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논단] 초현실주의의 미학
[대구논단] 초현실주의의 미학
  • 승인 2022.07.24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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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의진 영남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얼마 전 신문기사에 초현실주의 작가 ‘르네 마그리트’의 대표작 ‘빛의제국’이 런던 소더비 경매에서 익명의 경매 참가자에게 963억 원에 낙찰됐다는 기사가 나왔다. 이는 마그리트 작품 중에서 최고가이며 유럽에서 경매로 팔린 그림 중 두 번째로 높은 가격이라고 한다. 기사에 난 그림을 보니 주택가의 어두운 밤풍경을 푸른 하늘(대낮의 밝은 느낌을 주는)과 구성해서 모순적인 느낌을 유도하는 작품이었다. 오늘은 초현실주의 미술을 어떠한 예술적 의미로 이해할 수 있는지 이야기 하고자 한다.

초현실주의(surrealism)는 유럽에서 1차 세계대전의 참상을 경험하며 기존 제도와 관습 등 기성사회 전반에 환멸하고 반발하는 다다이스트(dadaist)의 사회문화 운동에서 출발한다. 이성과 합리성을 강조했던 유럽 사회가 가져 온 결과가 결국 전쟁의 비참함과 인간성 파괴에 불과할 뿐이라는 현실을 목격한 유럽의 예술인들은 이성이나 관습의 가치가 아닌 새로운 의미로서 초현실주의를 만들어 낸다. 기존의 사고 체계가 아닌 새로운 사고의 자유로운 표현을 통해서 인간 정신의 해방을 성취하려는 의도로 초현실주의를 탄생시킨 것이다. 따라서 초현실주의 미술이 중요한 가치를 두는 사고의 영역은 무의식, 꿈, 상상 등이다. 이들이 작동되는 생각의 시스템은 뚜렷한 의식을 가진 이성적 생각의 작동 규칙이나 원리에 구속되지 않는 자유로운 것이라고 보았다. 따라서 초현실주의 미술 구성의 특징은 비주얼의 익숙함 속에 낯설음이 강조되는 것을 볼 수 있다. 마그리트의 ‘빛의제국’을 예로 들면, 주택가의 밤풍경(불켜진 창이나 어둠컴컴한 거리)이나 대낮 하늘(밝은 하늘과 하얀 구름)은 각각으로 볼 때는 모두 현실에서 경험하는 익숙한 시각 경험의 내용들이다. 하지만 그림에서 보듯이 그것들이 하나의 시공간에서 존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것이며 따라서 낯 선 느낌이나 신비감을 준다.

초현실주의가 이끌어 내는 낯선 느낌, 다시 말해 초현실적인 느낌이란 무엇일까? 그림을 보는 사람이 경험하는 초현실적 낯선 감성이란 ‘marvelous (경이로운, 믿기 어려운, 신기한 등으로 번역)’라는 어휘로 제시되고 있다. 초현실주의 주창자인 브르통(Breton)은 ‘marvelous는 언제나 아름다우며, 어떠한 marvelous라도 아름답고, marvelous 만이 유일하게 아름답다’고 강조하면서 초현실주의 예술의 미적 강조가 바로 ‘marvelous’에 있음을 주장한다. 브르통이 ‘marvelous(이후부터 ’경이로움‘)’의 감성을 강조하는 이유는 수용자가 자신의 기존 믿음이 무너지며 따라서 자신의 인식체계가 해방되는 경험을 하는 순간에 경험하는 감성반응을 ‘경이로움’이라고 보았기 때문이다.

딜아비에르사노(Dell’Aversano)도 초현실주의가 추구하는 예술적 목표가 ‘인간의 인식체계를 새롭게 정의할 필요성’을 경험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보았다. 따라서 초현실적 감성의 핵심은 인간의 기존 인식체계(이성과 합리성에 의한)가 작동되지 않고 부적절하게 느껴지는 경험으로서의 ‘경이로움’이라고 말할 수 있다. 결국 초현실주의 비주얼이 만들어 내고자 하는 초현실적 감성의 핵심개념은 ‘경이로움’인 것이며 그 ‘경이로움’이란 수용자가 기존에 갖고 있는 어떤 믿음으로부터 벗어나 해방을 경험하는 믿기 힘든 순간에 갖는 놀라움을 경험하는 감성 상태인 것이다.

아마도 인간이 갖고 있는 인식체계 중 가장 강력한 것은 수학과 과학으로 설명되는 물리현상에 대한 자연관(예를 들어, 사과는 땅으로 떨어진다는 사건인식)일 것이다. 따라서 마그리트의 다른 작품에 등장하는 거대한 여인, <달리>의 방안 가득한 크기의 사과 등의 표현에서 보듯이 초현실주의 미술은 주로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사물이나 사건을 소재로 표현하는 특징을 갖는다. 초현실주의 비주얼을 만들어 내는 가장 큰 원천으로서 과학적으로 설명되는 세상을 부정하는 표현을 흔히 볼 수 있는 것이다.

우리가 살면서 경이로움을 느끼는 순간은 언제일까? 우리가 갖고 있던 믿음을 무너뜨리는 현실의 사건들은 대체로 역겹고 공포스럽고 좌절스러운 감정을 유발하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어쩌다 이곳이 지구인지 화성인지 알 수 없는 노을 풍경을 창 너머로 바라보며 경이로움을 느끼기도 하고, 마그리트의 ‘빛의제국’을 보며 그러한 경이로운 해방감을 경험하는 즐거움을 갖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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