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슷하면서도 같지 않은 것 <似而非>
비슷하면서도 같지 않은 것 <似而非>
  • 승인 2021.07.01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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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규 대구예임회 회장 전 중리초교 교장
2022년 3월 9일(수)이 대통령을 뽑는 선거일로 예정이 되어 있다. 벌써부터 대통령을 하겠다고 많은 사람들이 자기가 최고라고 야단법석들이다. 자신의 영달과 명예를 위해서 안달하는 것은 아닌지 국민들은 말없이 지켜보고 있다.
이 상황이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의 회장선거와 같다는 생각이 든다. 저학년 아이들은 회장을 하겠다고 "저요!"하고 필사적으로 손을 번쩍 든다. 손을 들지 않는 아이는 너 댓 명뿐이다. 소견을 발표하면 모두가 "공부 잘하겠습니다."이다. 아이들이 하는 재롱들은 그저 사랑스럽고 귀엽다. 그러나 어른들의 대통령 출마 언행은 정말로 일치하는지 국민들은 혜안으로 살펴볼 것이다.
중국 위(魏)나라의 시조인 문후(文侯)가 서문표(西門豹)를 업(?) 땅의 장관에 임명하였다. 그리고 척박한 업 땅에 가서 큰 공을 세워 이름을 떨치라고 부탁하였다. 서문표는 그 비책을 알려 주기를 위문후에게 간청하였다.
위문후는 서문표에게 '향읍의 장로를 찾아가 자문토록 하고, 덕망과 재능이 있는 사람을 스승으로 삼고, 남의 결점만 말하는 사람은 점검토록 하라.'고 일러주었다.
그리고 특히 "사물은 비슷하면서도 그렇지 않은 것이 많소. 강아지풀의 어린 것은 벼와 비슷하고, 황색과 흑색이 뒤섞인 얼룩소는 호랑이와 비슷하고, 백골은 코끼리 상아와 비슷하고, 붉은 바탕에 흰 무늬 있는 옥돌은 구슬과 닮았소. 이것들은 모두 사이비(似而非)일 뿐이오."하고 강조하였다.
업 땅에 도착한 서문표는 우선 미신을 타파하였다. 해마다 물의 신인 화백에게 처녀를 바치던 무당을 수장하여 버렸다. 그리고 보란 듯이 12갈래의 물길을 만들어 가뭄이나 홍수를 예방하여 농업생산을 증대하였다. 또한 서문표는 비슷하면서도 같지 않은 것(似而非)를 항상 구별하여 선정을 베풀었다. 서문표가 업(?) 땅을 다스리자 백성들이 감히 그를 속이지 못했다.
「맹자」에는 공자가 진(陳)나라에서 고향인 노(魯)나라로 돌아가기를 원했다는 이야기가 있다. 공자는 중용(中庸)하는 사람을 사귀는 것을 바랐다. 그런 사람이 없으면 광자(狂者)나 견자(?者)를 사귀겠다고 했다. 공자는 노나라에는 광자나 견자는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광자(狂者)란 진취적으로 품은 뜻은 크나 실천에는 철저하지 못한 사람이다. 견자(?者)는 보수적이며 지조가 있고 고집이 센 사람이다. 공자는 차선으로 뜻은 크고 하는 일에는 간략하면서도 대쪽 같은 광간(狂簡)을 원했던 것이다.
반면 공자는 향원(鄕原)을 덕의 적이라 했다. 향원(鄕原)은 매사에 옳고 그름을 따지지 않고 시속에 맞추어 두루뭉술하게 삶으로써 온 고을 사람들의 칭송을 받는 사람이다. 결코 그들은 확고한 원칙을 가지고 선악을 판단하고 그 판단에 따라 분명한 태도를 취하지 않는 사람이다. 공자는 향원을 '사이비(似而非)'라고 했다. 비슷하면서도 같지 않은 향원을 덕의 적이라 하고 미워한다고 했다.
강아지풀을 미워하는 것은 그것이 벼의 싹을 어지럽힐까 두려워서이다. 재주 있게 말을 둘러대는 자를 미워하는 것은 그 사람이 옳음을 어지럽힐까 두려워서이다. 말만 잘하는 사람을 미워하는 것은 그 사람이 신용을 어지럽힐까 두려워서이다. 음란한 정(鄭)나라의 음악을 미워하는 것은 그것이 바른 음악을 어지럽힐까 두려워서이다. 자줏빛을 미워하는 것은 그것이 붉은 빛을 어지럽힐까 두려워서이다.
맹자는 '훌륭한 사람은 인의예지(仁義禮智)로 돌아갈 따름이다. 항상 머무름에 변화가 없으면 영원토록 바뀌지 않는 것이 인의예지이다. 그것이 바로 잡히면 백성들은 착함에 감흥 하여 일어나고, 백성들이 착함에 감흥 하여 일어나면 그 때에는 향원과 같은 사이비 무리들도 없어진다.'고 하였다.
요즘 초등학교 저학년 회장 선거처럼 많은 사람들이 대통령이 되고자 왁자지껄 소음을 일으킨다. '탐려득주(探驪得珠)'라는 말이 있다. '검은 용을 찾아 진주를 얻는다.'는 뜻이다. 검은 용이 깨어 있다면 무섭다. 진주를 얻기란 어렵다. 큰 위험을 무릅써야 진주를 얻는데 성공할 수 있다.
재미있는 것은 저학년의 초등학생도 학급회장은 제대로 뽑는다는 것이다. 대한민국 국민들의 눈높이는 매우 정확하다. 경험한 많은 선거를 통하여 이제는 비슷하면서도 같지 않은 사이비(似而非)를 가려내는 일은 식은 죽 먹는 것보다 쉬울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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