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문예회관 ‘즉흥 움직임’ 공연, 예술인·시민 어울려 라이브 음악에 맞춰 춤을~
대구문예회관 ‘즉흥 움직임’ 공연, 예술인·시민 어울려 라이브 음악에 맞춰 춤을~
  • 황인옥
  • 승인 2024.03.13 21:2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시나리오 없이 느낀 감정 표현
“음악에 몸을 맡기니 동작이 절로
내 몸짓이 예술이 되다니 감동”
temp_1710291445316.927059785
시민과 예술인이 함께한 문화예술회관 기획 ‘즉흥 움직임’ 공연 모습.

인간은 누구나 저마다의 잠재력을 가지고 태어난다. 살아가면서 스스로의 노력과 긍정적인 환경이 충족됐을 때, 숨죽이고 있던 잠재력은 큰 호흡과 함께 폭발한다. 그러나 이런 상황은 성공한 사람들에게만 주어지는 특별한 일로 치부된다. 누구나 인정할 만큼 발현된 누군가의 잠재력은 그 만이 타고난 재능으로 인식하는 것이다. 그러나 작은 사건을 통해 내재된 잠재력을 확인할 때가 있다. 이럴 때 잠재력을 발산하는 것이 누군가의 특권만은 아니라는 것에 새삼 감동한다.

지난 9일 대구문화예술회간 팔공홀에서 열린 ‘즉흥 움직임’ 공연은 누구나 예술적인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는 무대로 부족함이 없었다. 무대 위에서 펼쳐진 풍경은 낯설면서도 신선했다. 먼저 객석 배치가 예상을 뛰어넘었다. 무대 위 가장자리 3면에 관객들을 배치했다. 공연 콘셉트와 공연 참가자들도 독특하기는 마찬가지. 시민이 무대 위의 무용수가 되고 전문 무용수와 함께 음악을 듣고 즉흥적으로 움직임을 표현했다. 공연에 참가한 시민들은 스스로 내재된 예술적인 잠재력을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이날 공연은 문화예술회관이 기획한 ‘아츠스프링 대구 페스티벌’의 일환으로 진행한 ‘즉흥 움직임’이었다. ‘아츠스프링 대구 페스티벌’은 ‘예술은 우리 모두의 것(Arts for Everyone)’이라는 슬로건 아래 지역 예술인과 시민 모두가 즐길 수 있는 기획이다. 특히 ‘즉흥 움직임’은 해외에서 새롭게 부각되고 있는 즉흥 무용 형태로 알려져 있다.

‘아츠스프링 대구 페스티벌’의 첫 시작으로 진행된 ‘즉흥 움직임’은 지난 7일부터 10일까지 총 16회에 걸쳐 팔공홀에서 열렸다. 이날 공연은 예술가와 시민으로 구성된 10여명의 참가들의 즉흥 몸짓으로 진행됐다. 지역 예술인과 공모를 통해 선정된 예술을 사랑하는 시민이 함께 무대에 올라 무언의 교감으로 예술혼을 발산했다. 시민이 무용수처럼 공연의 일원이 되어 예술적 끼를 발산했다.

‘즉흥 움직임’은 지역 극장에서 그동안 시도된 적 없는 참여형 공연이다. 일반 관객에게는 조금 낯설게 느껴지는 일명 ‘컨택 즉흥(Contact Improvisation)’이라는 행위다. 자유로움, 즐거움, 운동 및 신체 탐구를 원하는 사람들이 모여 춤을 추고 몸짓으로 대화하는 것을 말하며, 해외에서 새롭게 부각되고 있는 즉흥 무용 형태다.

공연 시작전부터 반응은 뜨거웠다. 공연에 참가할 시민 참가자 모집에 100여을 훌쩍 뛰어넘는 인원이 신청했다. 이들 중 사전 모집된 시민 100여 명이 지역 연주자 30인과 서로 교감하며 16회의 공연을 펼쳤다. 1회 공연에 예술인과 시민 등 참여자 10명 내외로 한 팀을 꾸렸다. 이들이 클래식, 아프리칸 타악, 재즈 드럼, 국악 타악, 랩탑 앙상블 총 5가지 장르 중 하나에 맞춰 움직임을 선보였다.

