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련한 추억 속에 켜켜이 쌓여있던 복고 감성이 문화라는 새로운 형태로 부활했다.
문화계와 연예계로부터 시작된 복고 바람은 다양한 분야에서도 급속도로 퍼지고 있다. 교육계도 이 대열에 합류하기에 이르렀다. 교육시장에서의 ‘복고’의 의미는 단순히 시대에 뒤떨어진 ‘구식’이 아니라 유용하지만 잊혀졌던 교육 방식을 다시금 살리고, 그 때 그 시절의 향수와 감성을 불러일으켜 마케팅 효과를 극대화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래서 1990년대 교육시장을 주름잡았던 교육의 3대 산맥, 즉, 주판, 바둑, 한문 교육이 다시금 주목을 받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복고를 주제로 한 교육여행을 신설해, 복고의 열풍으로 과거로 여행을 떠나보는 교육 프로그램이 인기를 얻고 있다.
사실 복고문화의 바람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2012년 올 한해, 그 어느 때보다도 강했다. 얼마전 치러진 제18대 대선도 복고 감성의 승리였다. 새마을운동을 추진했던 박정희 전 대통령의 딸, 박근혜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이번 대선의 가장 큰 특징은 5060세대의 결집을 꼽을 수 있는데, 故 박정희 전 대통령의 후광이 중장년층의 결집으로 이어졌고, 경제성장과 근대화라는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기억과 향수가 50대 이상의 추억을 자극해 박 당선인의 압도적인 지지를 이끈 원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외신들도 이번 박근혜 후보가 당선되는데 있어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향수가 대선 승리의 변수가 됐다는 점을 지적했다.
박근혜 당선인은 대선 기간 마지막 기자회견에서 “다시 한번 ‘잘 살아보세’의 신화를 이루겠다. 민생 대통령이 되겠다”며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향수를 자극한 바 있다.
당선이 되고 나서도 “다시 한번 ‘잘 살아보세’ 신화를 만들어 국민 모두가 먹고 사는 것 걱정하지 않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잘 살아보세’. 아버지인 박정희 전 대통령이 추진했던 새마을운동의 슬로건이다. 1970년대 새마을 가요의 제목으로 자신의 아버지 박 전 대통령 하면 떠오르는 새마을 운동의 상징이다.
우리나라의 새마을 운동은 1971년 ‘근면·자조·협동’의 기치 아래 본격화됐다. “새벽종이 울렸네, 새아침이 밝았네~ 잘 살아보세, 잘 살아보세, 우리도 한번 잘 살아보세” 1970년대 새마을운동 노래가 이장 집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면 모두가 이불 속에서 나와 빗자루를 들었다. 마을 공회당 앞에 모인 이들은 마을 길을 넓히고 벽돌을 쌓아 새집을 지었다.
권위주의 시절이었던 만큼 전 행정조직이 동원됐고, 주민들도 대거 참여해 ‘농촌의 사회적 혁명’이라고 불릴 정도로 성과를 거뒀다. 농촌지역이 어느 정도 개발되자 도시녹화, 소비절약 등 비농촌 지역으로 확대됐다.
1980년에는 새마을중앙운동본부가 세워져 관(官)이 아니라 민간이 주도하는 형태로 바뀌었다. 물론 강제적 시행으로 자발적 참여와 비판이 결여됐다는 점에서, 1972년 공포된 유신헌법과 맥을 같이 한다는 비판도 있다.
새마을 운동은 그 시대의 명암을 담은 상징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1970년대 故 박정희 전 대통령의 ‘잘 살아보세’ 구호가 2012년 제18대 대통령 선거에 다시 호출됐다.
2012년이 지나고 이 복고 열풍은 5년간 어떻게 다시 한번 ‘잘 살아보세’의 신화로 이뤄질지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