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종지미가 있는 ‘근혜신년’의 시작과 끝을
시종지미가 있는 ‘근혜신년’의 시작과 끝을
  • 승인 2013.01.09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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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태영 대구경북알콘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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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일 년을 살아온 나의 자취를 돌아보면 부끄러운 것뿐이다. 애국자로 자처하면서 동포가 굶어죽고, 얼어 죽고, 그리고 또 서로 찔러 죽여도 그대로 보고만 있었다. 통일론자라 하면서 점점 굳어 가는 국토의 분열을 막지 못하였고 마땅히 할 말을 하지도 못하였다... 나는 마땅히 과거 일 년 동안의 자기를 비판하면서 자기반성을 구하여서, 새해에 실행할 새 계획을 작성하여야 할 것이다”로 시작하는 백범 김구선생의 신년사(「단결로 새해를 맞자」)는 자기 성찰과 반성으로 출발한다.

이명박 정부 5년 임기가 다해 교체되는 준비된 여성대통령의 ‘근혜신년’은 멘붕 털고 단결된 마음으로 송구영신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래 이긴 편이든 진 편이든 새해에는 신영복 선생의 ‘처음처럼’-처음으로 하늘을 만나는 어린 새처럼 처음으로 땅을 밟고 일어서는 새싹처럼 우리는 하루가 저무는 저녁 무렵에도 아침처럼 새봄처럼 처음처럼 다시 새날을 시작하고 있다- 일어설 일이지, 이효리의 ‘처음처럼’ 흔들흔들 흔들릴 일은 아니다.

단결을 이루려면 원칙이 있어야 하는데, “백성이 보고 믿을 수 있는 단결의 원칙과 그것을 실천할 성의까지 행동으로 보이는 것이 필요”한데, 약속지킴이로 표현되는 박 당선인의 트레이드 마크로 풀면 ‘원칙과 신뢰’의 정치다. 이는 대통합 탕평인사, 민주적 국정운영, 국회와의 협력 강화, 기회균등위원회 설치 등 정치쇄신 공약에 대한 구체적 실천계획을 맡게 될 ‘국정쇄신정책회의’-각계 전문가 및 계층·세대·이념·지역을 대표하는 시민대표 등 야당 추천 인사가 3분의 1 이상을 차지-의 상설화로 숨통을 트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신라 진성여왕 이래 천년이 지나 탄생한 여성대통령 정부에 거는 기대는 ‘대립과 투쟁의 정치’를 ‘화해와 포용의 정치’로 바꾸고, 명령과 통제, 복종에 기반한 권위주의 리더십을 포용을 중시하는 ‘상생과 화해’의 리더십이라는 정치패러다임의 전환일 것이다.,

시경에는 미불유초선극유종(靡不有初鮮克有終)이란 말이 있다. ‘처음이 있지 않는 것은 없으나 능히 끝이 있는 것이 적다’는 뜻이다. 이명박 대통령 5년이 롤모델 아닌가? MB정부는 ‘경제 살리기’와 ‘국민 통합’에 역점을 두고 국민의 지지를 이끌어내어 압도적 표차로 당선되었으나, “소통부재와 폐쇄적 인사”(경실련)로 실패한 정권이라는 주홍글씨가 새겨졌음에 유념해야 할 것이다. 참여연대는 “박근혜 당선자가 인수위 구성과 헌법재판소장 지명 과정에서 보여준 과도한 비밀주의는 인사실패의 우려를 더욱 깊게 한다”며 밀실인사와 깜짝인사가 인사실패로, 정부실패로 귀결되었음을 환기하고 나섰다.

인수위 출범 인사와 관련된, 이른바 윤창중, 이동흡 인사 잡음에 대해서는 박당선인이 박정희 전대통령이 아니라 김대중 전대통령의 딸이 될 것을 주문하고 싶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장상, 장대환 총리 후보에 대한 도덕성 문제가 불거져 총리 인준이 부결되는 수모를 겪었으나, 반대여론을 배척하지 않고 과감하게 수용하여 민주주의를 준수한 대통령으로 평가받는 전화위복의 기회를 누렸다. 읍참마속(泣斬馬謖) 마음으로, 필요할 땐 정치적 아비를 바꾸는 용단으로 현안에 대처하면 정권출범 5년 후가 두렵지만은 않을 것이다.

박근혜 당선인은 당선을 위해 국리민복을 향한 충정으로 지키지 못할 수도 있는 숱한 민생공약을 했다. 하여 “민생 현장의 어려움을 해결하고 국민의 삶을 돌보는 일에 국정 운영의 최우선 가치를 두겠다”면서 근혜신년사를 밝혔다. 백범선생 또한 1949년「단결신년사」에서 “배부른 사람과 배고픈 사람, 괴로운 사람과 무섭게 하는 사람은 한데 뭉칠 수 없는 것이니, 전 국민이 한 덩이가 되려면 먼저 일반의 민심을 안정케 하는 것이 필요한 것”을 역설했다. “KBS와 미디어리서치 조사 결과, 새 정부가 최우선적으로 추진해야 하는 국정과제에 대해 국민 2명 중 1명(49.8%) 꼴로 ‘민생경제 살리기’를 꼽았으니, 민생은 시대를 초월한 국민의 뜻이고 지엄한 명령이기도 하다. 이명박 정부 5년 그늘이 깊고 짙어 민생현장은 여전히 춥고 배고프고 죽을 맛이다.

보수 사회학자 서울대 송호근 교수가 주문했듯, 대선 후유증으로 인한 분열 치유와 제세제민(濟世濟民)을 국민에게 확신시키려면 “노조에 가해진 모든 손배소를 취하하도록 해당 기업에 권유”하는 가시적 조치를 취하는 것이 급선무다. 철탑위에 매달린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고달픈 민생을 어루만질 때 근혜신년사는 느낌표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지지받지 못한 쪽의 민생을 보살피는 것이야말로 국민을 한 덩이가 되도록 하는 실질적인 국민통합 프로젝트이기 때문이다.

함께 열어나가야 할 민생정부. 왼 가슴 오른 가슴 서로 맞대고, 왼손과 오른 손 맞잡고 뜨거움과 냉정이 공존하며 새나라새겨레를 향하여 함께 가는 ‘근혜신년’이 되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5년 뒤 성공한 여성대통령으로 처음과 끝이 한결같이 아름답게 시종지미(始終至美)를 거뒀다는 평가를 받으며 청와대 문을 나서게 되기를 축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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