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속 디자인 기행] 가치브랜딩...'무엇을' 샀는지 보다 '왜' 샀는지가 중요해졌다
[일상 속 디자인 기행] 가치브랜딩...'무엇을' 샀는지 보다 '왜' 샀는지가 중요해졌다
  • 류지희
  • 승인 2024.02.15 2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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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하지만 특별한 경험을 체험할 수 있는 레스토랑들의 이색 마케팅을 볼 수 있다. 주문한 음식이 나오기를 기다리는 동안 와인잔에 원하는 문구를 메모하고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함으로써 재미와 함께 특별한 추억으로 다시 찾을 수 있도록한 서비스 브랜딩 사례이다.

 

생각해 보면 우리는 그야말로 풍족한 시대에 살고 있다. 앉은 자리에서 버튼 하나만 눌러도 원하는 상품을 주문 배송 받을 수 있고, 진열대에 놓인 수많은 상품군들 중 가장 베스트를 선별해야 할 정도로 고퀄리티로 가득한 세상이다. 이제는 AI(인공지능)까지 나서서 인간의 빈틈을 메꿔나가고 있으니, 어찌 보면 점점 더 결핍이 없는 시대가 되어가는 것이 결핍일 정도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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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카콜라는 브랜드 로고를 과감하게 제외하고 사랑해, 고마워와 같은 감성적인 메시지 문구를 라벨 전면에 넣어 스토리 마케팅으로 음료 브랜딩을 한정판으로 출시해 선보였다. 출처:coca-cola journey

물질적 풍요로움은 언제부터인가 ‘필요’에 의한 소비가 아닌 ‘목적’으로써의 소비를 이끌고 있다. 즉, 재화나 서비스 그 자체를 소유하고 사용하는 것을 즐기는 것이다. 생계와 관련된 소비보다 라이프와 관련된 소비가 주를 이룬다. 소비자들은 어떤 이유로 소유하고 싶은지에 대한 스토리와 타당성이 있어야 눈이 가고 발길이 멈춘다.

가령, 이케아 가구는 혼자 살면서 직접 조립하며 시간을 보내는 과정 자체를 즐기는 사람들이 특히 선호하는 브랜드 제품이며, 코카콜라 한정판으로 나온 “사랑해”, “고마워” 문구가 쓰인 라벨을 두른 음료는 친구에게 선물을 하거나 마음을 전하는 소소한 즐거움을 찾는 소비자들에게 사랑받는다. 이처럼 크고 작은 새로운 경험과 의미를 만들 수 있는 브랜드제품이 선호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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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수하게 쏟아져나오는 브랜드제품들 속에서 왜? 구매해야 하며, 어떻게? 향유하고자 하는지 소비자는 자신만의 취향과 가치판단으로 소유하고자 한다. 브랜딩된 제품들의 치열한 경쟁을 볼 수 있는 마트의 진열대의 모습이다.

따라서 디자인 역시 더 좋아 보이고 새로워 보이는 것에 그 역할이 그치지 않게 되었다. 메시지가 있는 브랜드를 고민하고, 시대적 맥락과 스토리가 있는 기획력을 담아내어 경험을 이끌고 신선한 모험을 선물할 수 있는 ‘마케터의 역할’이 디자이너가 갖춰야 할 중요한 소양이 되었다. 인공지능 AI가 디자인 툴의 효율을 높이고 데이터 분석을 통한 마케팅을 대신한다고 해도 유일하게 따라올 수 없는 범주가 있다. 바로 “기획력과 아이디어”이다. 휴먼틱한 감각과 센스로 사람의 마음을 얻고, 공감을 끌어내는 일은 온전히 인간이기에 가능한 미묘한 능력인 것이다.

경험을 선물해 주는 브랜딩은 단지 제품에만 한정되는 것은 아니다. 식사를 하기 위해 레스토랑을 가고, 문화생활을 향유하기 위한 공연을 보러 갈 때에도 마찬가지다. 조금이라도 더 이색적인 경험을 즐길 수 있는 곳을 검색하고 지인에게 추천을 받기도 한다.

필자만 하더라도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라고 비슷한 가격과 시간이 투자된다면 조금이라도 특별한 장소, 특별한 서비스를 경험하길 원하니까. 같은 공간, 같은 장소에서도 어떤 경험을 통해 내 삶의 퀄리티를 올릴 수 있는지가 그것을 소유하고 향유하기 위한 가치판단의 기준이 된다. 추억 소환과 감동, 영감과 힐링, 즐거움과 새로운 모험 등 이를 소유함이 어떠한 가치를 주는지가 중요한 선택의 기준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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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에서 1톤 무게의 샹들리에게 공중을 날아다니는 모습으로, 고객에게 특별한 감동과 희열이라는 경험을 선물하는 무대연출 브랜딩의 사례이다.

지난달, 필자는 가족들과 함께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을 관람했다. 유난히 화려하고 역동적인 무대 연출디자인이 돋보였는데, 약 1톤의 거대한 샹들리에가 무대 공중을 휘저으며 떠오르고 추락할 때에는 공연의 스토리와 더불어 훨씬 더 강력한 몰입감과 영감을 느낄 수 있었다. 대형 계단에 수십 명의 배우들이 올라서서 율동과 함께 노래를 부를 때의 그 장엄함은 수고로웠던 지난 한 해에 대한 화려한 보상을 받는 것 같은 벅찬 희열감을 선물해 주었다. 고로, 브랜딩이란 우리 생활 전반에서 크고 작은 특별한 경험을 끊임없이 만들어주고 있다. 때로는 전체보다 소소하지만 확실한 작은 임펙트만으로도 인지될 수 있는 무언가가 아닐까.

메인 디시와 서브 메뉴, 디저트를 차례로 함께 곁들이는 레스토랑에서도 식상한 코스요리 시스템에 재미요소를 더해 불 쇼를 보여주거나, 와인잔에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사인펜을 나눠주거나 하는 등의 아이디어 마케팅을 가미하여 손님들에게 즐거웠던 추억으로 상기될 수 있도록 브랜딩을 한다. 이색 마케팅으로 시작해 입소문 마케팅으로 재방문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영감을 주는 것이 전략이다. 이러한 무형 유형의 일련의 전략들이 모두 브랜딩을 위한 아이디어인 것이다.

오늘날 스마트한 소비자들은 스스로 흔한 소비자가 되기를 거부한다. 희소성에 관심을 두고 단조로운 일상 속에서 특별한 경험을 추구하는 이들은 ‘시대의 맥락을 수용하는 집단’이라고 봐야겠다. 이들이 원하는 것은 저렴하고 필요한 것이 아니라, 비용과 시간이 좀 더 들더라도 자신의 취향에 집중하고 트렌드에 민감하게 주목하고 있다는 점을 이해해야 할 것이다.

현재 자신을 이루고 있는 물건이나, 머무르고 있는 곳에서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보아도 좋겠다. “왜? 어떠한 모습으로 내 삶을 윤택하게 고루 가꾸어 주고 있는지를. 스스로의 삶을 좀 더 멋지게 브랜딩하기 위해 조우하고, 깊이 사유해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은 날이다.
 

 

류지희<디자이너·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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