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대구 희망 만들기
2013년 대구 희망 만들기
  • 승인 2013.01.06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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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화 대구경북학회장, 경북대학교 교수
2013년이 밝았다. 여느 해 보다도 올 새해 아침은 조용한 가운데 희망과 설렘이 가득하다. 새로 출범하는 정부에 대한 기대 때문일까?

누가 나에게 올 한 해 소망을 말해 보라고 한다. 교수인 나에게 어울리지 않은 말인지 모르지만 나는 단연코 내가 살고 있는 대구의 변화라고 답한다. 대구가 새로운 희망을 만드는 해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뜻이다.

대구가 오래 동안 지역총생산이 전국 최하위권이라는 얘기도 이제 정말 듣기 싫다. 지역총생산액이 지역의 경제력을 그대로 보여주는 지표가 아니라는 항변을 감안하더라도 그것이 전혀 근거 없는 지표는 아니라는 생각이다. 뿐만 아니라 그런 계량지표는 이 지역에 살고 있는 우리들의 체감지표와 다르지 않다. 대구 지역경제는 결코 좋은 상황이 아니다. 대구가 의무급식에 가장 관심이 없으며, 복지예산이 16개 광역지방자치단체 중에서 두 번째로 적은 도시에 속하고, 무엇보다도 젊은이들이 떠나고 싶어 하는 도시라는 지적도 이제는 귀가 따갑다.

이런 사정에 대해 팔짱 끼고 있는 정치지도자들의 태도도 한심하다. 여당은 열심히 하지 않아도 무조건 지지해줄 것이라고 생각하니 게으르고, 야당은 열심히 해도 도와주지 않을 것 같아서 자포자기하고 있는 것인가?

결국 시민이 자신의 희망을 만들어가는 수밖에 없다. 2013년, 대구의 희망을 만들기 위하여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이제 시민은 다스려지고 통제되는 대상이 아니라 스스로 나서서 문제를 해결하는 적극적인 주체로 바뀌어야 한다. 시민들이 의무와 권리를 함께 수행하고 누리는 깨어있는 존재가 되어야 한다. 우리가 타성과 무관심에 갇혀 있으면 우리 지역 아이들의 장래도 갇히게 된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내가 사는 동네에서 보도블록이 파여진 곳이나, 가로등이 없는 어두운 곳 그리고 잘못 버려진 쓰레기 등 무수하게 많은 불편함이 있음에도 우리가 그런 환경에 무감각하게 살고 있지 않은지, 장애인이나 교통 취약계층, 그리고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회적 약자들을 위해 한 시간이라도 짬을 내어 자원봉사를 한 적은 있는지 뒤돌아 볼 일이다.

그저 오늘 내일 살기에 바빠, 자신과 자신의 가족 이외에는 관심이 없다면 그 사람은 미래를 만드는 일에 동참하고 있지 않음을 뜻한다. 오늘은 내일을 위한 통로이지만, 내일을 생각하지 않고 오늘만을 사는 사람들에게 내일은 계속 오늘의 연장일 뿐이다. 이제 우리는 희망을 스스로 만들어가야 한다. 우리의 대구를, 사람들이 살고 싶어 하는 곳으로, 젊은이들이 다시 돌아오는 곳으로 만들어야 한다.

대학의 주인은 아직도 총장과 이사장이고, 대구의 주인은 아직도 시장과 공무원들이며, 회사의 주인은 여전히 재벌과 경영자들인 나라에게는 미래가 없다. 21세기의 흐름은 이미 세계화의 물결 속에 깊숙이 들어가 있는데, 아직도 아날로그시대의 가치관을 가지고 살고 있다면 그것은 우리의 전진에 큰 걸림돌이며 방해꾼이다. 대구는 지형적인 특성 때문인지 오래 동안 보수적인 지역이라는 평판을 얻고 있다. 이곳에서 태어나 이곳에서만 살고 있는 사람들의 비율도 다른 지역보다는 분명히 높을 것이다. 보수성은 대단히 중요한 성향이다. 기존의 것들을 보존하려는 성향이다. 보수성이 없다면 진보성도 들어설 자리가 없다. 그러나 진보성을 위한 자리를 만들고 문을 열어두지 않는다면, 우리는 영원히 과거의 노예가 될 수밖에 없다.

대구가 도시의 역동성을 가지면서도 도시의 향기를 지니기 위해서는 시민이 중심이 되는 곳, 지역주민이 중심이 되는 곳으로 바뀌어야 한다. 행정적 권위를 상징하는 관공서의 묵직한 네모탁자와 높은 등받이 의자, 각자가 하는 일보다는 윗사람의 동정에 더욱 신경을 써야하는 직장분위기도 일신해야 한다. 각자가 맡은 일이 우리 지역과 우리 사회의 어디를 겨냥하여 연결되어 있는가를 생각하는 유기적인 시각보다는 파편조각처럼 미세하게 잘린 작은 일들의 껍질 속에서 주어진 일만을 되풀이한다면 그 사람은 분명 과거 속에서 살며 일하고 있는 것이다.

요즈음 여러 도시에서 추진되고 있는 ‘여성친화도시’ 비전은 바로 이런 문제들을 극복하려는 대안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어떤 도시가 여성에게 친화적이라 함은 사회적 약자에게 친화적이라는 의미이다. 업적과 효율중심의 일하는 도시에서 상생과 배려의 사람 사는 도시공간으로 탈바꿈하려는 노력이 여성친화도시 비전이다. 2013년 대구는 바야흐로 보수성과 권위주의 그리고 형식주의에서 깨어날 때이다. 떠오르는 새해의 아침 해를 보면서 큰 기지개를 켜자. 대구의 희망을 우리 시민이 만들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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