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원화랑, 권대섭 달항아리 도자·양성훈 달항아리 그림 전시
동원화랑, 권대섭 달항아리 도자·양성훈 달항아리 그림 전시
  • 황인옥
  • 승인 2024.01.30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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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색·원형의 고졸한 형태는 무욕의 세계 ‘정토’
◇권대섭 도자
도예가 역량 너머 기운들 협공
수많은 역경·고난 이겨낸 신물
◇양성훈 그림
수없는 사포질·붓질 통해 탄생
둥근 형태·흰빛보다 기운 표현
 

 

권대섭작-달항아리
권대섭 작 달항아리

두둥실 둥근 보름달이 하늘 위에 걸렸나 싶은데, 고개를 돌리면 땅 위에도 내려 앉아 있다. 오묘한 백색과 원형의 고졸함이 주는 흥취가 견줄 것이 없다. 마냥 바라보고 있으면 도깨비 자루 썩는 줄 모르고 빠져든다. 동원 화랑에 전시된 권대섭의 달항아리 도자와 양성훈의 달항아리 그림이다. 수많은 예술 작품 중에서 예측 불가능성이 가장 높은 분야를 꼽자면 도자다. 재료인 흙에서부터 가마 속 불의 역할까지, 도예가의 역량 너머에서 완벽하게 제어할 수 없는 기운들의 협공이 있어야 깊고 그윽하며 오묘하기까지 한 도자를 얻을 수 있다. 세상에 빛을 본 도자는 수많은 역경과 난관을 이겨낸 신물(神物)인 것이다.

도자 예술 중에서도 백미는 달항아리다. 달항아리에 대한 수많은 예찬들이 그것을 증명한다. 김환기 화백은 “나의 그림은 항아리의 영혼이다. 백자 달항아리가 여전히 항아리를 그리고 있는데,이러다간 종생 항아리 귀신이 될 것만 같다”는 행복한 비명을 질렀고, 근대 화단의 대표적인 작가 중에서 항아리를 즐겨 그리던 도상봉 화백은 자신의 호를 도천(陶泉)으로 지었다.

그뿐인가? 영국인 도예가 버나드 리치는 1935년 한국을 방문 했다가 조선의 달항아리를 수집해 가며 “나는 행복을 안고 간다”라는 말을 남기며 달항아리 사랑을 숨기지 않았고, 파란 눈의 서양 소설가 ‘알랭 드 보통’은 저서 ‘영혼의 미술관’에서 한국의 백자 달항아리를 예찬하며 겸손의 미덕을 이야기했다.

양성훈작
양성훈 작 ‘Memory’

 


달항아리 예찬은 끝이 없지만 특히 백자 달항아리의 너른 품과 그윽한 자태는 이 세상 아름다움을 넘어선다. 오직 백색과 원형에 가까운 고졸한 형태는 청정한 무욕(無慾)의 세계인 ‘정토(淨土)’에 비견할 만 하다. 이번 전시에 참여한 도예가 권대섭이 달항아리를 바라보는 시선도 다르지 않다. 그는 “달항아리는 완벽한 추상”이라며 언어를 넘어서는 달항아리의 아름다움을 이야기했다. 흙으로 형태를 빚고, 가마에 불을 지피며 그는 간절하게 “귀신이 곡할 항아리를 기다”리다 마침내 가마가 열리면 탄성을 지른다. 그의 탄성으로 탄생한 달항아리들이 동원화랑에 소개되고 있다.

권대섭이 손과 불로 달항아리를 빚었다면, 양성훈은 수없이 반복되는 사포질과 켜켜이 쌓이는 수많은 붓질로 달항아리를 탄생시킨다. 그가 달항아리에 붓끝으로 전달하는 메시지는 기운이다. 무기교의 둥근 형태나 오묘한 흰빛 자체보다 형태와 색이 어우러진 분위기, 즉 기운(氣運)을 표현하는데 집중한다.고졸한 형태에 담아낸 여유, 부정형의 정형이 전하는 소박한 품격, 모든 것을 품어 앉는 그윽한 순백으로 대변되는 한국 미학의 극치가 그의 붓끝에서 캔버스로 치환되는 것이다. 전시는 2월 8일까지.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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