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두 시의 화분에는 빛들의 어린 앞니,
나는 낡은 문턱에 걸터앉아 있고 빛들은 무한정 확장되어 간다네
구름은 이곳에서 가장 먼 풍경
당신이 보고 싶은 누군가 블라인드를 올리고
유리창은 바람이 쓴 필기체로 자욱해지네
빛들의 어린 앞니가 커다랗게 자랄 때까지
슬리퍼를 끌고 오는 아주 편안한 기별을
나는 기다리지
우주적으로, 홀연히,
이곳에서 당신은 가장 멀고도 낯선
풍경
◇송종규= 심상으로 등단 (1989년). 시집 ‘고요한 입술’, ‘녹슨 방’, ‘당신이라는 호수’, ‘공중을 들어올리는 하나의 방식’ 등 출간. 대구문학상, 대구시문화상, 웹진시인광장선정 올해의 좋은시상. 애지문학상, 이상시문학상등 수상.
<해설> 시인이 이야기하는 빛이란 결국 유리창을 통과해서 어린 앞니에 닿으려는 빛으로 읽힌다. 인상파 화가의 정원을 눈감고 거닐던 나는 눈을 떠보니, 어느새 마그리트의 세계에 든 듯, 깜짝 놀랐다. 시인이 빛에서 어린 앞니를 보고 있는 것은, 참으로 놀라운 경지다. 가장 먼 풍경인 구름의 세계와 만나지 못함이 시인의 심리 바닥을 외로움으로 흔드는가 싶었는데 어느새 시인은 우주적인 상상력을 펼치고 있다. 이 시는 해석이 가능한 시는 분명 아니다. 올 것이 오고 마는 기별을 빛과 유리창이라는 공감각적인 공간을 통해 알레고리로 드러내고 있는 시이므로 아우라로 이해하면 된다. 시인이 사는 대구의 하늘 아래 내가 숨 쉬며 살고 있다는 게 뿌듯하다.
-박윤배(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