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꽃 피다
엄마 꽃 피다
  • 승인 2021.04.05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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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순란 주부


민들레마냥, 땅에 붙어있으면서, 땅에 얼굴을 곤두박질치듯 쳐박으면서도, 꽃 핀다.

민들레 홀씨 마냥, 그 세월이 바람에 날아가버려, 그 기억이 날아가 버려

남아 있는 것은 질긴 뿌리.

아직 살아있음에 감사하지만,

꽃 피운 엄마의 얼굴을 보고 싶다.

엄마의 거친 목소리를 듣고 싶다.

그렇게 싫어했던 그 거친 목소리.



살아내느라, 제 삶을 살아내느라

제대로 한번 엄마를 찾아보지도 못하고,

의무감으로만 찾았었는데,



이제

정말 엄마의 젖이 가장 필요한 순간이라고 느끼며,

엄마의 젖가슴을 쓸어주며,

엄마의 젖가슴에 얼굴을 묻고 싶은데...

엄마는 없다.

연분홍, 연노랑 봄 꽃을 보러가듯

엄마 얼굴을 보러 간다.

일 철이 되면 환해지던 엄마.



겨울,

집에 오는 동네 남자들 술안주와 가끔은 점심도 해 내느라 바빴던 엄마.

부엌에서 불을 때 가며 전을 부치기도 하고, 김치를 볶고,

두부를 데치고, 김치를 썰어 밥이랑 같이 쪄서 아랫방에 내가던 엄마.

요리 솜씨를 마음껏 뽐내는 계절.



봄,

말라있던 마른 가지에서 움이 트고, 꽃이 피는 것은

버들강아지나 진달래꽃 만이 아니다

엄마의 마른 얼굴에서도 뽀얀 생기가 돌고 웃음기가 돈다



봄꽃을 보러

봄나들이를 가서가 아니다.

얼어있던 땅이 녹아 괭이로 파고,

삽질을 하고, 호미질을 할 수 있어

고랑을 만들고,

비닐을 씌우고,

양쪽 끝을 흙으로 덮고,

큰 비닐하우스에 작은 비닐하우스를 만들어

겨울내 신문지에 싸 두었던

씨앗을 뿌리며

봄꽃처럼 피어나는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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