 질로도 충분한 가능성을 보여줄 수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로컬크리에이터로서 다양한 도전과 시행착오 경험이 지역사회에서의 자신의 역할을 일깨워줌

필자와 허 국장의 인연은 7년 전인 201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허 국장은 지역의 로컬크리에이터로 성장하고자 도시청년시골파견제를 통해 지역살이를 시작하게 되었다. 그는 대구와 경계를 맞대고 있는 고령 지역의 이점을 살려 다양한 문화·관광·서비스 사업에 도전해 왔다. 웨딩 사업, 펫 사업, F&B 사업, 스마트팜 사업 등 그 분야도 다양했다. 성공이라고 표현할만한 성과도 이루었지만 뼈아픈 시행착오도 많았다고 회상했다.

“지역에서의 도전은 저에게 다양한 시행착오를 선물해 줬어요. 혹자들은 시행착오의 시간들을 실패라고 표현할지 몰라요. 하지만 저는 저의 경험치뿐만 아니라 지역의 경험치를 쌓아 올린 귀한 시간들이었다고 표현하고 있어요.”

허 국장은 지역에서의 다양한 경험이 쌓일수록 자신의 정체성은 다른 사람들에게 ‘귀감’을 줄 수 있는 일에서 찾게 되었다고 말했다.

“저는 지난 7년간 제가 기업가 마인드보다는 활동가 마인드가 더 크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아마도 오랜 군 생활 때문인지, 개인적인 문제보다는 타인과 공동체의 문제가 먼저 눈에 띄었고, 그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는 제 자신을 발견했습니다. 그 모습이 너무나 행복해 보였어요, 제가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볼 때 말이죠. 이 경험을 바탕으로, 제가 겪은 시행착오를 지역사회의 자산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돕는 포지션에서 제 역할을 찾게 되었습니다. 그것이 바로 신활력플러스 사업단입니다. 지역에 정착한 지 꼬박 7년 만에, 저는 진정으로 제 자리를 찾은 것 같습니다.”

△지역에서 만들어지는 여러 장면에 선한 영향력을 전파하는 가교 역할을 해 나갈 계획

허 국장은 청년들이 지역에서 역할과 정체성을 찾아나가는데 가장 중요한 인프라는 지역인적자원(지역사람)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람을 귀하게 여기는 문화야말로 지역사회가 더 건강한 사회로 발전할 수 있는 지름길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사람을 귀하게 여기는 주체 또한 사람이기 때문에 개개인이 소속될 수 있는 커뮤니티의 디자인은 자신의 소명이라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저는 올해 서른일곱이 되었습니다. 지역에서 보낸 시간이 제 나이에 비해 풍부한 경험을 선사했다고 생각해요. 그 덕분에 지역의 필요를 다른 이들보다 빠르게 파악하는 능력이 생긴 것 같습니다. 거창한 꿈은 없지만, 나이, 국적, 성별에 관계없이 지역에서 경험을 쌓고자 하는 이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어요. 그들의 시간이 가치 있게 될 수 있도록 말이죠. 구체적으로는 지역 사람들 사이의 연결고리 역할을 하고 싶다는 생가입니다. 제가 꿈을 실현해나간다면 우리 지역의 공동체는 자연스럽게 다양하고 건강해질 것이라 믿습니다.”

그러면서 허 국장은 지역사회의 문제가 단순히 특정 지역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는 소신을 밝혔다. “제 좌우명은 ‘시작은 미약하지만 끝은 창대하리라’입니다. 지역 곳곳에는 다양한 문제가 숨어 있죠. 문제로 인식하면 해결해야 할 것들이 끝없이 나타나요. 우리 지역의 문제가 전국적, 심지어 전 세계적 문제일 가능성도 큽니다. 중요한 것은 누가 그 문제를 먼저 발견하고, 어떤 해결책을 제시하며, 그것을 실천하는가입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지역에는 다양한 역할과 기회가 숨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누군가 고령군에서 꿈을 펼친다면, 저는 지역에 대한 풍부한 지식을 바탕으로 그들을 돕는 가교 역할을 하고자 합니다.”

고령군에서 지역사회 문제를 바탕으로 한 테마형 커뮤니티를 디자인하고 확산시키는 허환성 국장은 우리 사회가 직면한 여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새로운 형태의 혁신가로서 활약하고 있다.
 

 
이미나 (청년활동연구가/ 교육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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