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포정리·폐업 등 현수막 즐비
“예전엔 손님·소매 점주들로 붐벼
지금은 월세만 겨우 내는 지경”
무인 문구점은 방과후 학생 ‘북적’
12일 점심 무렵 찾은 대구시 북구 칠성시장 완구골목은 새 학기 준비로 붐벼야 할 대목인데도 한산한 모습이다.
골목 입구를 지나자마자 문이 닫힌 가게 앞에는 ‘임대 문의, 폐업, 점포정리, 땡처리’가 적힌 현수막이 붙어 있었다.
이곳에서 30년간 문구류 도매점을 운영한 김혜숙(66)씨는 “예전 이맘때는 새 학기 준비물을 사러 온 손님과 물건을 떼어 가려는 소매 점주들로 정신없이 바빴다”며 “이제는 인건비도 부담스러워 직원들도 다 내보내고 혼자 가게를 지키고 있다”고 한숨 쉬었다.
인근 상가는 몇달 뒤 폐업을 앞두고 모든 상품을 50% 할인 판매하고 있었다.
물건 위에 쌓인 먼지를 털던 주인 강모(54)씨는 “장사가 안된 지는 꽤 됐다. 요즘 사람들이 시장으로 학용품을 사러 오겠냐”며 “물건을 반값에 내놓아도 사가는 사람이 없어 겨우 월세만 내고 있다”고 혀를 찼다.
2000년대 초반 학교 앞 문구점이 활성화되면서 도매상 역할을 하던 칠성시장 완구골목은 저렴하게 문구류를 사려는 손님들로 넘쳐났다.
호황기를 누렸던 칠성시장 완구골목의 상권은 해를 거듭할수록 쪼그라들면서 완구골목 내 60여곳이 넘던 가게가 절반가량 줄어 현재 30여곳만 남아 자리를 지키고 있다.
학령인구 감소와 교육청의 학습 준비물 지원으로 문구점을 찾는 수요가 줄어든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전국 6~12세 초등학교 학령인구는 2004년 411만8천명에서 올해 248만5천명으로 39.7% 급감했다. 대구는 2007년(19만9천471명) 20만명 선이 무너지고 올해는 11만3천명으로 10만명을 겨우 넘었다.
게다가 대형 생활용품점, 온라인 쇼핑몰, 24시간 무인가게 등이 생겨나면서 가격 경쟁력마저 밀려 입지가 더 좁아졌다.
무인 문구점은 각종 문구와 주전부리를 1천~2천원에 판매하고 있어 학생들에게는 방과 후 단골 방문 코스로 불려질 정도다.
칠성동 옥산초 앞 무인 문구점을 찾은 도수진(10)양은 “준비물 사러 학교 앞 무인 문구점을 자주 온다. 가격도 싸고 게임 카드도 있다”며 “완구골목이 뭐에요?”라고 되물었다.
김유빈기자 kyb@idaeg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