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에도 문 연 무료급식소 “덕분에 외롭지 않고 온기 받아”
설 연휴에도 문 연 무료급식소 “덕분에 외롭지 않고 온기 받아”
  • 유채현
  • 승인 2024.02.12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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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대구상담센터 무료급식소
노인들 봉사자에 감사 마음 전해
“찾아오는 사람 없어 적적했는데
여기서 밥 먹고 대화하니 좋아”
센터장 “음식 단가 올라 부담
더 좋은 음식 못 드려 죄송”
무료급식소
설 연휴 사흘째인 지난 11일 구세군 동대구상담센터에서 대체급식 꾸러미가 배부됐다.
유채현기자 ych@idaegu.co.kr
“명절에도 찾아오는 사람 없어 적적했는데 음식도 받고 사는 얘기도 하니 아주 좋습니다.”

설 다음 날인 11일 오전 10시께 지팡이를 짚고 구세군 동대구상담센터 무료급식소를 찾은 한 어르신은 밝은 얼굴로 이렇게 말했다.

1981년 문을 연 상담센터는 매주 일요일마다 동대구역 인근 노숙인과 굶주린 홀몸노인을 위해 따뜻한 공간과 한 끼 식사를 제공하고 있다.

이날도 쓸쓸히 명절을 보내는 이들을 위해 급식소 문이 열렸다.

봉사자들은 분주히 움직이며 급식소 한 쪽에 쌓인 대체급식 꾸러미 50여개를 한 사람도 빠짐없이 나눠줬다.

노인들은 차례대로 꾸러미를 받으며 봉사자의 손을 잡고 새해 복을 빌어주거나 연신 “감사합니다”, “수고하십니다”라며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10년 가까이 급식소를 이용하고 있다는 이모(83)씨는 “집에 귀가 안 들리는 아내가 있어 받아온 음식을 함께 먹을 예정”이라며 “이번 설은 자식들이 바빠서 아쉽게 보내나 싶었는데 덕분에 젊은 사람들과 대화도 하고 따뜻한 마음을 받고 돌아간다”며 고마워했다.

염은철 상담센터장은 “오늘 3년간 급식소를 이용한 한 노숙인에게 마음이 담긴 편지를 받았다. 아버지 어머니를 모시는 마음으로 사랑을 나누고 있는데 그 마음을 알아줄 때가 가장 보람차다”고 말했다.

다만 최근 운영난을 호소하며 문을 닫는 급식소가 늘면서 노숙인들과 독거노인의 한숨은 깊어질 전망이다.

올해 대구지역에서 운영 중인 민간 무료급식소는 26곳으로 지난 2021년 48곳에서 3년 새 22곳이 문을 닫은 셈이다.

대부분 급식소는 후원이나 자원봉사로 운영되지만 코로나19 이후 봉사자 수가 줄어든 데다 식자재 값이 올라 어려움이 가중된다고 토로했다.

지난해 동대구상담센터는 필수 영양소를 고려한 각종 식품과 과일 등으로 구성된 꾸러미를 제공했으나 올해는 구세군에서 지원받은 컵라면 12개가 전부다.

이날 노숙인 30명에게 제공된 급식도 예산에 맞춰 구성이 일부 변경됐다.

염 센터장은 “도움의 손길 덕에 급식소를 이어가고 있지만 음식 단가가 높아져 부담될 때가 있다. 급식소를 찾아오시는 분들께 더 좋은 음식을 못 드리는 것이 죄송할 따름”이라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번 연휴 기간 이틀에 걸쳐 총 200인분을 나눌 예정이던 한 급식소는 인력난 탓에 하루 100인분으로 축소 운영했다.

급식소 관계자는 “20년 가까이 급식을 제공하면서 많이 지치고 힘들었다. 급식소 운영을 중단하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고 한숨 쉬었다.

유채현기자 ych@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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