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전공의는 말한다…“환자 곁 지키고 싶습니다”
[데스크칼럼] 전공의는 말한다…“환자 곁 지키고 싶습니다”
  • 승인 2024.02.27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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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삼수 서울 본부장

대구에 사는 지인으로부터 가끔 민원전화를 받는다. '서울 종합병원에서 진료받을 수 있게 도와 달라'는 절박한 하소연이다. 순서를 기다리면 5~6개월을 기다려야 한다니, 가족의 아픔을 지켜만 볼 수 없어 나온 답답한 민원이다. 요즘은 지방 병원도 서울보다 뛰어난 의료진과 의료시설을 보유한 병원도 많다. 병원의 평균화, 일반화 현상에도 환자들은 서울을 선호한다. '서울 병원으로 갈 수 있는 소견서를 써달라', 치료가 가능해도 검사만 해달라는 환자가 부지기수다. 지방에서 서울의 '빅 5 대학병원'을 찾은 환자의 진료 의뢰서에는 "환자가 원해서"라는 소견서가 대부분이라 한다. 실력이 있어도 여러가지 이유로 서울에 남지 못하고 지방 대학병원에 교수로 내려온 의사들이 사직하고 서울로 올라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의대 증원은 1994년부터 200여 명을 늘리면서 조금씩 덩치를 키웠다. 그러다 2000년 의약 분업 사태 당시 의사들을 위로하는 차원에서 교육부는 의대 정원을 3507명에서 3156명까지 4년에 걸쳐 351명 감축하기로 했다. 이후 의대정원은 2003년도 3253명, 2004∼2005년도 3097명으로 점차 줄었고, 2006년에는 당초 계획보다도 적은 3천58명까지 줄었다.이후 2006년부터 입학 정원을 동결했다. 인구가 늘고 고령화로 인해 병원을 찾는 환자는 늘었지만 정원은 그대로다. 의대정원을 늘려야 한다는 요구가 나온 배경이다.

내년부터 전국 의대생 정원을 2천명 늘리겠다는 정부 발표의 근거 중 하나가 전국 의대 40곳은 작년 10월 정부의 '2025학년도 신입생 증원 규모 수요조사'다. 이 조사 결과를 보면 각 의대 측은 최소 2151명에서 최대 2847명까지 증원을 요청했다. 또 이 정도'증원'은 대학이 수용, 차질 없이 교육 할 수 있다는 판단도 내렸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의대 교수들과 전공의는 이런 판단에 회의 적이다. 특히 2000명이라는 의대 정원 결정 배경에 의문을 제기한다. 증원에 대한 구체적 조사와 분석, 데이터에 대한 공개된 정보가 없어 의료진의 불신 은 더욱 깊어진다. 논란을 가라앉히기 위해 정부와 대학의 소통과 정보 교류가 더 정교하게 이뤄져야 한다.

앞으로 우리나라 신생아 출산율은 20만 명으로 예측된다. 의대에 5천명이 입학하면 인구 40명당 의사 1명이 배출된다. 이공계 상위 수험생 5천 명 대부분은 의대를 지원하게 될 것이다. 현재 전국 의 의사 숫자는 14만 명으로 인구 5,175만명 기준, 369명당 1명이다.

60년대 우리나라 의사들이 미국으로 이민을 떠났다. 다시 60년 만에 젊은 전공의들이 미국이나 일본 의사 면허 따려고 준비하는 의사가 많아지고 있다. 왜 이들이 한국 의료계를 외면하고 낮 설은 타국의 의사가 되려고 하는가, 의대생은 집단 휴학하고 전공의는 왜 직장을 떠났는가?. 필수의료와 지방 의료 붕괴의 주요 원인은 낮은 치료비, 진료 전달체계 미비와 의료 사고시 의사의 법적 보호 시스템의 부재이다. 그동안 정부는 이 원인을 해결하려는 노력이 미흡했다. 정부는 의대 정원 증원 발표전에 필수의료 종사자들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들어보고 대책을 세웠어야했다.

정부의 필수(Vital) 의료 살린다는 정책이 의대생 늘린다고 지방의료 공백과 필수의료 부족이 해결 된다는 보장은 없다. 정부의 대책이 나온 후 병원을 떠나는 전문의는 오히려 필수의료 종사자이다. 정책이 이상하지 않은가. 정부의 필수 의료 지원 10조 재원도 문제다. 잘못된 '문재인 케어'로 이미 20조 쏟아 부은 건강보험재정은 몇 년 후면 고갈될 위기를 맞고 있기 때문이다.

의사들은 정부를 불신하고 있다. 2000년 '의약 분업' 때 치료비를 올려줬는데 1년 후에 건보재정 지출이 너무 많다고 다시 수가를 낮춘 게 정부다. 이미 이때부터 의사들은 필수 의료 위기에 대해 20년 넘게 문제를 제기했다. 한국 의료계는 OECD 평균보다 적은 의사 수를 가지고 OECD 최상위 의료 시스템 (평균 수명, 영유아 사망률, 의료 접근성)을 가지고 있는데 의사를 타박 할 일이 아니다. 3시간 대기 3분 진료는 의사나 환자 모두 불만이다. 싼 의료비 현실에서 병원이 유지되려면 많은 환자를 볼 수밖에 없기 때문에 생긴 현실이다. 의료비 현실화를 통해 이를 해소해야 한다.

정부는 사표 낸 전공의를 범죄자 취급하면서 형사처벌과 면허정지를 들먹이며 거칠게 다루고 있다. 전공의는 의사이자 피교육자이자 주52시간 근로기준법 적용도 못 받고 최저임금에 못 미치는 싼 임금을 받는 근로자이기도 하다. 전공의가 사직한다고 의료 마비가 일어난다면 그 의료 시스템이 과연 정상인가?. 전공의 사직에도 전국의 대학병원 교수는 열악한 환경에도 환자를 거부하지 않고 진료와 수술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코로나가 3년간 창궐했을 때도 의료진은 몸을 사리지 않았다. 불과 3년 전 문재인 정부는 침이 마르도록 'K의료'를 자랑했다.

일부 정치권에서 의대 입학 정원을 400-500명 늘린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증원에 정치권이 숟가락 얻지 못하게 정부와 의대 학장들이 머리를 맞대고 이 난국을 풀 해법을 찾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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