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하철 화재 참사 21주기, 세월이 흘러도…여전히 보고싶은 얼굴들
대구지하철 화재 참사 21주기, 세월이 흘러도…여전히 보고싶은 얼굴들
  • 유채현
  • 승인 2024.02.13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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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족들 “2월 되면 가슴 답답”
중앙로역 추모공간에 애도 발길
재단, 18일까지 시민안전주간
지하철참사추모공간
대구지하철 화재 참사 21주기를 닷새 앞둔 13일 대구도시철도 1호선 중앙로역에 마련된 추모공간에 희생자 유가족이 헌화하고 있다.
유채현기자 ych@idaegu.co.kr

“자식을 먼저 보낸 부모의 마음은 도려내고 싶을 만큼 문드러졌다”

2003년 2월 18일 대구지하철 화재 참사가 일어난지 21년이 지났다. 강산도 두 번이나 변할 세월이 흘렀지만 대구 중앙로역의 시간은 여전히 그날에 멈춰있다.

참사 21주기를 닷새 앞둔 13일 중앙로역 한편에 위치한 ‘기억공간’에는 시민추모공간이 마련됐다. 유리관 속 열기에 녹아 아래로 처진 공중전화 수화기는 당시의 참혹함을 여실히 보여줬다. 벽면에 붙은 192명의 희생자 사진 옆에는 시민들이 남긴 애도의 메모가 곳곳에 붙어 있었다.

이날 기억공간을 찾은 유가족들은 차오르는 슬픔을 이기지 못해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이들은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낸 2월이 오면 가슴이 답답하고 심장이 내려앉는 기분이라며 흐느꼈다.

참사로 영남대에 다니던 22살 아들을 잃은 손태윤(69)씨는 “아들이 시내에 있는 이모 집에 가다가 사고를 당했다. 공부도 잘하고 착실한 아들이라 그날도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가던 길”이라고 울먹였다.

20년이 지난 순간도 어제 일처럼 생생히 기억하던 손씨는 당시 아들의 모습이 떠오른 듯 잠시 희미한 웃음을 띠다가 이내 다시 눈시울을 붉혔다.

그는 “이번 설 연휴에 아들이 있는 팔공산에 다녀왔다. 자식 잃은 부모의 슬픔보다 큰 건 없다”며 두 손에 얼굴을 묻었다.

바삐 이동하던 시민들도 추모공간 앞에서는 발걸음을 멈추고 희생자를 위해 애도했다. 당시를 기억하는 한 노인은 “이렇게 아까운 젊은이들이 왜 세상을 떠나야 했나”며 안타까워했다.

추모공간 내부를 둘러보던 이시아·임나현·최민아(13)양은 “분위기가 무섭기도 하고 슬프다. 불이 난다는 걸 알고 지하철을 탄 것도 아닌데 억울하게 돌아가신 분들이 너무 안타깝다”며 한숨쉬었다.

김태연(13)양은 “벽에 ‘보고 싶다’는 글씨가 적혀 있었다. 우리는 누군가 보고 싶으면 볼 수 있지만 이 분들은 그럴 수 없는 게 너무 슬프다”고 했다.

대구지하철 화재는 2003년 2월 18일 오전 9시 53분 대구도시철도 1호선 중앙로역에 정차한 전동차에서 50대 남성이 휘발유로 불을 질러 192명이 숨지고 151명이 다친 참사다.

유가족 등으로 구성된 2·18안전문화재단은 오는 18일까지 대구시민안전주간을 운영하고 중앙로역 지하 2층 기억공간에 참사 희생자를 기리는 추모 공간을 마련했다.

이날 오전 10시에는 대구지하철참사희생자대책위원회 등 단체가 기자회견을 열고 희생자를 기리는 추모사업에 동참할 것을 호소했다.

위원회는 오는 15일 서울에서 참사 21주기 토론회를 열고 17일 중앙로역 기억공간 앞에서 궤도노동자 추모집회를 열 예정이다. 당일인 18일은 참사 발생 시간에 맞춰 대구시민안전테마파크 추모탑 앞에서 추모식을 연다.

유채현기자 ych@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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