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호 展, 대구신세계갤러리
김성호 展, 대구신세계갤러리
  • 황인옥
  • 승인 2022.09.22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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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의 어깨 토닥이는 ‘도시의 야경’
낮 동안 감춰졌던 속살 드러나
사람 없지만 곳곳에 인간 체취
“빛·색 통해 긍정·희망 메시지”
다시-김성호작새벽-한강
김성호 작 ‘새벽-한강’
김성호작새벽-서울-용마산에서본
김성호 작 ‘새벽-서울(용마산에서 본)’

도시를 읽으면 사람이 보인다. 삶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도시는 현대인에게 거주지 이상의 의미로 다가온다. 태어나 성장하고, 좌절과 환희를 반복하며 꿈을 실현해가는 공간이며, 최후의 순간을 맞이하는 장소다.

김성호 작가는 도시를 읽는 작가다. 더 정확히는 도심을 기반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과 애환을 기록한다. 도시를 중심으로 일어나는 사람들의 삶에 대한 그의 기록은 도시풍경으로 가시화된다. 대구신세계갤러리에 도시풍경을 그린 신작 20여점이 걸렸다.

도시에 대한 관심은 전업 작가를 본격화할 때부터 시작됐다. 회색 도시 서울에서 시작하여 국내외의 다양한 도시풍경으로 확장했다. 특이한 점은 풍경의 시점이 새벽이라는 것. 그는 낮 동안의 분주하고 화려한 삶이 어둠에 밀려나고 어스름한 가로등이 도시의 또 다른 이면을 드러내는 시간대에 관심을 표한다. 낮 동안 감추고 있던 도시의 속살과 속내가 인공조명 아래서 예민하게 드러나는 현장을 포착한다.

풍경은 다양한 시선으로 표현된다. 산 위에서 도시의 야경을 내려다보는 시선, 도심의 한 장소를 확대해서 바라보는 시선 등이다. 어떤 시선에서건 추상과 구상을 병행한다는 점에서 통일감을 유지한다. 이런 형식의 출발은 구상을 강조했던 대학 재학 시기로 거슬러간다. 누구보다 붓 터치가 좋아 일찍 가능성을 인정받았지만, 구상만으로는 그의 내면을 표현하기에 한계가 있음을 직감했다. 당시의 그는 대립보다 조화를 선택했다. 구상에 붓이나 나이프로 형태를 흩트리는 방식으로 추상을 끌어들였다.

낮은 환희의 시간이며, 새벽은 침잠의 시간이다. 새벽의 미명(微明)은 낮의 강렬한 태양보다 위대할 때가 있다. 자신감 넘치는 사람마저 겸손하게 만드는 품격과 힘을 갖는다. 그가 그리는 야경은 미명의 기운이 도심을 감싸는 풍경이다. 그 풍경에서 태양 아래 감춰졌던 외로움과 고독, 소외 등의 감정들이 툭툭 튀어 오른다. 항구 도시의 야경과 물에 비치는 불빛에선 새벽 특유의 정서가 정점을 달린다. 그의 손끝이 향하는 곳은 바로 현대인의 외로움이며, 그의 야경은 그런 현대인의 어깨를 토닥인다.

“현대인은 풍요로운 도시에 살지만 풍요 속의 빈곤이나 외로운 감정들을 느끼며 살아가고 있지 않습니까? 그런 현대인의 심리들을 표현하려 했어요.”

도시의 주인공은 사람이다. 작가 역시 야경에서 표현하는 핵심 서사는 인간이다. 하지만 화면 어디에도 사람을 캐스팅한 흔적은 없다. 길이나 강을 중심으로 즐비하게 늘어선 빌딩과 골목을 표현할 뿐. 하지만 화면 곳곳에서 인간의 체취가 배어나온다. 서사를 이끄는 역할은 역시 조명이다. 화면 곳곳에서 은은하거나 또는 화려한 불빛들이 도심 속 사람들의 개별적인 이야기들을 끌고 간다.

“사람은 등장하지 않지만 상상이나 추론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싶었어요. 그것이 제게는 희미한 불빛이었어요. ‘저 불빛 속에 들어가서 뭐가 있을까?’를 상상하고 찾는 것이죠.”

도시풍경은 복잡한 것 같지만 구성요소들은 의외로 단조롭다. 어떤 도시든 길이나 강을 중심으로 건물들이 늘어서있다. 하지만 그의 화면에서 비슷한 풍경을 만나기는 어렵다. 다양한 도시를 선택한 이유도 있지만, 해체와 재구성이 준 다채로움이다. 무엇보다 눈길을 끄는 지점은 탁 트인 구도. 그가 화면 구성에서 역점을 기울이는 것은 구도다. 먼저 시원한 공간감을 조성하고, 그 안에서 자잘한 이야기들을 조합해간다.

“해체와 재구성하는 과정에서 그것을 보고 느낀 저의 감정들이 담길 수밖에 없고, 그 감정들에 의해 구도도 결정됩니다. 저의 감정이 화면을 통해 관객들에게 전달되면 그것으로 만족합니다.”

색채 또한 다채롭다. 새벽의 미명을 블루로 표현하고 도심 속 장소들은 다양한 색채들로 치장한다. 때로는 화려하고, 때로는 잔잔하다. 도시에서 살아가는 다양한 사람들의 내면이 다양한 색의 중첩으로 표현된다. 작업은 치밀한 계획 하에 진행되지만 우연적인 요소들의 개입도 허용한다. “전체적으로 우울한 분위기지만 빛이나 색을 통해 긍정과 희망의 메시지가 살짝 살짝 드러납니다. 아무리 건조한 사람이라도 희망은 누구나 가지고 있거든요.”

이번 전시에는 제주 풍경을 담은 작품도 걸렸다. 제주에서 작업하던 시기에 그린 오름이나 성산일출봉 야경 등이 대표적이다. 도시풍경에서 독특한 제주의 자연을 그렸지만 탁 트인 구도나 특유의 따스한 정서는 동일하게 유지되고 있다.

김성호 작가의 ‘도시의 불빛, 꿈처럼 아롱거리는, 신기루처럼 먼’전은 4일까지.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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