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분권 공약이라도 보고 선택하자
지방분권 공약이라도 보고 선택하자
  • 승인 2012.12.17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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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 창 흠
세종대 행정학과 교수
마침내 기나긴 제18대 대통령 선거의 여정이 막바지에 다다랐다. 단 한명의 대통령을 선출하기 위해 지난 몇 년 동안 얼마나 많은 전략을 수립하고 국민들에게 홍보하고 설득하려고 노력을 해 왔던가? 30분도 안 걸리는 간단한 투표를 위해 투표일을 공휴일로 지정하고 수천 억원의 예산을 지출하고 있다.

그런데 이렇게 중요한 선거에서 후보 선택의 기준이 되는 공약이 무엇인지,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에 대해서는 별로 관심이 주어지지 않고 있다. 대선관련 방송 토론이 수도 없이 진행되고 있지만, 경제민주화와 사회복지, 대북문제를 제외하고는 거의 쟁점이 되지 못했다.

대선후보들의 핵심 6개 공약에 대한 블라인드 테스트에서 지지후보의 공약에 대한 정답률이 55.9%에 불과하였다는 모 언론의 조사결과가 나온 것은 후보 측이나 국민들이 정책에 대해 얼마나 무관심했었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지난 10월 전문가와 시민단체로 구성된 균형발전지방분권전국연대는 “지방분권 11대 정책의제”를 발표하고, 대선후보들에게 공약으로 채택하고 실행을 약속하는 협약을 체결하자고 제안하였다. 이 정책의제 중 첫 번째가 지방분권형 개헌으로 지역생활주권 시대를 구현하자는 것이다. 박근혜 후보와 문재인 후보는 모두 적극적으로 공약에 반영하겠다는 답변서를 제출하였다. 지방분권형 개헌에서 다루어진 내용에는 대한민국이 지방분권 국가임을 대외적으로 천명하고 지방조례를 통해 입법과 과세가 가능하도록 조례의 위상을 제고하고 지역 상원제를 도입하는 등 그야말로 우리나라의 권력 구조를 근본적으로 개편하는 것들이 포함되어 있다.

민주당의 문재인 후보는 연방제 수준의 지방분권을 시행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하였다. 20%에 불과한 지방사무와 지방세의 비중을 40%까지 늘리겠다는 공약도 발표하였다. 만일 이 공약이 실행될 수 있다면 거의 지방분권은 혁명적으로 확보된다고 할 수 있다. 연방제에서 주 정부는 중앙정부가 가진 권한 중 외교와 국방을 제외한 대부분의 사무에 대해 자율적인 권한을 가지고 있다. 전체 세수에서 지방세가 40%가 되기 위해서는 부가가치세와 소득세의 거의 절반정도가 지방세로 전환되어야 한다. 그렇게 되면 지방포괄이양법에 의해 국가사무의 대부분이 지방에 이관되어야 한다.

지역 정책과 관련하여 두 후보가 이렇게 엄청난 약속을 발표하였지만 전혀 사회적으로 쟁점이 되지 않았다. 전국 방송을 기준으로 보면 그 많은 대선관련 토론이 진행되었지만 단 한번도 지역 문제를 주제로 다룬 적이 없었다. 지역 주민들 입장에서는 도대체 무엇을 기준으로 후보를 선택해야 할지 막막할 뿐이다.

그렇다고 이번 대선에서 지역공약이 발표되지 않았던 것도 아니다. 작게는 지방도로 개통에서부터 특별법 제정, 각종 특구지정, 고속철도와 항만건설, 신공항 건설 등 대규모 개발 사업이 지역정책이라는 이름으로 발표되고 있다. 총선과 대선 때는 모든 지역들이 앞 다투어 후보들에게 각종 개발사업의 추진이나 지원을 요청하고, 각 후보들은 누구도 용기 있게 이를 거절하지 못한 채 지역공약에 포함되는 수순을 거친다. 모든 지역에서 요청하는 대부분의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것은 어떤 사업도 제대로 추진하지 않겠다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국가의 예산이 한정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국가 전체적으로 수요도 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지난 수십 년 간 대구·경북지역은 호남지역과 마찬가지로 지역정당처럼 투표를 해왔다. 어떤 공약이 발표되건, 어떤 정당이 집권하여 지역이 발전했건 쇠퇴했건, 후보가 어떤 자질과 능력을 갖추었건 거의 고려대상이 되지 못했다. 속된 말로 일편단심 민들레처럼 동일한 정당에 대해 무조건적인 지지를 표명해 왔다.

그러나 그 결과는 결코 달콤하지 않았다. 2010년 대구광역시의 1인당 지역총생산액(GRDP)은 1,494만원으로 전국 평균 2,405의 62.1%로 16개 시·도 중 최하위였다. 광주광역시 보다 190만원이나 적은 수치이고 전국 최고인 울산광역시의 27.7%에 불과하다. 대구경북권의 2007~2010년간 지역 총생산 증가율은 2.1%로 각 권역 중에서 가장 낮았으며, 이 기간 동안 취업자수 증가율은 호남권 0.8% 다음으로 낮은 0.9%에 불과하였다.

지방분권과 지역균형발전 정책은 대통령 혼자만의 힘으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가 없으면 한 발자국도 나갈 수 없다는 점도 분명하다. 그래도 대통령은 국민들을 상대로 직접 정책을 홍보할 수 있고, 국회를 설득해서 지방분권 정책을 위한 법률을 개정하도록 유도할 수 있다.

지역 주민이 대접받고 지역 경제가 살아나려면 지방분권과 지역균형발전에 애정이 있고 실천의지가 있는 대통령을 선택해야 한다. 우리지역에 도로를 건설하고 개발 사업을 하겠다는 후보가 아니라 우리지역과 지역 주민들이 자존심 있게 대접받을 수 있도록 제도를 마련하겠다는 후보를 선택해야 한다. 이제라도 각 후보의 지방분권 공약이라도 다시 한번 확인하고 우리의 미래를 위해 선택을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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