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미술관, 심문섭전
대구미술관, 심문섭전
  • 황인옥
  • 승인 2012.04.15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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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미술관의 중앙홀인 ‘어미홀’은 높이 18미터 너비 15미터, 길이 42미터의 규모로 웬만한 큰 오브제의 목소리도 흡수해 버릴 만큼 압도적인 공간이다.

‘어미홀’은 각 전시관으로 이어지는 길목이면서 동시에 외부의 자연이 유입되는 열긴 공간이다. 미술관 주변을 병풍처럼 둘러친 야트막한 야산의 풍광이 동(東)으로 난 통유리를 통해 자연스럽게 흘러들어와 어미홀을 한바퀴 휘감아 돈 뒤 서(西)로 빠져나가는 열린 구조를 하고 있다. 그 길을 따라 햇살과 바람과 관객도 함께 넘나들며 ‘어미홀’만의 독특한 감성을 형성하고 있다.

나무, 물, 쇠, 흙, 빛, 바람 등의 자연요소들의 연관을 통해 윤회하는 자연의 섭리를 표현하는 현대조각가 심문섭이 대구미술관 ‘어미홀’의 2012년 두 번째 전시 작가로 선정된 것은 자연스러워 보인다. 열린 공간 ‘어미홀’과 자연주의 작가 심문섭은 태생적으로 닮아 있기 때문이다.

조각가 심문섭은 경남 통영출신이다. 작가는 한국의 나폴리로 불리는 통영의 넓고 푸른 바다와 다도해의 아름다운 자연풍광이 주는 자양분을 듬뿍 받으며 성장했다. 그의 작품 심연에 통영의 바다가 보이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었을 것이다.

태생적인 ‘바다체험’은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으로든 그의 작품에 개입돼 보인다.

‘바다’에 대한 향수는 1980년~90년대에 집중적으로 제작한 그의 트레이드마크 ‘목신(木神)’ 시리즈에서도 잘 나타난다. ‘목신’의 모양새가 유선형 배나 돛의 형태를 띠기 때문.

심문섭은 “어릴때부터 통영의 바다 물빛과 파도, 갯바람과 갯벌의 질감을 느끼면서 자랐지요. 내 삶의 바닥에는 바다가 있어요. 거기 돛단배 한척을 띄워 꿈을 향한 항해일지를 써 내려가는 일, 그게 바로 내 작품입니다”라며 고향 통영 사랑을 밝힌 바 있다.

심문섭은 한국 조각의 세계화를 이끌어온 장본인이다. 19711년 파리 청년 비엔날레를 시작으로 상파울로, 시드니, 카뉴, 도쿄, 베니스를 비롯한 국제 비엔날레에 연이어 참가했으며, 각종 국제 조각 심포지엄에도 한국 대표로 출품해왔다. 2007년 프랑스 문화성 초청으로 파리 팔레 루아얄에서 개인전을 갖고, 최근에는 파리의 보두앵 르봉 갤러리에서 개인전을 갖는 등 해외 유명 랠러리에서 여러 차례 초대를 받으며 국제적 명성을 쌓고 있다.

심문섭의 대구미술관 ‘어미홀’ 전시의 주제는 ‘섬으로’다.

시원하게 탁 트인 어미홀의 5미터 높이의 상공에는 마치 새장과 같이 얼기설기 엮인 검은색 긴 원통들이 푸른 실오라기 빛을 안고 떠 있다.

10여 개의 원통들은 50센티미터 지름에 3.5미터와 5미터로 각각의 길이를 가지며 무심한 간격으로 구름인 듯, 바람인 듯 그렇게 허공을 가른다.

바닥에는 낮은 탁자처럼 보이는 정사각형의 조형물들이 조금은 불규칙하게 서로 부딪히며 일렬로 늘어서 있다.

마치 물 위를 떠 다니는 배인 듯, 부교인 듯 알 수 없는 조형물의 행렬과 나무로된 나즈막한 탁자 위 스테인리스 스틸 판 가운데로 뚫린 구멍에는 투명한 비닐관이 솟아 있다.

대구미술관의 전시작 ‘섬으로’에서 표현된 스틸에 담겨 일렁이는 물과 공중에 매달린 한 줄기 빛은 스스로 순환하는 자연의 이치의 작가적 표현으로 풀이된다.

심문섭은 “내게 있어 자연이란 ‘스스로 그러함’을 의미한다. 사실로 있는 것, 살아 있는 생명으로서의 존재가 자연이다. 자연은 침묵하는 타자가 아닌 목소리를 내는 주체로서의 인간 생존의 동반자다”며 자연관을 밝히고 있다.

조각가 심문섭은 하나의 작품으로서 완결된 형태를 추구하기보다 조각의 범주를 넓게 해석하는 작업을 주로 해온 인물이다.

소재 자체의 물성을 드러내면서 작품이 놓인 공간, 그 안의 공기, 빛과 그림자, 관객들의 시선과 동선까지도 작품의 구성요소로 끌어들이고, 이질적인 소재들을 서로 만나게 하는 방식으로 한순간 연상되는 시적 풍경으로 통섭하는 방식을 구현한다. 이번 전시 작품도 작가의 그러한 경향이 고스란히 담겨져 보는 이에 따라 다양한 해석을 가능하게 한다.

대구미술관 황성림 학예연구사는 “심문섭의 섬은 그의 기억 속 섬일 수도 있고, 조금 더 근원적인 자연일 수도 있고, 미지의 세계일 수도 있다. 그 섬이 어떠한 섬이든 우리는 심문섭이 인도하는 환유적 세계를 통해 알 수 없는 어미홀의 품, 바다에서 섬으로 가는 여정을 공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2012 대구미술관 특별전2 ‘심문섭 _ 섬으로’展은 9월 9일까지 대구미술관 어미홀에서 열린다. (053) 790-3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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