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탱고 브릿지’ 김선양 “불규칙한 반도네온 키가 만드는 자유로움 매력적”
‘탱고 브릿지’ 김선양 “불규칙한 반도네온 키가 만드는 자유로움 매력적”
  • 황인옥
  • 승인 2024.02.22 2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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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졸라 곡서 반도네온 발견
세포까지 선율로 물드는 듯”
제이피 호프레·홀리오 파네 등
세계적 연주자에 가르침 받아
美 stowe 국제 페스티벌 입상
“연주자 귀해 협연 요청 많아”

 

반도네온연주자-김선양
반도네온 연주자 김선양. 탱고 브릿지 제공

대구 유일의 탱고 전문 연주 단체인 ‘탱고 브릿지’가 결성되기 이전, 전통 탱고 공연을 보기 위해선 서울행을 감행해야 했다. 대구에 탱고 전문 연주팀이 전무했다. 대구경북에서 전통탱고를 라이브로 감상할 수 있었던 것은 2021년이다. 탱고 전문 연주단체인 탱고 브릿지가 활동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탱고 브릿지를 설명하기 이전에 김선양 ‘탱고 브릿지’ 대표에 대한 이야기부터 해야 한다. 그는 탱고 연주 악기에 능한 반도네온(Bandoneon) 연주자이자 탱고 전문 연주팀을 꾸린 장본인이다.

반도네온은 연주하기 까다롭기로 정평 난 악기다. 오죽하면 악마의 악기라는 수식어가 붙었을까? 악기를 둘러싼 환경도 열악하다. 국내에서 반도네온 제작 업체를 찾기 어렵고, 악기 수리도 여의치 않다. 해외라고 손 쉬운 것은 아니다. 탱고 연주에 활용되는 악기라는 인식과 제한적인 수요로 악기 제작 수량도 적고, 가격도 높다.

김선양은 우여곡절 끝에 반도네온 전문연주자의 길로 들어섰다. 처음 반도네온을 접했던 것은 음악대학에서 피아노를 전공하던 때였다. 피아졸라의 음악을 감상하는데, 풍요로운 소리들 사이에서 평소 접하지 못했던 매력적인 소리가 들려왔다. 반도네온이었다. “내면 깊은 곳의 세포까지 섬세하면서도 강렬한 반도네온 소리로 물드는 것 같은 감동”이 밀려왔다.

반도네온과의 첫 만남은 강렬했지만, 제3세계의 매력적인 악기 정도로만 기억하고 피아노에 매진했다. 반도네온과의 해후는 그로부터 한참 지난 30대 초반 무렵이었다. 불현듯 20대 때의 첫 만남에서 매료됐던 반도네온을 배우고 싶어졌다. 그러나 당장 악기 구입부터 난관이었다. 가격이 예상을 훌쩍 뛰어넘었다. 국내에선 대여하는 곳도 없었다. 그러나 어떻게든 반도네온을 연주하고 싶어 반도네온과 외관이 흡사한 아코디언을 구입했다.

아코디언으로 피아졸라의 곡을 흉내는 냈지만 반도네온의 음색을 대신할 순 없었다. 반도네온은 아코디언을 개량한 악기지만 엄연히 소리가 달랐다. 답답한 마음에 인터넷을 뒤졌고, 때마침 반도네온을 대여하는 업체가 검색됐다. 당장 악기를 대여하고, 연주법을 익히기 시작했다. “피아노를 전공했지만 버튼의 배열이 규칙적이지 않아 연주법이 매우 어려웠어요.”

취미 수준의 연주력을 갖추는 것과 전문 연주자의 역량을 축적하는 것은 다른 차원의 문제다. 그는 실력 있는 반도네온 연주자가 되고 싶었다. 당장 사사받을 스승을 찾아야 했다. 하지만 국내, 특히나 지방에서 스승 찾기는 하늘에 별 따기였다. 반도네온이 비대중적인 악기여서 국내에서 활동하는 전문연주자의 수가 손에 꼽을 정도였다. 각고의 노력 끝에 연주자를 찾아 8개월간 서울을 오가며 기초를 배웠다.

둘째 아이 출산하며 잠시 휴식기를 갖고, 2년 후 다시 악기를 잡게 되면서 새로운 스승을 찾았다. 이번에는 국내보다 반도네온이 더 발달한 해외로 눈을 돌렸다. 그때 만난 연주자가 일본의 유명한 반도네오니스트 료타 코마츠(Ryota Komatsu)였다. 료타 코마츠에게 무작정 “당신에게 반도네온을 배우고 싶다”는 메일을 보냈고, 그가 화답하면서 스승과 제자의 연을 맺었다. “한 달에 한번 1박 2일로 일본으로 날아가 선생님께 반도네온을 사사했어요.”

1년을 열심히 배우고 있던 중 코로나 19 팬데믹으로 일본으로 가는 항공로가 막혔다. 그러나 그것은 또 하나의 기회로 다가왔다. 때마침 뉴욕에서 활동하고 있던 “오늘날 최고의 탱고 연주자 중 한 명”으로 인정받는 세계적인 반도네오니스트 제이피 호프레(JP Jofre)가 코로나 19 팬데믹으로 한국인 아내와 함께 국내에 입국했다는 소식을 접한 것. 1년간 한국 상주를 계획하고 왔지만 탱고의 아시아 시장에 대한 가능성을 보고 이들 부부는 현재까지 국내에 머물고 있다. 그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자신의 두 번째 스승으로 JP와 인연을 맺었다. 물론 그의 반도네온 연주 실력은 일취월장했다.

