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다란 빨강이 슬며시
꼬리를 내리는 건
커다란 파랑에게 슬며시
자리를 내어 주기 위해서겠지
커다란 파랑 또한
슬며시 꼬리를 내려
커다란 빨강에게
자리를 내어 주는 것이겠지
서로 자리를 내어 주는 데도
커다란 공을 만들 수 있구나
그래, 날마다 비켜 주어야
정말 굴러갈 수 있구나.
◇심후섭(沈厚燮)= 1953 경북 청송産.대구교육대학 졸(72),교육학박사,창주문학상 동시 당선(80),대구매일신문 신춘문예> 동화 당선, 제1회 MBC 창작동화대상 장편 부문 수상(90),국제펜문학상(19), 제3회 <김성도문학상> 외 다수. 전 달성교육장, 현 대구문인협회장. 저서:동시집 <도토리의 크기>, 동화집 <의로운 소 누렁이> 등 80여 권.
<해설> 심오한 언어들이 다단계적으로 감흥의 상층효과를 유발하고 있다. 빨강 공과 파란 공이 주고받는 비움의 파노라마가 정겹다. 시어들이 동등한 범위에서 감성의 상층효과를 낼 수 있는 것은 반복적으로 일어나는 리듬에서 비롯된다. 맞춤적 나비작용이라 할 수 있겠다. 읽을만하다. -제왕국(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