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동훈의 정치력 시험대가 된 당정갈등
[사설] 한동훈의 정치력 시험대가 된 당정갈등
  • 승인 2024.03.20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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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17일 이종섭 호주대사에 대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즉각 소환 통보를 해야 하고, 이 대사는 즉각 귀국해야 한다”고 하는 한편 MBC 기자를 향해 ‘회칼 테러’ 발언을 한 황상무 수석에 대해서도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발언이라며 본인 스스로 거취를 결정해야 한다”고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대통령실은 “공수처가 조사 준비가 되지 않아 소환도 안 한 상태에 재외 공관장이 국내에 들어와 마냥 대기하는 건 매우 부적절하고, 황 수석도 언론사 관계자를 상대로 어떤 강압 내지 압력도 행사해 본 적 없다”며 사실상 한 위원장에게 ‘선을 넘지 말라’는 경고성 메시지를 던졌다. 대통령실의 이러한 반응에 대해 한 위원장은 매일 출근길 기자들과의 질의응답도 생략하는 등 침묵으로 일관하여 정치권에서는 지난 1월 한 위원장과 윤 대통령이 공천 문제와 김건희 여사 명품 가방 논란 등으로 사퇴 압박을 받았던 한 차례의 갈등을 상기하며 ‘2차 윤·한 대전’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어 한 위원장의 정치력이 또다시 시험대에 오르게 되었다.

하지만 지난 19일 한 위원장은 국민의힘 총선 공천자대회가 끝난 뒤 “국가의 운명을 좌우하는 중대한 선거를 앞두고 민심에 민감해야 한다며 이종섭·황상무의 거취와 관련하여 제가 말씀드린 입장엔 변화가 없다며 재차 대통령실의 결단을 촉구하여 당정갈등이 깊어지는 모양새가 도출되었다.

대통령실과 절대 각을 세우지 못할 것이라는 세간의 평가와는 달리 한 위원장의 이러한 태도는 총선을 불과 20여일 앞두고 이종섭 호주대사 임명과 황상무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의 부적절한 발언으로 정부·여당에 역풍이 불어 서울 등 수도권과 중도층 중심의 여론이 급속히 악화되었기 때문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즉 최근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 서울 지역 정당지지도가 불과 한주 만에 15%p나 급락한 30%로 32%인 민주당에 다시 역전 당한 위기감의 발로인 것이다.

이번 총선에서 패할 경우 윤석열 정부는 소위 식물정부로 전락하고, 한 위원장 자신의 정치생명도 기약할 수 없게 된다. 결국 총선을 앞두고 ‘당정 갈등’이 고조되는 모습은 바람직하지 않다는데 공감하고, 20일 윤 대통령은 황상무 수석의 사의를 수용하고, 이종섭 대사는 곧 귀국한다고 한다. 한 위원장의 요구가 받아들여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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