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니스트 양성원 리사이틀 ‘냉정과 열정사이’…9월 10일 봉산문화회관
피아니스트 양성원 리사이틀 ‘냉정과 열정사이’…9월 10일 봉산문화회관
  • 황인옥
  • 승인 2021.08.30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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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에 숨은 다양한 의미를 들려주는 게 임무”
"내 브랜드 남기고파.."
타이틀 내세운 브랜드 공연 첫 시도
쇼팽 녹턴·베토벤 소나타 등 연주
서정·극적 분위기 자유자재 전환
성악·발레 아티스트 콜라보 계획
피아니스트 양성원.
피아니스트-양성원
피아니스트 양성원.

연주자가 자신만의 고유 브랜드 공연을 가진다는 각별한 일이다. 구구절절한 설명이 없이도 브랜드 하나만으로 단박에 자신의 음악세계를 각인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제는 누구나 브랜드를 구축할 수 없다는 데 있다. 하나의 콘텐츠를 계속해서 끌고 가며 성과를 축적할 수 있는 저력이 뒷받침 되는 연주자에게만 허락되는 결실이다.

피아니스트 양성원은 독일에서 최고연주자과정을 이수하던 2011년에 이미 자신만의 독자적인 브랜드 공연을 런칭했다. 첫 무대에서 청중의 호응이 높아 기세를 몰아 지난 10년간의 음을 향한 무한질주를 이어왔다. 전국투어 공연 때마다 전석 매진을 기록하며 그의 브랜드 파워는 단단해졌고, 피아니스트로의 위상도 높아졌다.

국내에서 브랜드 공연을 시도한 연주자는 양성원이 최초였다. 지금은 타이틀에 부제를 달아 콘텐츠를 입히는 것이 트렌드가 되었지만, 그가 브랜드 공연을 런칭 할 당시만 해도 국내는 물론이고 해외에서도 브랜드 공연을 시도하는 연주자는 드물었다.

양성원은 지난 10년간 브랜드 공연을 이어오며 이 분야에서 선구자를 자처했다. 그녀가 브랜드 공연에 도전할 수 있었던 데는 “자신의 이름을 가진 브랜드를 남기고 싶은 바람”이 있었다.

양성원의 브랜드는 ‘냉정(冷靜)과 열정(熱情) 사이’다. 어느 시대, 어느 작품에나 사연과 역사가 존재하고, 그 속에는 ‘냉정’과 ‘열정’이라는 상반된 정서들이 혼재해 있고, 그러한 간극과 낙차를 표현하고 조절하는 것이 피아니스트의 몫이라는 생각에 리사이틀 제목을 ‘냉정과 열정 사이’로 정했다.

그는 “각 시대나 작품의 특징들을 대표하는 ‘온도’와 ‘서정’을 ‘냉정과 열정 사이’라는 제목 속에 함축적으로 담아내려 했다”고 언급했다. “하나의 음악 속에 숨겨져 있는 다양한 의미들을 찾아 연주로 들려주는 것이 피아니스트의 임무라고 생각하고 ‘냉정과 열정 사이’라는 제목 아래 그러한 가치를 실현하고자 했다.”

피아니스트 양성원이 대구 봉산문화회관에서의 ‘냉정과 열정사이’ 리사이틀을 앞두고 감회가 남다르다고 했다. 서울예술의전당 IBK챔버홀을 시작으로 9월 한 달간의 전국 순회공연 중 고향인 봉산문화회관에서 대구 팬들과 2년 만에 재회하기 때문이다. 이번 공연은 격년제로 전국 순회공연을 개최한 ‘냉정과 열정사이’ 리사이틀 6회차다. 2018년에는 대구시향(지휘코바체프)과 협연을, 2019년에는 ‘냉정과 열정사이’ 공연으로 대구콘서트하우스에서 대구시민과 만났다.

냉정과 열정이라는 제목은 포괄성을 내포하고 있다. 극적으로 상반되는 정서를 배척하는 대신 공존으로 아우른다는 의미에서 포광성을 언급할 수 있다. 양성원이 이같은 의도가 십분 묻어나는 이야기를 언급했다. “지금까지 바로크부터 고전, 낭만을 거쳐 현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음악을 ‘냉정과 열정 사이’라는 콘텐츠 속에서 수용해 왔다.”

