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구벌아침] 나를 돌아보는 글쓰기
[달구벌아침] 나를 돌아보는 글쓰기
  • 승인 2024.03.27 21:5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신은주 복현중 교사
역설적이게도, 어떤 말을 하다가 문득 ‘글의 힘은 강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글은 메시지나 정보를 전달하기도 하고, 상대를 설득하기도 한다. 그 외에도 다양한 기능들이 있지만, 그중 내가 좋아하는 것은 ‘기록’으로부터 시작된다. 내가 보고 듣고 경험한 것을 기록하기도 하고, 그 일을 통해 느낀 점을 기록하기도 하고, 변화해가는 내 마음의 자취를 기록하기도 한다.

1년 넘게 본업과는 무관하게 디지털 관련 공부에 열정을 쏟아붓던 어머니께서 “요즘 드라마나 영상을 자꾸 본다. 큰일이다.”라고 하시길래, “엄마, 그럼 기록을 남겨봐요. 분명 드라마를 보고 깨달은 무언가가 있을 거예요. 보고 나면, 딱 한 줄만 기록해보세요.”라고 말씀드렸다. 아무것도 남기지 않으면 드라마도 보는 것에서 끝나고 말지만, 보고 난 뒤 느낀 점이나 적용할 점을 한 줄이라도 남기면 생각지도 못한 순간에 쓰임이 생기곤 한다.

한창 육아를 하며 코로나까지 터져 답답함이 극에 달하던 시기에, 12주 동안 <아티스트 웨이>라는 책을 읽으며 새벽에 일어나자마자 떠오르는 모든 감정과 생각들을 노트에 쏟아붓고, 변화해가는 내 마음 상태를 나누는 온라인 모임에 참여했다. 모든 것에 화가 나고 자꾸 분노가 치밀어오르던 시기였는데, 새벽에 글로써 비우는 시간을 가지는 것만으로도 마음에 약간의 틈이 생겼다.

시간이 지나 글쓰기 모임에 참여했다. 한 달 동안, 매일 새벽 6시에 모임을 주최하는 작가님이 제시하는 주제로 글을 써서 밤 12시 전에 블로그에 발행하면 미션이 완료되는 모임이었다. 새벽에 일어나 주제를 확인하고 1시간 정도 대략적인 글을 쓴 후, 하루 종일 퇴고를 했다. 가족들에 대한 글을 쓴 날이면, 아침에 부스스한 모습으로 일어난 가족들이 왠지 더 사랑스럽게 느껴졌다.

단순한 암기가 아닌 ‘내가 필요로 하는 정보를 잘 찾아내는 능력’이 중요한 시대라고 한다. 하지만 그 전에 ‘내가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먼저 알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생각을 들여다보고, 내가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모르고 있는지 파악할 수 있는 ‘메타인지 능력’이 선행되어야 한다. 내가 어떤 것에 강하고 어떤 것에 취약한지 아는 것은, 단순히 학습을 넘어 ‘잘 살기 위해서’도 중요하다.

새로운 단원을 배우며 아이들에게 “이 단원을 왜 배우는지”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써보라고 했다. 정해진 답은 없다고 했다. 글로써 나를 마주하면, 나도 미처 깨닫지 못했던 나의 감정이나 생각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기 때문이다.

나의 휴대폰 메모장에는 그때그때 떠오른 생각, 관찰한 것들, 기억하고 싶은 문구 등이 저장되어 있다. 이따금 메모장을 훑어보며 ‘이런 생각을 했구나’ ‘참, 이런 걸 다짐했었지?’ ‘이렇게 계획했구나’하고 내 생각들을 돌아본다. 현재의 생각을 첨가하거나 변경된 계획을 수정하거나, 의미 없어진 메모를 지워버리기도 한다. 그 메모들을 엮어 칼럼으로 쓰기도 한다.

많은 순간들이 남기지 않아 휘발돼버리고 만다. 그리고 많은 순간을 알아채지 못하고 넘어간다.

단 한 줄의 기록으로부터 시작하자. 그 기록은 더 묵직한 무언가로 돌아올 것이다. 지금 내 기분은 어떤가? 왜 그런 기분을 느꼈나?

글로 써보며 무엇을 느꼈나?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대구, 아00442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많이 본 기사
영상뉴스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