그가 반도네온 연주자의 길을 본격화하는데 장애물은 없었다. 클래식 악기의 경우 10년 이상은 공부해야 전문연주자로 무대에 오를 수 있지만 반도네온은 2~3년의 짧은 공부에도 함께 무대에 오르고 싶어 하는 연주자들이 생겨났다. 그는 “운이 좋았다”고 했다. 그만큼 반도네온 연주자가 귀했다.

탱고의 본고장을 찾아 전통 탱고의 본류를 다채롭게 공부하는 일도 열심히 했다. 아르헨티나의 부에노스아이레스로 직접 찾아가 반도네온의 전설적인 인물 홀리오 파네(Julio Pane)에게 가르침을 받기도 했으며, 미국의 Stowe국제 탱고 페스티벌, 체 반도네온(Che Bandoneon) 컴페티션에서 3위에 입상하는 등 등 탱고와 반도네온의 다채로운 경험도 쌓았다. 탱고의 리듬과 다양한 탱고 음악을 듣고 이해하기 위해 탱고 춤을 배우는 것도 그 중 하나였다.

그와 반도네온은 규칙에 얽매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닮아있다. 반도네온은 왼손 33개, 오른손 38개, 도합 71개의 테클라(키) 142음의 음역대를 연주할 수 있는데, 테클라 배열이 불규칙적이다. 반도네온이 서민을 위한 악기로 개발됐고, 개발 이후 계속해서 키를 하나씩 추가하면서 지금의 모습을 갖췄다. 애초에 완벽하게 키를 확정하고 개발하지 않아 규칙이 성립될 수 없었다.

“불규칙적인 느슨함이 연주자로 하여금 자유로운 감성을 불러일으키게 하는 것 같습니다.”

모든 악기는 좋은 연주를 위해 연주자가 힘 조절을 한다. 그러나 반도네온은 힘을 빼야 좋은 연주를 할 수 있다. 다리에 올려놓고 연주하는 악기의 특성상 중력에 의해 밑으로 떨어지려는 악기를 제어해야 한다. 이때 힘을 빼야 주름상자인 푸에제 조절이 자유롭게 된다. “다른 악기보다 반도네온은 연주자의 몸과 악기가 혼연일체가 돼야 합니다.”

 

앙상블-탱고브릿지-공연모습
앙상블 ‘탱고 브릿지’. 탱고 브릿지 제공
 

바이올린·첼로 연주자 등과
앙상블 ‘탱고 브릿지’ 결성
27일 콘서트하우스 연주회
아르헨티나 연주자와 협연
전통탱고와 현대탱고 비교
기타리스트 최만호도 참여


그가 대표로 있는 앙상블 ‘탱고 브릿지’는 보다 풍요로운 탱고 연주를 위해 결성됐다. 모스크바 국립 차이콥스키 음악원 연주자과정을 졸업하고 대구시립교향악단 부수석을 지낸 바이올리니스트 김혜령, 독일 데트몰트 국립음대 전문연주자과정을 졸업하고 모던 앙상블 단원으로 활동하는 첼리스트 박승원, 독일 로스톡 음악대학 연주자과정과 독일 하노버 음악대학 Master 과정을 최우수로 졸업하고 전문연주자로 활동하고 있는 더블베이시스트 송성훈 등이 단원으로 참여했다. 풍성한 탱고 음악을 위한 최고의 조합이었다.

“클래식 악기 전공자들이지만 클래식에 국한하지 않는 단원들의 태도가 자유분방한 탱고 음악과 잘 맞는 것 같습니다.”

앙상블 ‘탱고 브릿지’가 제4회 정기연주회를 앞두고 있다. 공연은 27일 오후 7시 30분 대구콘서트하우스 챔버홀에서 열린다. 그들의 1회 정기연주회 때는 대중적인 피아졸라의 곡을, 2회 때는 잘 알려지지 않은 피아졸라의 곡을 연주했다. 그리고 3회 때는 전통 탱고 작품들로 채웠다. 그와 친분이 있는 아르헨티나 연주자가 내한공연 하는 기회를 노렸다. 그에게 대구에서 함께 공연할 것을 제안해 공연이 성사됐다.

이번 4회 정기연주회는 전통 탱고와 피아졸라 탱고 곡으로 나눠 전통과 현대 탱고를 비교하며 감상하는 자리로 기획됐다. 일렉기타리스트 최만호가 객원으로 참여한다. “이번 정기연주회는 대구에서 수준높은 탱고 연주를 감상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입니다.”

탱고나 반도네온이 대중에게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그는 악보를 꼽았다. 현재 국내에선 무료든 유료든 탱고 악보 구하기가 쉽지 않다. 그는 악보를 쉽게 소유할 수 있어야 탱고가 대중화될 수 있다는 소신으로 악보 확보에 열심이다.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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