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민안전테마파크서 열려
유족들 추모탑 바라보다 눈물 닦아
추모곡 흐르자 감정 추스르기도
팔공산 동화지구 상가번영회·주민
“추모시설 조성 반대” 집회 열어
참사 발생 시간인 오전 9시 53분에 맞춰 열린 추모식에는 희생자 유가족과 이동우 2·18안전문화재단 이사장 직무대행, 김찬휘 녹색정의당 공동대표, 오준호 새진보연합공동선거 대책위원 등 200여명이 참석해 묵념, 추도사, 헌시 낭독, 추모곡 제창, 헌화 등 순서로 진행됐다.
흰 장갑을 끼고 먼저 하늘나라로 간 가족을 기리는 꽃을 든 유족들은 추모곡이 흘러나오자 복받쳐 오르는 슬픔을 억누르며 마냥 눈시울만 붉혔다.
부모 품에 안긴 아이는 영문을 모른 채 흐느끼는 부모를 보고 “엄마 왜? 왜그래”라며 묻기도 해 주위를 더 안타깝게 했다.
추모식은 유족과 시민들이 추모탑 앞에 헌화하면서 마무리됐다. 지팡이를 짚고 일행의 부축을 받아 헌화한 유족은 한동안 추모탑을 바라보다 손수건으로 흐르는 눈물을 닦았다.
이동우 직무대행은 추도사를 통해 “21년이라는 시간이 지나면서 그날의 상처는 아물어 가더라도 마음의 흉터는 그대로 남아있다. 당연해야 하는 것이 당연히 지켜지는 사회, 남녀노소 장애인 비장애인을 비롯해 모두가 안전한 사회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같은 시간 팔공산 동화지구 상가번영회와 주민 등은 추모식 공간에서 30여m 떨어진 도로변에 ‘대구시는 협약서 내용 즉각 시행하라’, ‘주민들과 약속한 사업 즉각 시행하라’ 등의 내용이 담긴 현수막을 걸고 추모식 반대 집회를 벌였다.
상인들은 테마파크 조성 당시 추모시설이라는 사실을 전달받은 적이 없으며 이후 대구시에서 추모사업을 진행하며 팔공산 상권 활성화를 약속했지만 지켜진 것이 하나도 없다고 주장했다.
상인회는 큰 소리로 노래를 틀고 “참사 당시를 생각하면 우리도 가슴이 미어진다. 하지만 물 좋고 땅 좋은 곳 중 왜 하필 팔공산인가”라며 “상권을 방해하는 행동을 멈추라”고 목소리 높였다.
경찰은 유족과 상인 간의 마찰이 생길 것에 대비해 150여 명의 인력을 배치하고 추모식과 반대 집회 공간 사이에 바리케이드를 쳤다.
대구 지하철 화재 참사는 2003년 2월18일 오전 9시53분 대구지하철 1호선 중앙로역에 정차한 전동차에서 50대 남성이 불을 질러 발생한 사고로 192명이 숨지고 151명이 다쳤다.
유채현기자 ych@idaeg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