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갤러리] 쉼
[대구 갤러리] 쉼
  • 승인 2022.04.25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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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병우 작

홍병우 작가
홍병우 작가
나는 어떠한 색도 사용하지 않은 순수한 상태 물성이 지닌 본연 그대로를 유지하면서 백색의 미를 추구해 왔다. 작품에는 자극적이지 않은 편안함을 담고자 생명의 근원인 물과 빛에서 찾았으며 자연 친화적인 전통 한지를 주로 사용한다. 그래서 나에게 예술이란 자연과의 교감을 통한 ‘쉼’이다. 종이와 물과 빛에서 얻어지는 순수함과 편안함을 그대로 유지하기 위해 물성에 인위적인 힘을 가하지 않고 꾸미지 않았으며 색을 화려하게 덧입히지 않으면서 순수 그 상태에서 작품을 마무리하였다. 그것이 나에게는 유일한 휴식이자 행위이고 예술이다.

이러한 작품은 어릴 적 달빛에 한지를 스치고 들려오는 풀벌레 소리, 또닥또닥 처마 끝에서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를 들으며 조금은 두려운 눈빛으로 엄마를 기다리며 한지로 된 문을 한없이 바라보는 데서 시작되었을 것이다. 수채화를 즐기던 나는 종이 위에 몽글몽글 맺힌 물방울이 창틈 사이로 비친 햇살에 반짝이는 영롱함을 화폭에 오래도록 유지되기를 바랐다. 그 염원은 종이와 물과 빛이 만나는 순간 색을 사용하지 않고도 그림을 그릴 수 있다는 확신이 들기 시작하면서 종이에 물을 흠뻑 먹여 긁기 시작했다. 종이를 긁고 덧붙이는 과정이 일련의 수행처럼 느껴졌고 그로 인해 색에 대한 욕심 또한 버리고 순수한 그 자체로 자연의 이치를 따르며 그 흐름에 온전히 나를 맡겨 나갔다.

강물이 바다로 흐르듯 자연은 늘 우리 앞에서 겸손하고 질서가 있다. 나의 작업 또한 어떠한 인공도 가하지 않은 본디 그대로의 자연을 닮고 싶었다. 자연과 하나가 되어 나를 자연에 맡겼을 때의 편안함과 여유로운 이 마음을 온전히 예술로 승화시켜 나가고자 한다. 어쩌면 이러한 작업들이 나를 찾아다니는 숨바꼭질처럼 자연의 숲을 거닐 때의 ‘쉼’ 같은 것이 아닐까. 빛에 의해 그 모습이 각기 다르게 나타나는 프레임 속의 형상은 자연과의 일체에 해당된다. 오로지 순수한 물과 한지의 고유한 특성을 이용하여 하나의 형상을 만들고 다시 이 작품을 자연으로 되돌려 놓았을 때 빛에 의해 완성되는 과정이 내가 추구하고자 하는 예술의 본질이다.

※ 홍병우는 계명대 미술대학 서양화과를 졸업하고, 개인전 10회와 단체전 아트페어 및 국내·외 250여회의 전시에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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