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청년입니다] 홍순례 플로렌스케어 대표 “지자체서 임신 관련 교육기관 만들어 운영해야”
[나는 청년입니다] 홍순례 플로렌스케어 대표 “지자체서 임신 관련 교육기관 만들어 운영해야”
  • 윤덕우
  • 승인 2024.02.06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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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쁨과 사랑이 출산 보상이다?
연예인들도 육아 우울감 호소
청년은 설득 안되고 불안 가중
현재 공공산후조리원 한계 있어
부부가 원할 때 서비스 제공해야
임산부건강놀이터 운영 추진을
온라인엔 파편적 경험만 가득
전문가 부재로 가짜뉴스 넘쳐
적시에 맞춤정보 제공될 필요

홍순례 대표
2023년 하반기 대구 수성구보건소에서 예비엄마아빠 교육을 하고 있는 홍순례 대표.

 

새해가 시작되면서 저출생 위기와 관련 보도가 잇따라 발표되고 있다. 저출생 위기는 국가 미래에 대한 심각한 경고이다. 경상북도는 전국 최초로 저출생 대응을 위한 전쟁을 선포하였고, 대구경북 청년리더 커뮤니티인 ‘대구경북청년회(회장 양재필)’는 1월 27일에 청년정책포럼을 열어 저출생 문제 대응을 위한 행동에 나섰다. 전쟁의 서막이 올랐다고 볼 수 있는 상황이다. ‘나는 청년입니다’ 에서는 저출생 문제 해결을 위해 앞장서는 지역 스타트업 대표 4인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이들은 임신, 출산, 육아, 여성의 마음 돌봄을 비즈니스 모델로 삼아 실질적인 대안을 모색해 나가고 있다.

(편집자주)

△청년들이 감당해야 할 무게를 경감시켜 주기 위해 노력하는 홍순례 대표

일곱 살 딸을 양육 중인 필자는 둘째 계획에 대한 질문에 종종 “글세요”라고 답한다. 이 대답은 많은 부모들이 사용하는 표준 대답일지 모른다. “글세요”라는 대답 안에는 ‘네’나 ‘아니요’로 단순화할 수 없는 다양한 고민과 사정이 담겨 있다. 첫째 아이를 양육해본 터라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다’는 말의 의미를 알고 있기에 ‘아니오’라는 대답은 안 나온다. 그렇다고 ‘네’라고 대답하기에는 현실의 벽이 너무나 높다. 일반화에 오류가 다소 포함된 필자의 주장이기는 하지만 첫째를 낳아 양육한 경험을 가진 부부들의 상당수는 둘째를 낳고 싶어 하나 낳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체감하고 있는 요즘이다.

이 시점에서 우리가 다시 재고해야 할 중요한 점은 부부가 부모로서 ‘감당해야 할 무게’이다. 이 무게를 사회시스템이 경감시켜 줄 수 있는 있느냐의 문제를 포함하여 어떤 접근방식을 취해야 현재의 문제를 원만히 해결할 수 있을지 말이다. 그동안 우리 사회는 이 문제의 해법을 찾기 위해 각계각층의 전문가뿐만 아니라 출산이 가능한 당사자 집단(청년)과 광범위한 생각을 나눴다. 그리고 다양한 정책적 실험을 이어 나갔다. 그러나 우리 사회가 받아 들게 된 결과는 처참함 그 자체였다. 그래서 ‘나는 청년입니다’에서는 ‘요즘 엄마들’의 비빌언덕이자 ‘찐 전문가 언니’로 유명한 조산사 홍순례 대표(플로렌스케어)를 조명하여 새로운 해결 방안을 탐색했다.

