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호 경영칼럼] 조금 느리게, 그리고 따뜻하게
[박명호 경영칼럼] 조금 느리게, 그리고 따뜻하게
  • 승인 2024.01.28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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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명호 계명대학교 석좌교수, 전 계명문화대학교 총장
새해도 어느새 한 달, 올 한해 이루려던 소원과 꿈들을 다시 생각해 볼 때다. 우리는 늘 행복이란 파랑새를 잡으려는 꿈을 꾼다. 그러나 사실 행복의 실체는 애매모호하다. 욕망에는 한계가 없어 끝없이 결핍을 느낀다. 또 남들과의 비교에 집착하면서 자존감이 상하고, 그것은 불만족과 스트레스로 이어져 불행을 느낀다. 그래도 여전히 행복을 꿈꾼다. 국가도 국민의 행복을 위해 존재한다. 유엔의 ‘세계행복보고서 2023’ 서문의 “국가의 성공은 국민 행복도에 의해 평가되어야 한다”라는 말에 적극 찬동한다.

우리 국민은 별로 행복하지 않은 것 같다. 세계적 마케팅 조사기관인 입소스가 발표한 ‘글로벌 해피니스 2023’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 중 행복하다는 응답자 비중은 57%로 조사 대상 32개국 중 31위를 기록했다. ‘세계행복보고서 2023’에서도 우리나라는 행복도 종합평가에서 OECD 회원국 중 최하위권인 57위를 차지했다고 한다. 치열한 경쟁에 내몰려 극단의 스트레스와 좌절감 그리고 열패감으로 행복감이 떨어진 결과다. 미래에 대한 불안과 비관, 이웃과 사회에 대한 신뢰 추락, 공동체로서 유기적 연결성이 심하게 훼손된 것으로 나타났다.

그래선지 새해 벽두부터 민생과 미래세대의 행복을 위한 방안을 마련하려는 정부의 적극적인 노력이 시작되었다. 1월 한 달 동안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 토론회’를 벌써 여섯 차례나 열었다. 새해 첫날 신년사에서도 윤석열 대통령은 민생의 어려움을 사과하며 민생 회복을 다짐했다. 민생 회복이 국민 행복으로 직결된다는 듯이 민생이란 단어를 무려 아홉 번이나 외쳤다. 그런 절박함으로 1월 4일 대통령이 직접 토론회를 주재하면서 민생 밀착형 경제 정책 방향을 설명하였다. 이어서 주택, 반도체산업, 상생 금융, 생활 규제, 교통개선 등 민생과 직결된 경제 이슈들을 심도 있게 다루었다.

토론회에 함께한 사람들이 제시한 여러 가지 절박한 제안들이 경제 정책에 제대로 녹여져서 실천되기를 기대한다. 그러나 민생 회복을 위한 묘수가 나올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경제문제란 대부분 단시일에 해결되는 것이 아니며, 특히 정책의 실행 효과는 시간을 두고 서서히 나타나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서도 모두가 민생을 외치며 올바른 해결책을 바라고 있다. 하지만 바람직한 민생 경제 정책이 제시되더라도 그것들이 제대로 실천될 수 있을지 심히 염려된다. 다가오는 4월 총선을 앞두고 정치 이슈라는 블랙홀에 모든 뉴스가 빨려 들어가는 정국 속에서 정작 우리 국민의 생활과 생계 문제가 외면되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어서다.

국민의 목소리를 현장에서 듣고 애로사항을 파악하는 것은 매우 좋은 방법이다. ‘우문현답’ 곧 ‘우리의 문제는 현장에 답이 있기’ 때문이다. 어떤 방법으로든지 우리 경제의 현재 모습을 정확히 진단하고 제대로 된 처방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 무엇보다 서민 경제의 심각한 어려움을 시급히 해결해야 한다. 그래야 국민이 행복하게 된다. 윤 대통령도 “신속하게 문제를 해결하고, 답을 내겠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시급하다고 서둘러서는 일을 그르치기 십상이다. ‘빠름’은 좋은 것처럼 보이지만 문제 해결을 위한 올바른 방식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동안 우리 사회는 ‘빠름’을 미덕으로 여기며 눈부신 경제성장을 이루었다. ‘빠름’은 이미 우리 문화로 자리 잡았다. 오죽하면 “인내를 주소서. 지금 당장!”이라고 기도한다지 않는가. 그러나 ‘빨리빨리’ 문화는 더 이상 유효하지도 바람직하지도 않다. 기본과 원칙을 무시한 속도전은 돌이킬 수 없는 실수와 불행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느리다고 결코 뒤처지는 것이 아니다. 비록 느리더라도 올바른 방향과 과업을 잘 살펴서 제대로 실천해야 성공할 수 있다. 따라서 인내를 가지고 변화의 실체를 파악하고 대처하려는 정신과 자세가 바람직하다.

기업도 사람의 행복을 위해 존재한다. 성공하려면 당연히 변해야 한다. 기업 환경이 끊임없이 빠르게 변하기 때문이다. ‘판타 레이(Panta rhei)’는 ‘모든 것은 흐른다’, 즉 변화한다는 사실 자체를 제외하고는 세상의 모든 것이 변화한다는 것을 강조한 고대 그리스 철학자 헤라클레이토스의 사상이다. 그가 말한 대로 누구도 ‘같은 강물에 두 번 들어갈 수는 없다.’ 강물은 흐르면서 변화하고, 비록 흐르지 않더라도 다시 들어간 나는 이미 변했기 때문이란다.

누구라도 변화의 실체를 여유를 가지고 정확히 파악하고 철저히 대응해야 성공한다. 국가가 튼튼한 경제를 이루어 국민을 행복하게 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아인슈타인 박사는 성공(s)의 비결을 s=x+y+z로 설명했다. x는 말을 많이 하지 말 것, y는 생활을 즐길 것, z는 한가한 시간을 가지라는 뜻이다. 이것은 행복의 비결이기도 하다. 조금 느리게, 그리고 따뜻하게 사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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