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논단] 대학 담장 허물기와 지방소멸방지대책
[대구논단] 대학 담장 허물기와 지방소멸방지대책
  • 승인 2024.03.12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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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덕호 대구대학교 명예교수
지방 소멸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며, 정권이 바뀔 때마다 수많은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그 이유는 문제의 본질을 정확히 인식하지 못하는 데서 비롯된다. 많은 사회문제는 여러 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듯이 지방 소멸도 여러 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대학, 정부, 기업들이 서로 연쇄적으로 물고 물리면서 점차 소멸이 가속화되는 방향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역대학들은 인재 양성, 지역경제 발전, 지역문화의 창달 등 다양한 기능을 수행하는 중요한 기관이다. 특히 지역사회의 인재 양성 기능을 통해 지역경제 발전의 원동력을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그 중요성이 더욱 강조된다. 지방정부는 지역대학의 이러한 기능을 강화하고, 지역경제 발전을 촉진하기 위해 다양한 구실을 할 수 있다.

대학의 담장을 허물어 지방 소멸을 방지하기 위한 대책은 한국 사회에서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는 주제이다. 이는 교육의 질과 접근성을 높이고, 지역의 발전을 촉진하기 위한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성공적인 학산관 융합의 예를 소개하면 포르투갈의 리스본과 포르투를 중심으로 크게 발전하고 있는 전통음악 ‘파두(Fado)’의 성공사례에서 좋은 교훈을 얻을 수 있다. 파두 음악은 주로 유명관광지의 식당에서 연주되고 있는데 여기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대학교 4학년으로 취업전선에 나갈 학생들과 은퇴한 음악인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평소에는 식당 종업원으로 일하고 공연시간에는 직접 공연에 참여하게 된다. 따라서 일반 시민들과 관광객들은 맛있는 음식과 함께 전통음악을 즐길 수 있다. 또한, 지방정부는 파두 음악과 관련된 각종 지원계획을 장려하고, 교육, 마케팅, 이벤트 계획 등에 필요한 자금을 지원한다.

따라서 산업(식당)이 곧 대학생들의 현장 연습장이 되고 지방정부가 이를 지원함으로써 학생들과 은퇴자들은 직장을 마련할 수 있고, 산업은 안정적인 고용이 가능하며, 대학은 연습장을 마련할 수 있으므로 학산관 일체형 협업체계가 마련되어 그 지역이 발전하게 된다.

취업을 준비하는 대학생들은 자기 전공 분야의 사회를 학창시절에 미리 경험해 볼 좋은 기회가 된다. 이처럼 관산학 일체형 협업체계는 대학의 인문학과 예술, 사회과학, 공학 등 전 전공영역으로 확대될 수 있으며, 대학과 산업 및 지방정부가 일체형으로 협력할 경우 지역의 새로운 활로가 될 것이다. 보다 구체적으로 대학의 담장을 허물고 시민 속으로 들어감으로써 시민들의 교육 접근성을 높이고 사회와 대학 간의 경계를 없애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대학이 지식과 연구 성과를 사회와 공유하고, 지역사회와의 협력을 통해 사회적,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역할을 확대하는 것이다.

특히, 지방 대학들이 지역사회와 긴밀히 협력하여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고, 지역 인재를 양성하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 예를 들면 공과대학의 실험실이 지역의 공단으로 들어감으로써 공단에서 필요한 인재의 확보와 함께 늘 신기술에 노출되어 산업의 선진화는 말할 것도 없고 학생들도 미리 사회의 경험을 하게 함으로써 그 지역의 경제 활성화에 크게 이바지할 것이다.

지방 소멸은 저출산 고령화와 함께 지방 인구의 지속적인 감소로 인해 지역 경제가 쇠퇴하고, 지역사회의 기능이 약화하는 현상으로 단순히 인구 감소의 문제를 넘어서 지역 공동체의 붕괴와 국가 경쟁력의 약화로 이어지게 된다. 따라서 학산관 일체형 협업체계의 성공을 위해서는 지방 대학에 대한 재정적 지원을 확대하고, 지역사회와 연계된 연구 및 교육 프로그램을 강화하여 지역 인재를 유치하고 유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지방 대학의 연구 성과가 지역사회 발전에 직접 기여할 수 있도록 연구 주제와 방향성을 지역 맞춤형으로 설정할 필요가 있다. 특히 지역 공단과 농어촌의 회생을 위해서는 젊은 인재들은 자신의 직장을 마련하고 은퇴한 사람은 인생 2막의 직장을 마련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다.

대학 담장을 허물고 지방 소멸을 방지하기 위한 이러한 제안들은 교육과 지역 발전이 상호 의존적이라는 인식에서 출발한다. 대학이 지역사회와 긴밀히 협력하여 지역 발전에 이바지하고, 지역사회가 대학의 발전을 지원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나가야 한다. 이러한 접근은 지방 대학 살리기와 지방 소멸 방지대책뿐만 아니라 정부 부처 간, 도시와 농·어촌 간 등 사회의 모든 분야에 장벽 없애기를 통하여 국가의 각 분야가 고루고루 상생발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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