조산사란 조산소, 가정, 산부인과 등에서 산모의 임신, 분만, 산후 처치를 보조하고 정상 분만을 유도하며 신생아 및 산전·후의 산모를 간호하는 자를 의미한다. 조산사가 되기 위한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 간호사 면허를 취득하고 보건복지부장관이 인정하는 의료기관에서 1년간 조산수습과정을 마치거나, 보건복지부 장관이 인정하는 외국의 조산사 면허를 취득하고 조산사 국가시험에 합격한 후 보건복지부 장관의 면허를 취득하면 된다. 홍 대표는 저출생으로 조산사의 역할이 축소되는 상황에서도 조산사로서 활동 범위를 넓혀가고 있는 인물로 명성이 자자하다. 홍 대표는 뱃속 아기와 관련된 사회적 관계망을 분석해 출산을 준비하는 이들의 태도와 마음가짐을 교육하고, 행복한 임신, 출산, 양육 방법을 제공하는 것을 소명으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출산과 양육 과정에서 가족 간에 마음의 상처를 주고받는 일은 흔한 일입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아기와 산모를 돌보는 모든 사람들이 임신·출산·육아 교육에 함께 참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수년간 가족 단위 교육을 자체 개발하여 진행해 왔습니다. 그 과정에서 과거 자신의 출산과 양육 경험을 회상하며 당시의 무지를 인정하는 여성(조모)들을 종종 마주하곤 합니다. 이분들은 딸이나 며느리의 출산 교육에 함께 참여하며 자신들이 과거에 경험한 심리적, 육체적 고통이 치유되는 듯한 경험을 하게 되었다고 말합니다. 이 경우, 가족 내 과거의 상처가 대물림 되는 일은 줄어들게 되죠. 저는 출산과 양육이 부부가 부모로서 성장하는 과정이기도 하지만, 온 가족이 함께 성장하는 소중한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현재 공공산후조리원 한계 있어
부부가 원할 때 서비스 제공해야
임산부건강놀이터 운영 추진을

 

국가가 산모교육기관 발굴·관리
출산전문가들 선순환 문화 형성
긍정적 인식이 저출생 문제 해결

△막연한 불안을 없애려면 정확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전문가 집단의 구성이 선행되어야

‘출산’이라는 키워드를 놓고 생각해 봤을 때, 이미 출산 경험을 보유하고 있는 필자마저도 출산은 막연한 불안함 그 자체이다. 그 불안함은 D데이(출산일)의 공포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임신기간 동안 견뎌내야 할 육체적·심리적·사회적·경제적 불안이 함께 포함되어 있다. 또한 출산 후의 회복과정과 더불어 새롭게 개척해 나가야 할 부모로서의 역할은 상상하기조차 버겁다. 새롭게 개척하게 될 부모의 역할은 기존에 내 삶과의 경계에서 끊임없는 딜레마를 만들어 낼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것에 대한 보상은 자녀가 주는 기쁨과 사랑이라니 현실 청년들에게는 설득력이 없다. 더욱이 TV속 유명인들 마저도 출산 후 경력단절이 두려웠다는 둥, 자녀양육 과정에서 우울증을 경험하고 있다는 둥의 호소를 이어나가고 있으니 청년들의 불안은 더욱 가중될 수밖에 없다.

그동안 정부는 출생률을 높이고자 오랜 기간 다양한 방식으로 청년 당사자들을 설득해 왔다. 문제는 전혀 설득이 안되었다는 점이다. 설득은커녕 불안만 가중됐다. ‘출산’이라는 키워드를 놓고 생각해 봤을 때 청년들이 어떤 부분에서 불안을 토로하는지 귀 기울이기보다는 포퓰리즘에 치우친 정책들로 출산을 강요했던 어리석음이 지금의 상황을 만들어 낸 것은 아닐까?

“저는 세 아이의 엄마이기도 합니다. 저 또한 출산 경험이 세 번 있었죠. 하지만 이 세 번 모두 출산과정은 모두 달랐습니다. 그렇다 보니 남편과 가족들이 경험한 출산 과정 또한 모두 다르죠. 출산 경험을 보유하고 있다고 해서 출산 전 과정을 통달한 사람이라고 볼 수 없어요. 그런데 대부분의 경우 파편적인 경험담을 ‘정보’처럼 공유하고, 받아들이죠. 저는 이 자체가 문제라고 생각해요. 온라인이나 지역 커뮤니티에서 주고받는 정보들의 대부분은 두려움을 가중시킬 만큼 자극적이고 오염된 정보들이 대부분이에요. 정보의 방향성 또한 임신, 출산, 육아, 경력관리까지 뒤죽박죽 섞여 있는 상태로 무분별하게 공유되다 보니 불안은 가중될 수밖에 없죠. 다시 말해, 정보를 제공할 주체가 부재하다는 거예요.”