이번 공연에서도 그런 기조는 계속된다. 화려한 테크닉으로 가을 초입의 서정이 묻어나는 음악으로 깊은 감동과 강렬한 클라이맥스까지의 다양한 음악 이야기를 풀어낸다. 피아노의 시인 쇼팽의 아름답고 서정적인 선율의 야상곡 녹턴과 전 세계에서 베토벤 피아노곡으로 연주자들과 청중들에게 널리 사랑받고 있는 ’비창 소나타‘에 이어 고전적 고상함에서 발전된 작곡어법으로 오케스트라를 연상케 하는 ’발트슈타인 소나타‘ 등을 연주한다. 이를 통해 차갑거나 뜨거운 감정의 회오리를 객석으로 전한다.

말이 그렇지 하나의 작품 속에서 냉탕과 온탕이라는 상반된 감정 스위치를 자유자재로 전환하는 것은 쉽지 않다. 전국 투어 공연마다 전석 매진을 기록한 배경에는 그의 자유로운 연주에 대한 찬사가 자리한다. 이번 공연에서는 고난과 긍정, 감미로움과 비극이 공존하는 베토벤과 녹턴의 작품으로 감정의 유희를 선사한다.

“잔잔한 서정의 쇼팽의 녹턴과 고전주의 형식을 넘어 최고의 환희를 표현한 베토벤 비창과 그의 뜨거운 마음이 담긴 발트슈타인 소나타로 코로나 19 팬데믹 시대에 저의 연주가 관객들에게 작은 위안을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평소의 차분한 모습과 달리 무대 위의 양성원은 포효한다. “어디서 저런 열정이 나올까?” 싶을 정도로 무대 위의 그는 강렬한 에너지로 반짝인다. 원곡에 충실하면서도 자신만의 체험과 개성 그리고 감정이 묻어나는 양성원의 색을 적극 끌어들인 결과다. “무대는 잠재 되어 있던 에너지가 심연에서 올라와 폭발적인 감성들로 표출하게 만든다.”

양성원 특유의 자신감은 화려한 이력과 무관치 않다. 그는 서울예고와 이화여대를 우수한 성적으로 마치고, 독일 슈투트가르트 국립음대 전문연주자 과정 최우수 졸업과 뒤셀도르프 국립음대 최고연주자 과정을 최우수 졸업했다.

상복도 많았다. 오스트리아 국제청소년콩쿠르1위, 이탈리아 볼자노 콘체르토 콩쿠르 1위, 프랑스 리옹국제콩쿠르 입상 등 국내외 유수의 콩쿠르를 석권하며 주목 받았다. 귀국 후 추계예술대학교, 명지대학교 객원 조교수를 역임하고, 현재 이화여대, 건국대학교 겸임교수로 재직 중이다.

2019년은 그의 음악인생에 특별한 해로 기억된다. 한국과 세계를 연결하는 문화 교류의 메신저로 이바지한 공로를 인정받아 ‘대한민국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 수상자로 선정되는 영광을 안았다. 역대 대한민국 문화발전유공자 피아노부문 수상자에 김선욱, 조성진, 선우예권 등이 이름을 올리고 있다.

정통 독일 피아니즘의 계승자인 게하르트 오피츠(Gerhard Oppitz)는 그를 “예술과 음악에 대한 이해와 해석이 깊고 뛰어나며 화려한 테크닉으로 호소력과 열정을 겸비한 탁월한 세계적인 피아니스트”라고 격찬하기도 했다.

지난 10년간 자신만의 브랜드로 입지를 다지며 무한질주하고 있는 양성원. 그의 음악적 진화는 앞으로도 계속된다. 실내악, 성악, 발레 등 최정상급 아티스트와의 콜라보레이션을 계획하고 있다. “더욱 풍요로운 음악을 선사하기 위해 다양한 분야의 음악들과의 콜라보레이션을 시도하고 싶다.”

정제된 피아노 선율을 세상에 전파하며 상처를 치유하고, 감동을 주고 싶어 하는 그가 꿈꾸는 연주자는 어떤 모습일까? 양성원은 ‘공감하는 연주자’를 언급했다. “연주자는 음악으로 소통한다. 나는 무대에서 청중들과 자유롭게 소통하는 연주자가 되고 싶다”는 의미였다. “예술적 성장의 순간들을 청중들과 오랫동안 공유하며 공감하는 바로 그런 연주자이다. 끊임없이 성찰하고 학문을 연구하는 이유는 바로 ‘공감’이라는 가치에 있다.”

KBS 클래식 음악 프로그램을 진행했고, CPBS평화방송 ‘장일범의 유쾌한 클래식’ 에서 MC로 활동하고 있는 음악평론가 장일범이 맡아 피아노 음악의 이해를 돕는 대구 공연은 9월 10일 오후 7시 30분 봉산문화회관 가온홀에서. 전석 3만원. 문의 053-661-3521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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