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바람이 없는 잔잔한 날엔 어머니의 품같은 따듯하고 온화한 모습으로 나를 반기기도 했다. 심오한 바다속은 바로 어머니의 깊은 가슴속과 일체되어 그 속으로 나를 이끌었었다.
나의 작업은 낮시간을 넘어 밤까지 이어졌다. 밤배를 타는 경우도 많았기 때문이다. 칠흑 같은 시간 눈에 들어오는 것은 저 멀리 수평선에 걸쳐 조업하는 선박들이 보내는 옅은 불빛이 전부였다.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파인더를 통해 바다와 대화를 나누는 시간이었다. 나아가 조선시대부터 근 현대에 이르기까지 대한해협 속에 묻혀있는 아픔을 포함한 수많은 사연들을 되집어 보는 시간이기도 했었다.
바다의 모습은 전시 제목처럼 짙은 블루로 보일 때도 있지만 때로는 회색으로 때로는 묵색으로 보이기도 한다. 바다의 깊이와 하늘의 모습에 따라 좌우되기 때문이다. 세상의 이치가 그러하듯, 내 것이 나만의 것이 아니고 함께 하는 것에서 존재하고, 그것이 나아가 모두의 것들인 것처럼.
※ 문진우는 동아대학교 영문학과와 동대학원 신문방송학과 석사를 졸업했다. 부산매일신문 사진부 기자를 거쳐 2002년 부산아시아경기대회 공식사진기록 담당관, 2003년 대구하계U대회 공식사진기록 담당관을 역임했다. 부산 네가티브 갤러리, 서울 갤러리 서이 등에서의 6회 개인전과 부산 PD갤러리와 서울 희수갤러리 등에서의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