홍 대표는 어머니의 가업을 물려받은 조산사이다. 홍 대표는 조산사로 본격 활동하기 전에 한국에서 조산사 양성 병원으로 유명한 ‘일신기독병원’에서 조산사 수습과정을 거쳐, 조산사 국가시험을 수석으로 합격했다. 이후, 산모들의 조력자이자 파트너, 동료이자 친근한 전문가 언니가 되고자 국제모유수유전문가, 산전산후마사지사, 산전산후요가강사, 베이비마사지강사 등 임신·출산과 관련해서는 디테일한 분야까지도 마스터과정을 수료했다.

“저는 저와 같은 이력을 가진 전문가 집단의 로컬 내 부재가 가짜·혐오뉴스를 확산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적시에 정확한 맞춤형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주체가 없는 거죠. 네덜란드의 경우, 임신과 동시에 출산·육아를 코칭해 주고 직접적인 도움을 주는 전문가와 연결을 시켜 줘요. 무분별한 가짜 정보로부터 보호하며 행복한 기다림의 시간을 국가가 선물하는 거죠. 우리나라도 이런 제도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제도가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전문가 집단의 구성이 필수적으로 선행되어야겠죠.”

△저출생 극복을 위해서는 산전·후 공공바우처 고도화 등의 시스템적 보완이 시급

그렇다면 ‘출산’ 그 자체만 두고 생각했을 때, 저출생 극복을 위해 어떠한 시스템적 보완이 이루어져야 할까? 이에 대해 홍 대표는 ‘산전·후서비스 공공바우처’의 고도화가 가장 분명한 해법일지 모른다고 말했다.

“흔히 떠올릴 수 있는 산후 공공바우처는 공공산후조리원 서비스예요. 그러나 이것은 산전·후 통틀어서 국가로부터 제공받을 수 있는 단편적 서비스 중 일부에 불과하죠. 한 인간이 부모로 성장해 나가는 전반을 케어한다고 보기는 어려워요. 부모로서 매 순간마다 마주하게 되는 다양한 문제 상황을 함께 해결해 줄 수 있는 전문시스템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이것은 현재의 시스템처럼 정해진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것이 아닌 부부가 공동으로 원하는 시점에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시스템 전반이 개조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특히, 지자체마다 임신 준비부터 상담과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전문 교육기관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대구의 시민건강놀이터와 같은 ‘임산부건강놀이터’ 같은 곳이 만들어진다면 좀 더 현실적이겠죠.”

시스템 개편의 핵심은 공공바우처의 효율적 활용에 있다. 홍 대표는 네덜란드 사례를 들며, 국가가 전문 산모교육기관을 발굴하고 평가·관리하여 바우처 사용처로 지정하는 별도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 방법을 통해 모성과 출산에 특화된 전문가 그룹이 자연스럽게 형성된다면, 출산과 관련한 긍정적인 선순환 구조가 조성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문가의 지원 아래 건강한 임신과 출산, 산후조리를 경험한 산모들이 사회로 자연스럽게 복귀하게 된다면, 이러한 경험이 우리 사회에 쌓이면서 저출생 문제 역시 자연스럽게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는 것이 홍 대표의 일관된 설명이었다.

홍 대표는 말한다. ‘임신·출산이라는 사건을 놓고 봤을 때 이 분야의 전문가는 산모의 마음을 케어할 수 있는 사람이 진짜 전문가’라고 말이다. 어쩌면 임신·출산뿐만 아니라 ‘청년’이라는 키워드와 함께 연결되어 있는 모든 사회적 문제는 청년들이 마주하는 매 순간, 매 사건마다 ‘마음’을 어루만져 줄 수 있는 전문성 있는 누군가의 부재에서 비롯된 것은 아닐까? ‘출산’이란 ‘행복한 부부가 건강한 아기를 낳는 것이 유일한 목적이자 목표’라는 자신만의 새로운 정의를 써 내려가며, 행복한 사례의 확산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홍순례 대표는 저출생과의 전쟁의 선봉에서 가장 맹렬히 싸우고 있는 이 시대의 진정한 영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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