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홍준표 대표가 10.26 재보선 개표결과와 관련해 “이겼다고 할 수도 없고, 졌다고 할 수도 없다”고 평가한 것은 서울시장을 시민연합의 무소속후보에게 내 준 반면 지방의 단체장과 기초의원 선거에서 우세했다는 것을 염두에 둔 말이지만 정치적 비중을 따진다면 한나라당 완패라는 표현이 더 잘 어울린다. 지방의 경우 한나라당은 기초단체장 10곳에서 전북을 제외한 7곳에서 승리했고 민주당 후보는 전북 2곳에서 당선됐지만 수도 서울의 참패로 의미가 반감됐다.
대구-경북지역의 경우 한나라당이 후보를 내지 않은 경북 울릉군은 무소속 후보가 승리했다. 격전지였던 대구 서구청장과 경북 칠곡군수 모두 한나라당 후보가 승리하면서 텃밭을 지켰지만 내용을 보면 간신히 자리를 지켰다는 표현이 더 잘 어울린다. 한나라당 안방의 균열을 감지할 수 있는 대목이다. 텃밭에 대한 홀대가 표심으로 나타난 것이다.
범야권 박원순 서울시장 당선자가 10년 집권 경험을 가진 민주당을 `불임 정당`으로 만든 데 이어 14돌의 연륜을 자랑하는 거대여당 한나라당을 침몰시킨 것을 보면서 텃밭에 대한 배려와 애정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아야 할 것이다.
안철수·박원순에 의한 `변화의 후폭풍’은 한나라당만이 아니라 원내 제1 야당인 민주당에 치명상을 입히고 안철수 서울대학원장을 중심으로 한 제3당의 출현이 점쳐지면서 응답자의 3분의 1이상이 지지한다는 여론조사까지 나오고 있다. 민주당은 고사하고 한나라당인들 그만한 지지를 받고 있는지 곱씹어 볼 일이다. 기성 정치권의 중대 위기인 것이다. 그만큼 20~30대의 새 정치에 대한 열망이 뜨겁다는 증거다. 민심을 떠난 정치권이 설 자리가 없음을 서울시장 선거를 통해 새삼 확인한 것이다.
서울시장 보선의 결과는 ’새 정치에 대한 갈망`으로 요약된다. 안철수를 대표주자로 한 제3의 정치세력들이 여세를 몰아 내년 총선과 대선을 향해 질주해 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인 가운데 한나라당의 생존전략은 재창당의 각오와 실천뿐이다. 더욱 레임덕의 우려가 깊고 보면 한나라당은 건곤일척의 대 결단을내려야 할 중대 시점에 서 있다. 한나라당이 사즉생(死卽生)의 각오로 좌표를 새롭게 정립하기를 국민들은 학수고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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