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청년입니다] 회사에 자아 투영하지 마세요, ‘N잡러’ 도전 추천합니다
[나는 청년입니다] 회사에 자아 투영하지 마세요, ‘N잡러’ 도전 추천합니다
  • 윤덕우
  • 승인 2022.05.03 21:4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8) 프로N잡러의 인생설계
양재필대표-오미자네청년들
양재필 대표(오미자네청년들 협동조합)의 다양한 직업활동을 보여주는 사진들.

<모나리자>, <최후의 만찬>등의 작품으로 유명한 ‘레오나르도 다 빈치(Leonardo da Vinci’는 15~16세기 르네상스를 대표하는 이탈리아의 예술가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사실 그는 당대 최고의 ‘pro-N잡러’였다. ‘N잡러’는 2개 이상의 복수를 뜻하는 ‘N’과 직업을 뜻하는 ‘잡(job)’, 사람을 뜻하는 ‘러(~er)’가 합쳐진 신조어이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남긴 업적으로는 회화, 조각, 건축, 음악, 군사공학 토목공학, 수학, 통계학, 역학, 광학, 해부학, 지리학, 식물학, 동물학 등으로 다양하고, 그 업적 또한 뚜렷한 인물이기 때문에 지금 시대의 언어로 그를 소개한다면 ‘다방면의 전문가&직업이 여러 개인 사람’을 통칭할 수 있는 ‘pro-N잡러’가 적절 표현일 것 같다.

필자가 만난 지역의 pro-N잡러 청년들은 하나의 직업 속에서 ‘진로 목표’와 ‘돈의 의미’를 찾는 대부분의 청년들과는 생각체계가 다르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들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진로 목표’가 아닌 ‘인생 목표’가 명확했다는 것이었고, ‘돈의 의미’ 또한 돈 자체가 삶을 좌지우지하지 않는 선에서 관계설정이 이미 끝난 상태라는 점이었다. 그리고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는 이벤트(프로젝트 등)에 대해서 유연한 대처능력을 갖추고 있었으며, 그 이면에는 다재다능하고 박학다식한 내공이 담겨있었다. 또한 새로운 것을 배우고 도전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없었다. 흔히 이야기하는 꼰대 기질의 유전자는 0%일 것이라는 확신도 가능했다.
 

양재필 문경 오미자네청년들 협동조합 대표
“존재를 온전히 반영하는 직업은 없어
무엇을 통해 어떻게 살고 싶은지 파악
내 매력을 펼칠 수 있는 삶 설계해야”

◇나를 온전히 반영한 직업

성인이 되고 직업세계에 발을 디딘 순간 손에 쥐게 되는 ‘명함’은 그 사람의 직업정체성을 대변해주는 심볼이 된다. 대부분의 사회 초년생들은 자신이 원하는 명함을 갖기 위해 고군분투 한다. 또한 직업정체성이 자신의 정체성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 속에서 ‘직업’과 ‘나’ 사이의 관계 설정 단계에서부터 한 수 접고 들어가는 경우도 허다하다. 물론 직업활동 자체가 경제활동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직업활동은 현재와 미래의 삶을 지탱해주는 매개역할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자립기반이 부족한 청년들은 직업활동의 중요성을 더 크게 받아들일 수 밖에 없다. 안타까운 점은 많은 청년들이 ‘직업’과 ‘나’사이의 관계에 있어서 서로 윈윈(win-win) 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고민보다는 직업에 종속된 관계를 선택하고 있다는 점이다.

문경에서 만난 양재필 대표는 “나를 온전히 반영한 단일한 직업은 이 세상에 없었고, 현재도 없다”고 말 한다. 그래서 그는 ‘진로설계’가 아닌 ‘인생설계’를 통해 다양한 영역에서 자신의 팔색조 매력을 펼칠 수 있는 삶을 개척해 나가고 있다.

양재필대표안동에서창업컨설팅
양재필 대표가 안동에서 창업컨설팅 강의를 하고 있다.

◇“당신이 하는 일은 무엇입니까?” 대답은 그때그때 다르다.

문경에는 ‘양스타’, ‘양오빠’라고 불리는 양재필 대표(오미자네청년들 협동조합)가 있다. 한 가정의 가장이며 두 아이의 아버지이기도 한 양대표는 자신의 삶을 명품으로 일궈 나가고 있는 인물이다. 그는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삶,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삶을 자신만의 스타일로 개척해 나가고 있다. 사실 ‘양스타’, ‘양오빠’라는 별명 이전에는 ‘오지라퍼’로 불린 인물이다. 워낙에 다재다능하고 행동반경이 넓으며, 허물없이 사람을 대하는 태도에서 붙여진 별명이었다.

