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수인력만 남은 응급실…의료공백 현실화
필수인력만 남은 응급실…의료공백 현실화
  • 윤정
  • 승인 2024.02.20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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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상급병원 전공의 집단이탈
일부 진료과목 환자 수용 제한
의료진 부재 진료 못하는 곳도
관계자 “현장 투입 전문의들
얼마나 버틸지 모르겠다” 우려
전공의사직첫날-응급실찾은시민1
전국 수련병원의 전공의 사직 첫날인 20일 오후 대구 중구 경북대병원 본원을 찾은 시민들이 응급실로 향하고 있다. 전영호기자 riki17@idaegu.co.kr
정부의 의과대학 증원 방침에 반발하는 전공의들의 집단 이탈로 대구 상급종합병원들의 응급실 운영이 어려워지면서 의료대란이 점차 현실화하고 있다.

20일 지역 의료계에 따르면 전날부터 사직서를 제출한 전공의들이 실제로 근무를 중단하면서 대구지역 상급종합병원들은 필수 유지 인력으로만 응급실을 운영하고 있다. (관련기사 참고)

경북대병원 본원 응급실은 응급의학과 필수 유지 인력만 남겨두고 일반 뇌출혈 환자를 받지 않는다고 공지했다. 칠곡경북대병원도 혈관외과·이비인후과 등 일부 진료과에서 환자 수용을 제한하고 있다.

이로 인해 경북대병원 본원에는 칠곡경북대병원과 연계한 비상상황실이 가동되고 있지만 환자들의 불편은 점차 커지고 있다. 암 말기 아버지를 모시고 응급실에 왔다는 김모(47)씨는 “오늘은 대기 없이 잘 들어갔지만 내부 분위기가 어수선하고 쉬쉬하는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의료진들은 현 사태가 지속될 경우 의료에 큰 공백이 생길 것이라고 우려했다.

경북대병원 한 의료인은 “의료는 공공재 성향이 강하다”며 “현재까지는 큰 공백이 없으나 현장에 투입된 전문의들이 얼마나 버텨줄지 모른다”고 말했다.

계명대 대구동산병원과 성서동산병원 응급실도 바쁘게 돌아가고 있다.

동산병원 관계자는 “응급실은 응급의학과 전문의 2명이 12시간 교대 근무로 정상 운영하고 있고 수술실은 조금 축소 운영됐으나 암이나 중증질환 위주 환자는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다”며 “심정지 환자를 대비해 CPR팀도 전문의와 간호사들로 정상 운영되고 있다. 상황실 비상 네트워크도 구축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대구가톨릭대병원 응급실은 의료진 부족으로 외과 환자와 신경과 추적관찰 외 발작 환자는 받지 못하고 있다. 지난 15일부터는 소아청소년과·치과 환자를 받지 않는다. 병원 관계자는 “현재 비상대책회의를 하고 있고 계속 수시로 회의를 하며 대응하고 있다”고 전했다.

파티마병원 응급실은 정형외과 응급수술이, 안과·신경외과·성형외과는 의료진 부재로 진료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중증 응급질환인 뇌경색 재관류 중재술, 뇌출혈 수술 또한 의료진 부재로 진료가 중단됐다.

파티마병원 관계자는 “진료과별 주임 과장이 주축이 돼 전문의 중심으로 진료하는 체계를 마련했다”며 “입원 진료는 진료과별 당직 전문의를 순번제로 편성하고 응급실은 중증환자를 우선으로 진료하는 방침으로 진행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전공의와 인턴의 공백을 최소화해 지역의 의료 공백을 막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경북지역 사정도 마찬가지다.

경북 안동병원 응급실은 응급의학과 전문의 12명,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3명이 2교대 근무에 투입됐다. 오는 3월 1일 자로 응급의학과 전문의 2명을 추가로 채용해 이번 사태로 의료 공백이 크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정부의 의과대학 증원 방침에 반발하는 전공의들의 집단 이탈은 아직 응급환자 사망 등 최악의 상황은 맞지 않았지만 수술이나 진료가 연기되는 등 의료 현장의 혼란은 점점 커지고 있다. 여기에 전국 의대생들이 휴학계까지 제출하며 집단행동에 가세하고 있어 의료 파행 사태의 장기화에 대한 시민들의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윤정기자 yj@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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