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논단] 우리사회도 노 스마트폰 존이 필요하다
[대구논단] 우리사회도 노 스마트폰 존이 필요하다
  • 승인 2024.02.29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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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창원 달서구청소년문화의집 관장
최근 영국 정부가 ‘휴대전화 사용금지’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는데 이같은 조치가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가이드라인의 골자는 교내에서 스마트폰을 금지한다는 내용으로 휴대 전화기에 대한 반입, 사용 등에 관한 내용을 학교장의 재량으로 결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결정은 지난해 온라인 안전법이 영국국회를 통과하면서 보다 현실화 되고 있는데 온라인 유해 컨텐츠로부터 청소년을 보호한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이번 결정으로 인해 청소년들이 예전보다 활동적으로 시간을 보내고 친구관계 개선에 도움이 되는 등 사회성 향상 및 심리적 안정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는게 주관부처의 설명이다.

사실 이런 조치는 비단 영국에서뿐만 아니라 세계적 추세로 미국의 한 기숙 고등학교에서는 교내에서 1년간 스마트폰 없이 보내는 사회적 실험을 진행 중이다. 교사들을 포함한 이번조치는 처음 실행할 때는 반발과 우려를 표명했지만, 반년이 지난 현재 이 실험에 참여한 청소년들은 그리 나쁘지 않다는 평이다. 이번 실험에 참여한 청소년들에게는 모든 것을 제한하는 것은 아니고 SNS나 어플리케이션은 태블릿이나 PC에서 접속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데 단지 교내에서 수업이나 활동할 때 스마트폰 사용을 제한하는 조치이다. 기본적인 통화가 가능한 구형 휴대폰을 지급하기 때문에 단절감을 느끼지 않았으며 시도 때도 없이 울리는 알림음과 어플리케이션은 해방감마저 불러일으켰다. 또한 아무런 방해없이 산책을 하거나 학습에 몰입을 할 수 있었고 친구가 많아졌는데 졸업 후에도 이런 생활을 유지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고 한다.

프랑스 파리의 한 지자체도 올해 들어 공공장소에서 스마트폰 사용을 금지하는 헌장을 주민투표로 통과시켰다. 스마트폰 중독의 심각성을 환기하려는 차원의 선언에 불과하지만 의미있는 조치이다. 이번에 통과된 헌장은 연령과 관계없이 모든 공공장소나 상점 등 사람이 모이는 장소에서는 스마트폰 사용을 금지하는데 공간의 운영주체가 스마트폰 사용을 금지한다는 안내문을 부착해야 한다는 내용과 15세가 되기 전에는 스마트폰을 사주지 않겠다는데 동의하면서 구형 휴대폰을 어린이에게 지급하는 내용도 포함되었다고 한다. 지역사회 공공장소가 노스마트폰 존이 되는 것인데 공공장소에서 다른 사람들과 좀 더 소통의 시간을 경험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미 우리는 스마트폰의 폐해에 대해서 잘 알고 있다. 특히 스마트폰은 청소년들에게 더욱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는데 이는 청소년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SNS를 통해 불법적인 도박 사이트 접속뿐만 아니라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마약 등에 노출되기 쉽다는 것이다. 또한 폭력적이고 자극적인 온라인 컨텐츠는 청소년들의 모방을 조장하기도 하고 학습에 몰입할 수 없게 만들기도 한다.

그런데 사실 이런 폐해들보다 스마트폰과 관련한 더 중요한 문제가 있다. 스마트폰을 포함함 컴퓨터 그리고 텔레비전 등 스크린을 통한 정보는 우리 뇌에서 정보로 처리되기보다 실제로는 자극에 가까우며 이런 자극과 같은 정보를 처리하기 위해서 우리의 뇌는 지나치게 과부하되게 된다는 것이다.

우리는 가끔 컴퓨터나 스마트폰으로 문서를 보더라도 처음부터 끝까지 보지 못하고 단어중심으로 보거나 중요한 부분만 보는 경험을 한다. 이런 경험은 우연한 것이 아니라 우리 뇌가 빛과 그래픽과 같이 제시된 많은 정보를 동시에 처리하는 것을 힘들어하기 때문이다. 이런 정보처리 패턴은 정작 어떤 판단이나 선택을 위한 생각을 해야 할 때 전혀 뇌가 작동하지 않는 결과를 낳는다. 우리 삶을 둘러싼 스크린에 지나치게 노출되면 정작 어떤 선택을 위해 생각을 해야 할 때 생각을 하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하는 것이다.

특히 우리사회는 다른 나라보다 더 발달된 인터넷 환경으로 디지털화된 사회로 이와 관련된 게임이나 어플리케이션이 생활 속 전반에 활용되고 있으며 우리 삶의 일부가 되었다. 청소년들의 디지털기기 숙련도는 모든 영역의 비즈니스와 문화를 선도하고 있으며 이것은 우리 사회의 강점으로 사회 전 분야에 걸쳐 디지털과 데이터화의 적용이 시도되고 있으며 장려되고 있다. 이런 긍정적인 요소와 별개로 사용연령과 관계없이 스마트폰을 비롯한 수많은 스크린 속에 살아가는 우리사회는 그 이면의 부작용을 경험할 수 밖에 없다.

앞서 언급한 유럽의 국가들처럼 우리사회 또한 청소년 인권의 측면과 스마트기기의 폐해사이에서 고민을 하고 있다. 영국에서와 마찬가지로 청소년들에게 학교에서 스마트폰을 제한하고 있지만 스마트폰과 그 관련 컨텐츠에서 자유롭지 못하며 학습이나 관계는 물론 가정에서도의 갈등을 야기시킨다. 청소년을 포함해 연령에 관계없이 한시도 스마트폰과 떨어져 있지 않으며 이는 불안을 가중시키기도 한다.

현대 융합된 기술의 상징인 스마트폰은 잘 사용하면 득이 되지만 그 부작용은 늘 존재해왔다. 지금이라도 우리사회에서 연령에 관계없이 사적공간을 제외한 여러 공적공간에서는 노스마트폰 존이 확대되어 대상과 목적에 몰입하는 경험을 선사하고 다른 사람과 교감하는 것을 맛볼 수 있다면 공동체이 기능을 회복하는 것은 물론이며 우리 뇌를 잠시 쉬게해 스마트폰 사용을 조절할 수 있는 힘을 기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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