이번 기획에선 참여자의 연령, 성별의 경계 없이 누구나 지원이 가능했다. 즉흥 움직임이라고 무턱대고 무대에 오를 수는 없는 일. 워크숍을 통해 참가자들이 자신의 신체 구조를 인지하고 간단한 움직임을 몸으로 표현하는 방식을 익히는 시간을 가졌다. 하지만 무대에는 시나리오 없이 올랐다. 그야말로 즉흥이 콘셉트였다.

시나리오는 없었지만 음악에서 춤 창작의 아이디어는 제공하려는 것이 이번 기획에서 음악감독을 맡은 서영완의 생각이었다. 그는 “‘참가자들이 음악에 서사를 넣으면 어떤 반응을 할까?’라는 생각으로 음악에서 서사를 넣으려 했다”고 했다. 음악에서 느낀 감성을 춤으로 발산하도록 하려는 의도였다. 이날 음악을 라이브로 하고, 즉흥연주까지 추가한 것은 시민들의 눈높이에 맞춰 흥을 돋우려는 의도였다. 서영완의 음악적 터치들이 시민들과 어떻게 상호작용할지는 그도 미지수였다. 하지만 막상 공연을 펼치니 예상 밖의 풍경이 펼쳐졌다. 그는 “참가한 시민들의 춤에서 각자 살아온 삶의 향취가 묻어나는 것을 보고 정말 놀랐다. 물론 의도한 것보다 훨씬 더 시민들이 공연에 녹아들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누군가가 차려진 밥상에서 거나하게 놀려면 스태프들의 준비가 필요하다. 소공연이지만 16회의 공연에 필요한 음악과 영상 그리고 눈에 보이지 않지만 수많은 부대요소들이 제공돼야 한다.

이번 공연을 기획한 회관 측은 애초에 기획 단계에서 시민들이 지역 예술인들이 차려진 밥상 위에서 놀면서 좋은 추억을 쌓는 것을 방향성으로 했다. 시민들과 지역 예술가들이 한 무대에서 공연 참가자로 교감하며 공연에 대해 더 친근하게 다가가도록 하려는 의도 또한 부가돼 있었다.

이날 시민 참여자와 함께 무대에 오른 백찬양 무용수는 “시민들의 움직임은 틀에 박혀 있지 않고 자유로웠다. 그런 부분은 전문 무용수인 내게 신선한 자극이 됐다”고 했다. 특히 “연세가 많으신 참가자분이 너무 열정적으로 몸짓을 발산하는 것을 보면서 큰 감동을 받았다”며 그날의 분위기를 전했다.

가장 감동을 받은 것은 시민참가자였다. 이번 기획에 3차례 무대에 오른 40대의 김소영(자영업자) 씨는 “사실 공연은 예술가가 하는 것이고 우리는 객석에서 감상하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무대에 오르니 내 몸짓이 예술이 될 수 있다는 지점에서 또 다른 감동이었다”고 전했다. 사실 그는 소극적인 성격의 소유자였다. 그런데 무대 위에 오르자 언제 그랬느냐는 듯 무대 위에서 자신감을 찾아갔고, 거리낌 없이 몸짓을 표현했다.

대학원에서 박사 논문을 쓰고 있는 중이라는 또 다른 참가자인 40대 도영희 씨는 “무대 위에서 편안함과 해방감을 느꼈다”고 했다. “음악을 듣고 자연스럽게 몸을 음악에 맡겨서 동작으로 나오는 것을 경험하면서 너무 좋은 기분을 느꼈다”고 그날의 감동을 떠올렸다. 그는 애초에 1회의 공연 참여를 계획했지만 1회 공연 이후의 감동과 자신감에 힘입어 3회의 공연에 참여하며 이번 기획의 의미를 충분히 경험했다. 매 공연마다 음악 장르가 달라서 또 다른 표현이 가능하다는 것에 매력을 느껴 다수의 공연에 참가해 볼 것을 희망했다. 그는 “이번 공연을 통해 너무 행복했고 공연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가지게 됐다”며 “이런 시민 참여형 공연들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대구, 아00442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많이 본 기사
영상뉴스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