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반국가세력
[데스크칼럼] 반국가세력
  • 승인 2024.03.26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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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현 정경부장
윤석열 대통령이 26일 국무회의에서 내년도 예산안에 R&D(연구개발) 투자 규모를 대폭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지난해 예산안을 짜며 우리나라 R&D 예산을 4조원 넘게 5조원가까이 삭감했다는 보도이후 과학계의 반발이 많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카이스트에서 물리천문학을 전공한 후 기초과학자로 일하고 있는 박모씨의 최근 오마이뉴스 인터뷰를 보면 윤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사후약방문으로 보인다. 올해 40세인 박연구원은 R&D 예산을 지난해 4조 원 넘게 깎은데 대해 ‘이미 망했다’라고 말한다.

그는 정부가 내년에 삭감된 예산을 일부 원상복귀하겠다고 말해왔지만 “기초과학의 한 세대가 이미 포기하거나, 해외로 나가거나, 다른 길을 가고 있다. 중간 세대가 붕괴해 그다음 세대를 키울 사람이 없다”고 했다.

올 7월 정도면 그는 중국 국책기관에서 일하게 된다. 일하던 곳에서 계약이 종료돼 해외 100여 곳에 이력서를 낸 끝에 중국행이 결정됐다. 본인의 희망이 아니라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정부의 올해 예산삭감 영향은 중장기를 생각할 필요도 없이 당장 기초과학이 괴멸되고 멸종된다는 것이 문제다. 연구자들이 한국을 떠나면 다음 후배를 키울 사람들이 없게 되고 몇 년의 공백이 20~30년의 격차를 만들어 기초과학 분야 한 세대가 사라지게 된다는 것이다. 기초과학분야 연구예산은 외환보유고가 없어 전국민이 고통받던 IMF 시절에도 삭감하지 않았던 예산이다.

우리가 반도체, 백색가전 등 일본과의 경쟁에서 이길 수 있었던 이유가 세계수준의 기술력이었는데 이제 30년을 뒷걸음질 하게 됐다. 우리가 선진국을 모방하던 시절에는 연구개발 투자가 다소 적어도 베끼며 살아갈 수 있었지만 선진국 반열에 들어서면 연구개발 투자를 더 늘려야 현재의 상태를 유지하거나 나아갈 수 있다.

이정부 들어 ‘독도가 일본 땅에 포함됐나’ 착각이 들 정도로 국가가 공식적으로 말도 안되는 인쇄물들을 내 놓기도 했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는 적극 찬성하고 나섰다. 일본보다 더 찬성하고 나서니 일본에서도 의아해 하는가 하면 친일정부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중국에 대한 반감을 취임도 하기전에 드러내면서 대중 수출이 급감했고, 무역수지는 사상 최악이다. 어느나라든 견제와 균형의 외교를 하기 마련인데 미국과 일본에 치중된 외교가 결국 서민경제를 망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화장품을 수입하던 중국이 수입선을 일본으로 돌렸다. 우리가 중국으로부터 외면받는 사이 일본이 잃어버린 30년을 뚫고 경제회복길에 들어섰다.

연구개발 예산 삭감은 누구를 위한 정책인가. 중국을 그렇게나 무작정 비난한 이유가 무엇일까. 정부안에 일베가 있다는 의심을 받으면서도 독도를 등한시하는 이유는? 일본이 가장 이익을 보는 정책이다. 한국의 (기술)발전 가능성을 끊고 독도 영유권을 주장할 수 있고 오염수 문제도 해결 하게 됐으니 이 정부가 최상의 선택을 해 준거다.

지금까지 어느 누구도 생각할 수 없던 결정을 아무런 거리낌없이 하는 것을 보고 많은 사람들이 고개를 갸우뚱거린다. 국가를 발전시키기보다 후퇴시키는 세력, 국민들을 안심시키기 보다 먹거리에서부터 불안을 조성하는 세력, 상대방과 대화하지 않고 분열과 갈등을 조장해 나라를 어지럽게 한다면 이들을 보통 반국가 세력이라고 부른다. 심지어 한 방송인은 일찌감치 정부에 간첩이 있는 것이 아니냐고 우스개에 가까운 말을 하기도 했다. 사과값이 오르고 저소득층에게 주어지던 각종 복지혜택이 감소되는 것은 이해할 수 있지만 연구개발 예산을 삭감하는 것은 제정신을 가진 한국인이라면 도저히 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무역수지 순위를 보면 한국이 181위를 기록했고 북한은 111위를 기록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역대 최악의 제조업 지수 등 각종 경제지표가 끝모를 추락을 하고 있지만 현재의 언론만 보면 우리나라 경제에 별일이 없는 듯 하다. 문재인 정부때는 최저 임금 인상 하나 때문에 나라가 망하게 됐다고 했었다. 수출이 안되니 원자재 수입을 줄이게 되는 불황형 흑자라도 잠시 발생하면 경제가 좋아졌다는 보도가 쏟아진다. 탈중국을 선언한 대가는 지금 나타나고 있지만 연구개발 예산 삭감의 영향은 서서히 한국을 침몰시킬 것이다.

거리에 종북세력 척결이라는 선거 현수막이 보인다. 지금 종북세력 척결을 외칠 때인지, 반국가세력을 찾아낼 때인지 선거결과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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