양재필 대표가 현재 하고 있는 일들을 열거하면 수십 가지이다. 지역전통시장 청년몰 대표, 식품가공·유통업 종사자(오미자 가공품: 청, 와인, 김, 순대 등), 해썹(HACCP) 컨설턴트, 로컬브랜딩 디자이너, 축제기획자, 지역축제 MC, 라이브커머스 진행자, CF광고모델, 다방DJ, 의용소방대원 등이 그것이다. 몇 해 전까지만 해도 양대표가 듣게 되는 가장 난처한 질문이 “그래서, 당신이 하는 일은 뭔데요?”라는 질문이었다고 한다. 양대표를 잘 모르는 사람에게 자신이 하는 일들을 소상히 설명하기에는 하는 일 자체가 너무 많고 방대할 뿐만 아니라 그 모든 일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고 있었기 때문에 자칫 실없는 사람으로 인식될 가능성이 크다는 염려 때문이었다. 지금이야 양대표처럼 활동영역이 넓은 청년들이 많아져 ‘pro-N잡러’와 같은 신조어까지 생겨났지만 몇 해 전만 해도 지금의 분위기와는 사뭇 달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대표는 자신이 활동하고 있는 각 영역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당신이 하는 일은 무엇입니까?”라는 질문에 상대나 상황에 맞게 대답을 달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프로N잡러’로 가는 길
재능·풍부한 견식·도전정신은 기본
동시다발적 이벤트에 대한 대응력 관건

◇‘pro-N잡러’의 삶을 살계된 계기는 ‘활력 넘치는 과거 문경의 풍경이 그리워서...’

처음부터 ‘pro-N잡러’의 삶을 살았던 것은 아니었다. 문경에서 태어나 학창시절을 보내고, 대학에서 식품공학을 전공한 양재필 대표는 졸업 후 식품 관련 국책연구기관과 기업에서 연구원으로 일했다. 10년전 우연히 방문하게 된 문경의 전통시장에서 지역의 인구감소와 인프라 붕괴 현상을 목격했고, ‘고향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라는 고민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문경지역에서 많이 생산되는 오미자를 가공해서 상품화하고, 지역에 일자리를 만들어내서 활력 넘치는 문경을 재현해 보이겠다는 결심 하에 고향으로 돌아오게 되었다고 한다. 직업의 연장선 상에서 진로계획을 세운 것이 아닌 오롯이 자신이 가치로울 수 있고 행복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고민만이 있었다. 진로계획이 아닌 인생계획부터 다시 수립한 것이다.

고향에서의 첫 도전은 만만치 않았을 뿐만 아니라 직장생활이 그리울 만큼 혹독했었다며 양재필 대표는 10년 전을 회상했다. 사회에서 흔히 마주하는 사람과의 관계 혹은 일반적인 업무 스트레스와는 차원이 다른 힘듦이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함께 일할 동료의 부재였다고 말한다. 또한 새로운 일에 도전하기에는 도시 인프라가 턱없이 부족해서 문경에서 창업을 했지만 인근 도시에서 활동하는 일이 더 많아 정체성 혼란까지 겪었다고 했다. 물론 현재의 상황은 다르다. 10년 동안 그가 찾아내고 만들어낸 동료와 창업 인프라는 과거에 비해 놀라울 정도로 풍성해 졌기 때문이다.

◇‘pro-N잡러’ 양재필 대표가 말하는 시대정신

그가 ‘pro-N잡러’의 삶을 살게 된 계기도 이러한 과정에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아무것도 없는 창업 황무지에서 새로운 도전을 해야 했기 때문에 뭐든 시도해야만 했고, 뭐든 잘 해 내야만 했다. 그래야 다음이 있고 지역에는 또 다른 양재필을 탄생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사명감이 기저에 깔려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양재필 대표는 자신만의 소신으로 지역사회 안에서 스스로 살아갈 방법을 고민해 나갔다. 그는 말한다. “우리의 인생은 일직선이 아닙니다.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미래 상황에 우리가 할 수 있는 준비는 새롭게 맞닥뜨리게 될 삶을 두려워하지 않을 수 있도록 내성을 키워 나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려면 우리 모두가 N잡러가 되어야 겠죠”

“저는 미래가 두렵지 않아요. 저에게는 이미 많은 동료가 있고 제가 무엇을 하며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정말 잘 알고 있기 때문이예요”

다양한 영역에서 팔색조 매력을 보이고 있는 양재필 대표의 사례는 불확실한 미래를 향해 현재를 살아가는 청년들의 시대정신을 대변하고 있었다.

 

이미나 <청년활동연구가/ 교육학박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2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많이 본 기사
영상뉴스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