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진실의 시대 열어주시길…
행복한 진실의 시대 열어주시길…
  • 승인 2012.12.19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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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묵 수성아트피아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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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불편한 진실”이라는 말이 있다. 혹자는 개그 콘서트의 코너 제목쯤으로 알 수 있겠지만, 이 말은 전 미국 부대통령이었으며, 민주당 대통령 후보였던 앨 고어가 환경 재앙의 위험을 알린 다큐멘타리 영화의 제목이었다.

여기서 불편한 진실이라 함은 우리가 현대문명의 편안함에 취하여 뻔히 다가오고 있는 환경파괴에 의한 대재앙을 외면하고 있다는 경고의 메시지다.

지난 시기 우리나라도 이와 같은 불편한 진실이 넘쳐났다. 뻔히 알지만 말할 수 없거나 외면했던 것들이다.

정권이 바뀌었다고 전임 시절 임명된 단체장을 이런저런 명목으로 잘라내고 솎아내어, 대신 그 자리에 자신을 지지했던 사람들을 임명했다. 그때마다 적당한 명분과 절차가 있었지만, 알다시피, 자기네 사람 심기였다. 즉 불편한 진실이다.

정책을 입안하고 실행하는 데에도 그런 점이 많았다.

한쪽에 제안하면 이러저런 이유와 핑계를 대어 반대하였다. 그러다가 입장이 바뀌면 또 이쪽에서 그 정책에 약간의 윤색을 가하여 제시하였고, 그러면 또 상대방이 반대하였다. 대표적인 사례가 대통령 4년 중임제와 같은 것이다. 결국 내가 하면 로맨스고 남이 하면 불륜이니, 동의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런 점 역시 불편한 진실이다.

요즘 개혁의 대상으로 떠오른 검찰의 과거 행보 역시 불편한 점이 많았다. 죄가 있다 기소해도 그것 때문인 것 같지 않고, 죄가 없다 풀어줘도 정말 죄가 없는 것 같지 않았다.

흔히 회자되는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말이 상징적으로 나타내고 있지 않은가. 그와 같은 연장선상에서 권력의 편에 서면 죄가 없고, 권력의 반대편에 서면 없던 죄도 만들어지지는 않았는지 생각해볼 일이다. 참으로 불편한 진실이다.

그렇다면 불편한 진실의 반대는 무엇일까? 편안하고 안락한 진실? 그렇지 않다. 불편한 진실의 반대는 행복한 진실이다. 왜냐하면 불편한 진실이라 함은 진실이 사람을 불편하게 만드는 것이고, 행복한 진실이라 함은 그 진실로 인하여 사람이 행복해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진실을 진실대로 말하고 누리고 나누는 시대야말로 얼마나 행복한가. 옛 고사에 나오는 태평성대(太平聖代) 혹은 고복격양(鼓腹擊壤)의 시대가 그런 시대가 아닌가.

이와 같은 시대를 이야기한 고사는 또 있다. 기원전 9세기 주나라 여왕(勵王)이 자신의 정책을 반대하는 백성들을 잡아 마구 처형을 하자 사람들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저 눈짓과 마음으로만 뜻을 품었다.

이와 같은 상황이 바로 ‘불편한 진실의 시대’인 것이다. 이때 소공(召公)이 다음과 같이 말했다.

“황제가 다스리는 법을 알 때, 시인들은 자유롭게 노래하고, 백성들은 편하게 행동하고, 역사가들은 진실을 말하고, 신하들은 마음껏 조언한다.

가난한 자들은 세금에 대해 불평하고, 학생들은 교훈들을 큰 소리로 낭송하고, 장인들은 자기 기술을 자랑하며 일자리를 찾고, 사람들은 무엇이든 주저하지 않고 말하며, 노인들은 마음 놓고 만사를 나무라는 법이다”

어떤가? 기원전 845년 전 이야기다. 진실을 진실대로 말하고 누리는 시대 아닌가? 아무런 거리낌도 없이 각자의 일을 하고, 특히 신하들이 마음껏 조언하고, 백성들은 불평하고, 노인들은 마음놓고 만사를 나무라는 세상. 참으로 행복한 세상 아닌가? 즉 진실이 진실대로 받아들여지고 행해지는 세상인 것이다.

새로운 대통령에게 바란다.

이제는 더 이상 진실이 은폐되고 감춰지는 세상이 되지 않도록, 또 국민들은 정치인의 뻔한 거짓말을 알면서도 모른 척하는 세상이 되지 않도록, 죄가 있어도 권력의 편이라서 대충 넘어가는 세상이 되지 않도록, 부자들이 더욱 부자가 되는 이유가 알면서도 모르는 척 하지 않도록, 가난한 자들이 더욱 가난한 자가 되는 이치를 외면하지 않도록, 그리고 정말 정의, 진실과 같은 말이 세상 물정 모르는 사람들의 치기쯤으로 여겨지지 않도록, 그런 국가와 국민의 세상을 만들어주길 바란다.

행복한 진실의 시대, 열어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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