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 눈치
남 눈치
  • 승인 2022.02.16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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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호
BDC심리연구소 소장
우리는 '눈치'를 보며 살아간다. 말 하나를 할 때도, 옷 하나를 입을 때도 타인을 의식하고 그들의 눈치를 살핀다. 모두 '타인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라는 심리에서 나오는 행동이다. 인간이 사회적 동물이라 어쩔 수 없이 타인을 의식해야 한다고는 하지만 우리 대한민국은 눈치를 봐야 하는 걸 강요당하는 사회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그 정도가 심한 편이다. 조금만 잘못해도 '눈치 없는 사람'으로 낙인이 찍히기 쉽다. 마치 사회 저변 곳곳에 눈치를 봐야만 하는 이유로 그물을 쳐둔 듯한 느낌이 든다.

대한민국의 문화중에 '눈치 문화'라는 것이 있다. 다른 사람의 평가에 민감히 반응하며 타인의 눈치를 살피는 것이 하나의 대한민국의 문화로 자리 잡았다. 개인적으로 본인이 생각하기에 대한민국이 이 분야에서 전 세계의 여러 나라 중 가장 심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을 한다. 체면이 어떻고, 위신이 어떻고, 타인이 나를 어떻게 평가할까에 대해서 정말 많은 고민을 하며 살아가는 것 같다.

허례허식(虛禮虛飾)으로 별 필요도 없는 그야말로 낭비에 가까운 돈을 써가면서 결혼식을 올리고, 어떤 사람은 그럴 돈이 없어서 결혼을 포기하는 사람도 있다. 체면 때문에 하고 싶은 일도, 꿈도 포기해야 하는 경우도 생겨난다. 맏이라서, 여자라서, 기독교 집안이라서, 누구 자녀라서 등 많은 이유로 우리는 서로를, 나아가 자기 스스로 자신을 옭아맨다. 그러다 보니 눈치를 보며 적당히 무리 속에 숨어서 많은 사람과 보폭을 맞추어 비슷하게 살아가는 것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그러면서 '난 잘살고 있어'라고 자신을 위로한다. 그렇게 우리는 '모난 돌이 정 맞는다.'라는 말을 듣고 자란 탓에 비슷한 옷을 입고, 비슷한 과정의 교육을 받고 비슷하게 늙어가고 있다.

눈치의 시작은 가정에서부터 시작된 것 같다. 형제들과 경쟁하며 부모님의 관심과 사랑을 받기 위해서 '눈치'는 태어난다. 그 후 눈치는 더 큰 세상, 학교로 옮겨서 성장하고, 나아가 사회생활로 확장되어 고정된다. 말하나, 행동하나, 옷차림 하나에도 우리는 내부 검열을 한다. 이 정도가 되면 내 삶을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타인을 위해 살아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든다. 나의 행동에 타인이 어떤 식으로 평가 내릴까를 신경 써야 하니 행동은 늘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한마디로 몸과 마음이 경직되어 어색하다.
그런데 살짝 비틀어보니 눈치의 좋은 점이 발견된다. 눈치라고 무조건 안 좋은 것만은 아닌 것 같다. 적당한 눈치가 있는 것이 서로에게 좋은 경우도 많다. 분위기 봐가면서 눈치껏 해야 할 말을 형식적이라도 해주면 분위기가 좋아지는 경우가 있다. 이런 경우에 우리는 그를 센스 있는 사람이라 평을 내린다. 그리고 어떤 말을 하려고 마음먹고 있었는데 상황을 살펴서, 하지 않는 것이 더 좋다고 생각 든다면 미련 두지 말고, 말하려고 했던 것을 그냥 가슴에 묻어 두는 것이 더 좋을 때도 있다. 이 순간이 모두 눈치가 필요한 순간이다. 만약 눈치가 없다면 어떻게 될까? 분위기를 반전시킬 상황과 관계를 더 좋게 만들 수 있는 절호의 찬스를 눈치가 없어서 놓칠 수 있다. 또한 눈치가 없으면 좋았던 분위기를 망치는 경우도 생겨난다. 어떤 말을 하려고 준비했기 때문에 해야 한다고 끝까지 고집을 피워 좋았던 분위기를 순식간에 엉망으로 만들기도 한다. 옆에서 그런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정말로 안타깝다. 눈치를 집에다 두고 왔나 싶은 생각이 들 정도다. 그래 놓고 고작 그가 하는 변명은 "내가 없는 말 했나?"라는 말이다. 없는 말 아니라고 모두 해야 할 말은 아닌데 말이다.

요즘 직장에서 '낄끼빠빠'라고 젊은 사람들이 많이 쓰는 말이 있다. 이 말은 '낄 때 끼고, 빠질 때 빠지고'의 줄임말이다. 즉, 직장의 높은 관리자가 회식 자리에서 1차로 식사를 하고 난 뒤 적당히 젊은 사람들 편하게 놀아라 말하고, 2차는 적당히 빠져주는 것이 예의라는 말이다. 그런 눈치도 없이 2차, 3차 계속 높은 사람이 함께 자리하면 눈치가 보여서 제대로 편하게 놀 수도 없다고 한다. 이럴 때는 눈치껏 빠져 줘야 한다. 간부들은 간부들끼리 적당히 자리를 비켜줘야 한다.

눈치가 사람을 웃게도 하고, 울게도 하니 눈치란 녀석을 적당히 잘 다루고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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