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공시론>맘에 안 들어도 맞춰 살아야 하는 이유
<팔공시론>맘에 안 들어도 맞춰 살아야 하는 이유
  • 승인 2011.03.27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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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규성 논설위원

원숭이가 불교와 어떤 긴밀한 관계가 있는지 알지 못한다. 그러나 절이 산속에 있고 원숭이도 산속에 살기 때문에 존재하는 공간의 공유를 통해 연결되었을지 모른다. 어쨌든 불교와 인연이 있는 원숭이들이 우리에게 깨달음을 제공해주기도 한다.

미얀마의 한 절 숲속에 원숭이 한 마리가 살고 있었다. 그 절의 스님들은 음식이 남으면 숲속으로 가져와서 원숭이에게 나누어주곤 했다. 한 번 두 번 반복됨에 따라 스님들이나 원숭이 모두 의심치 않고 그런 관행을 보시와 감사로서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

계절이 바뀌고 어느덧 그 절에 새로운 스님이 오게 되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새로 온 이 스님은 웬일인지 남은 음식을 원숭이에게 갖다 줄 때마다 손으로 원숭이 머리를 한 대씩 치는 것이었다. 원숭이는 처음에는 어리둥절했다. 무슨 이유에서 스님이 자신의 머리를 때리는 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에게 음식을 갖다 주는 스님에게 감히 대들지 못했다.

그러나 이런 일들이 반복되자 도저히 참을 수 없었던 원숭이는 절간으로 들어가 부처님께 절을 올리고 소원을 빌었다. 원숭이의 소원은 자신에게 음식을 주는 것은 고맙게 생각하지만 음식을 줄 때마다 자신의 머리를 때리는 스님이 다른 곳으로 갔으면 좋겠다는 것이었다.

부처님은 원숭이의 소원을 들어주었다. 음식을 갖다 줄때마다 원숭이의 머리를 때리던 스님은 어디론가 다른 곳으로 가고 새로운 스님이 오게 되었다. 그런데 이게 무슨 날벼락인가? 새로 온 이 스님은 음식을 줄 때마다 머리를 한 대씩 때리던 이전 스님과는 달리 음식을 주면서 머리를 두 대씩 때리는 것이 아닌가?

원숭이는 처음에는 어리둥절했다. 새로 온 스님이 자신의 머리를 왜 두 번씩 때리는 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에게 음식을 갖다 주는 스님에게 감히 대들지 못했다. 그러나 한 번 두 번 반복되자 도저히 참을 수 없었던 원숭이는 또 다시 절간으로 들어가 부처님께 절을 올리고 소원을 빌었다. 원숭이의 소원은 음식을 줄 때마다 자신의 머리를 두 번씩이나 때리는 이 스님이 다른 곳으로 갔으면 좋겠다는 것이었다.

부처님은 또 다시 원숭이의 소원을 들어주었다. 음식을 갖다 줄때마다 원숭이의 머리를 두 번씩이나 때리던 스님은 어디론가 다른 곳으로 가고 또 새로운 스님이 오게 되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최악이었다. 새로 온 스님은 음식을 줄 때마다 머리를 두 대씩 때리던 이전 스님과는 달리 음식을 주면서 머리를 세 대씩 때리는 것이 아닌가?

원숭이는 황당했다. 새로 온 스님이 자신의 머리를 왜 세 번씩 때리는 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절간으로 들어가 부처님께 절을 올리고 소원을 빌지 않았다. 대신 절 숲속 나무위의 안식처에서 원숭이는 고민에 휩싸였다. 지금까지 자신에게 벌어졌던 이 모든 상황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런 일이 있은 후, 원숭이는 음식을 줄 때마다 자신의 머리를 세 번씩이나 때리는 스님을 이해할 수 없었지만 묵묵히 참아 냈다. 그런데 절의 스님이 바뀔 때마다 매번 원숭이가 소원을 빌러 오던 법당의 부처님은 원숭이가 소원을 빌러 오지 않자 궁금해졌다.

그러던 어느 날 그날도 머리를 세 대씩이나 맞으며 스님이 준 음식을 먹고 절 숲속 나무 위 안식처에서 낮잠을 즐기던 원숭이의 꿈에 부처님이 나타났다. “얘야, 요즘은 왜 소원을 빌러 오지 않느냐? 스님을 또 바꿔줄까?”

그런데 원숭이는 무슨 생각에서인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고개를 옆으로 흔들었다. 그리고는 뭔가 크게 깨달은 사람처럼 조용하게 부처님께 말했다. “부처님, 세상은 맘에 안 들어도 맞춰 살아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네 번째 오는 스님은 저를 때려죽일지도 모릅니다.”

이렇게 우리가 맘에 안 들어도 맞춰 살아야 하는 이유는 더 나빠질 가능성이 항상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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