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칼럼] 오! 놀라워라, 젊은이들이여!
[문화칼럼] 오! 놀라워라, 젊은이들이여!
  • 승인 2022.08.17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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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국 대구문화예술회관장
지난 주 대구콘서트하우스 그랜드홀에서는 특별한 감동이 가득한 음악회가 열렸다. ‘2022 솔라시안 유스 오케스트라’ 공연으로 인해 많은 관객뿐만 아니라 연주자들과 관계자들 역시 벅찬 감격에 젖었다. 서울시향 수석부지휘자 윌슨 응의 지휘로 윤소영 협연 차이코프스키 바이올린 협주곡과 말러 교향곡 1번 ‘거인’이 연주되었다. 작년 월드오케스트라시리즈(WOS) 비르투오조 챔버 오케스트라와 피아졸라 사계를 협연하여 큰 호응과 깊은 인상을 남긴 윤소영은 이날도 역시 큰 박수를 받았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이날 우리에게 큰 울림을 준 것은 말러 교향곡 1번이었다.

나의 젊은 날을 돌이켜보면 마음이 슬픈 날이 많았던 것 같다. 왜 그랬는지는 이제 기억도 희미하지만 아무튼 그런 날에는 말러의 가곡 ‘방랑하는 젊은이의 노래’를 자주 들었다. 우연히 FM에 흘러나오는 것을 카세트테이프에 녹음하여 들었다. 음질은 좋지 않았지만 거장 푸르트벵글러 지휘에 피셔 디스카우의 목소리여서 최고의 조합이었다. 사실은 선율이나 색채감보다는 가사 때문에 더 좋아했다. 총 4곡으로 이루어진 이 노래는 이십대 중반의 구스타프 말러가 독일 카셀 오페라단 부지휘자로 일하던 중 받은 실연의 아픔에, 자신이 직접 대부분의 가사를 쓰고 작곡한 곡이다. 그러니 이런 감성적인 가사로 된 노래는 그 또래 우리들의 가슴을 정말 촉촉이 적셨다.

그리고 세월이 좀 흐른 뒤 우연히 말러 교향곡 1번을 듣게 되었는데 나는 깜짝 놀랐다. 젊은 날 고뇌의 밤에 듣곤 하던 ‘방랑하는 젊은이의 노래’의 멜로디들이 교향곡 사이사이에 펼쳐지는 것이었다. (베르디, 풋치니 등 오페라 작곡가와 말러 같은 교향곡 작곡가들은 먼저 가곡을 만들고, 거기의 중요한 멜로디를 오페라와 교향곡에 풀어 놓는 것을 즐겨한다.) 말러 1번은 언제나 나를 그때 그 시절로 돌려보내는 것 같았다. 그래서 특별히 좋아하는 교향곡 중 하나가 되었다. 그러다 몇 년 전, ‘엘 시스테마’의 나라 베네수엘라가 낳은 젊은 거장 구스타보 두다멜 지휘로 LA필하모닉의 말러 1번을 듣게 되었다. 사실 LA필의 금관 파트는 막강하다. 게다가 두다멜의 지휘는 간결하고 핵심을 잘 끄집어내는 것이어서 나는 “아! 오늘의 이 연주는 완벽하다.”이런 생각을 했었다. 이번 우리의 자랑스러운 젊은이들로 이루어진 2022 솔라시안 유스 오케스트라의 연주 역시 LA필 못지않은 감동이 있는 음악이었다.

음악은 살아있어야 한다. 좋은 소리, 뛰어난 테크닉 보다도 연주자의 영혼이 담겨 있어야 그것은 살아있는 음악이 된다고 생각한다. 물론 영혼을 담기 위해서는 좋은 소리와 테크닉이 당연히 있어야 한다. 음악을 대하는 순서가 그렇다는 말이다. 솔라시안 유스 오케스트라의 모든 구성원의 음악에 대한 열정을 여러 경로를 통하여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지휘자, 단원들과 이들을 지도하는 패컬티, 모두들 이 프로젝트를 통하여 음악을 처음 대하던, 그 가슴 떨리는 순수함을 찾았다는 점이 이날 공연 성공의 비결이며 이 사업의 가장 차별화된 아름다운 모습이다.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매년 봄마다 우리나라 교향악단의 잔치가 열리고 있다면, 대구에서는 매년 가을 ‘월드오케스트라시리즈’라는 이름으로 세계 최정상의 오케스트라를 비롯한 국내외 오케스트라의 향연이 펼쳐진다. 나는 이 두 행사가 우리나라 교향악 축제의 큰 줄기를 형성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WOS의 참으로 자랑스럽고 바람직한 발전적 모습으로 만들어진 것이 ‘솔라시안 유스 오케스트라’라고 생각한다. 올해로 네 번째 열리게 된 이 행사는 여러모로 특별한 점이 많다. 높은 경쟁률을 뚫고 전국에서 모인 100명 가까운 유망주들이 일주일간의 연습으로 무대에 오르게 된다. 해외 정상급 오케스트라들이 자체사업으로 교육프로그램을 활발히 추진하는 반면 국내의 사정은 여기에 미치지 못한다. 그런데 세계적 공연장 하드웨어를 갖춘 대구콘서트하우스와 가을이면 수많은 교향악 팬들을 불러 모으는 WOS에서 교육프로그램을 시작한 것이다.

이번에 지휘를 맡은 윌슨 응은 이제 삼십대 초반이라 주로 이십대로 구성된 단원들과 나이차이도 별로 없다. 그는 “여기 참여하지 않았다면 내 인생에서 중요한 무엇인가를 얻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마도 어느 오케스트라에서도 느끼지 못한 따뜻한 마음들로 가득한 시공간의 경험을 했을 것이다. 단원들을 지도한 패컬티들은 한창 잘 나가는 인기 절정의 연주자 들이다. 이들이 일주일씩 이곳 대구에서 머물며, 아이들 밥도 사 먹여가며 열정적으로 지도할 수 있었던 원인은 무엇이었을까? 공연 종료 후 무대에서 단원들과 패컬티들이 한데 어울려 환호하고 혹은 눈물로 성공적 공연에 대한 축하와 이별에 슬퍼하는 모습이 모든 것을 말해준다. 그것은 가장 순수한 열정으로 모였기 때문이다. 이것이 이들을 특별하게 만들 수 있는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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