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에 대한 '이재명 청문회'로 치러진 경기도 국정감사를 마무리하고 광주와 봉하마을 방문으로 본격적인 대선 행보에 기지개를 켰다.
광주에서는 이른바 '전두환 찬양 발언'으로 논란이 된 국민의힘 유력 대권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겨냥해 비판적인 언사를 쏟아냈고, 봉하마을에서는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 참배와 함께 권양숙 여사를 예방했다. 민주당의 핵심 지지층인 호남과 친노(무현)의 마음을 붙잡으려는 모습이다.
이 후보는 22일 오전 광주 국립 5·18 민주묘지를 찾아 참배했다. 당 대선후보 선출 이후 이낙연 전 대표 측의 경선 결과 이의 제기와 경기도 국정감사로 인해 제대로 소화하지 못한 일정을 진행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 후보는 "광주는 제 사회적 어머니와 같다"며 "당연히 가장 먼저 찾아와 인사드리고 앞으로 어떤 길을 갈지 다짐해야 하는 곳"이라고 언급했다. 호남의 민주당 핵심 지지층을 결집하기 위한 노력으로 보인다.
아울러 광주 참배 일정 내내 윤 전 총장을 향한 공세도 멈추지 않았다. 그는 기자들과 만나 "전두환 씨는 내란 범죄의 수괴이고 집단학살범"이라며 "(윤 전 총장은) 민중의 피땀으로 만들어진 민주주의 체제 속에서 혜택만 누리던 분이라 전두환이라는 이름이 가지는 엄혹함을 전혀 이해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직격했다. 또 바닥에 설치된 '전두환 돌판'을 밟으면서 "윤 전 총장님은 존경하는 분이라 밟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비꼬았다.
오후에는 봉하마을로 향했다. 이 후보는 먼저 노 전 대통령 묘역을 찾았다. 그는 묘역이 자리한 너럭바위 앞으로 나가 무릎을 굽혀 바위에 손을 올리고 묵념했다. 묘역 방명록에는 "대통령님께서 열어주신 길을 따라 지금 여기까지 왔습니다. 그 길을 따라 끝까지 가겠습니다"라고 썼다.
이후 이 후보는 권 여사와 환담을 나눴다. 이 자리에 배석한 전재수 의원에 따르면 권 여사는 이 후보에게 "노무현 전 대통령을 가장 많이 닮은 후보다. 어려운 얘기를 되게 알아듣기 쉬운 비유와 표현으로 하는 것만 봐도 노 전 대통령과 닮았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이어 권 여사는 이 후보의 손을 잡으며 "대통령 선거일인 내년 3월 9일 날 확실하게 이 후보에게 한 표를 찍겠다. 대선이 끝나고 대통령으로 다시 한 번 봉하마을에 와주면 좋겠다"는 당부를 했다고 전 의원은 전했다.
이 후보는 권 여사와의 환담 후 기자들과 만나 "사실 제가 매년 빠지지 않고 여기에 인사를 오는데 권 여사께서는 올 때마다 '젊었을 때 남편을 많이 닮았다. 부러지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많이 말씀하셨다"면서 "(권 여사가) 노 전 대통령이 가시고자 한 반칙·특권 없는 세상, 사람 사는 세상과 제가 말씀드리는 공정한 세상, 대동 세상은 같다고 말씀해 주셨다. 앞으로도 그 길을 계속 갈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한편 이 후보는 경기도지사직 사퇴와 관련해 "행정 절차상 불가피하게 처리할 일이 있어 미뤄지게 됐다. 이른 시일 안에 사퇴하게 될 것"이라며 "신속히 선대위를 구성해야 한다는 당의 입장을 존중하겠다"고 했다.
장성환 기자 newsman90@idaeg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