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대구 수성구에 걸린 텅 빈 나라 곳간 현수막
[데스크 칼럼] 대구 수성구에 걸린 텅 빈 나라 곳간 현수막
  • 승인 2022.10.11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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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환 부국장
난데없이 대구 수성구에서 국민의 힘과 더불어 민주당간의 현 정부의 곳간(재정)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최근 대구 수성구 일원에 국민의 힘 주호영(수성갑)· 이인선(수성을)의원이 “텅 빈 곳간 물려받았지만, 꼭 필요한 곳에 잘 쓰겠습니다.”라는 문구의 현수막을 도로 곳곳에 내걸어 전 정부가 텅 빈 나라 곳간을 새 정부에 떠 넘겨 경제가 어렵다는 것을 에둘러 호소하고 있다. 국민의 힘 대구시 당에선 수성구 일원에 동별 2개 씩 총 24개의 현수막을 걸었다고 했다.

더불어 민주당도 반박 현수막을 내걸었다. 강민구 더불어 민주당 대구시당 위원장은 “50조원 상속받고, 텅 빈 곳간이라니?, 우리나라 재정규모를 모르고 하는 소리!”라는 현수막으로 맞불을 놨다.

양측의 의도와는 달리 현수막을 본 시민들 대부분의 반응은 싸늘하다. 상대탓만하는 여야의 논쟁에 신물이 난다는 것이다. 더구나 수성구 주민들은 왜 하필이면 우리 지역에서 이런 논쟁을 벌이냐는 것이다. 이런 소모적인 현수막 걸 돈 있으면 어려운 이웃에게 기부나 하지라고 일갈했다.

뜬금없이 대구 수성구에서 여야 간 텅 빈 나라 곳간 현수막 논쟁이 벌어지고 있는 이유는 뭘까. 그래서 물어봤다.

국민의 힘 대구시당과 주호영 의원 측에 따르면 “중앙당에서 이런 문구가 시당에 내려와 현수막을 설치했다. 지역에서 입장을 밝힐 내용이 아니다”라는 답변을 했다. 국민들의 기대와는 달리 현 정부 출범 후에도 계속되는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인해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는 국민들의 아우성을 전 정부의 탓으로 돌리고 싶은 입장은 어느 정도 이해가 간다. 문재인 정부도 집권 당시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탓을 얼마나 했던가. 하지만 구체적인 답변을 기대했지만 중앙당의 방침이라는 짧은 답변은 실망스럽다.

더불어 민주당 쪽에선 역대 정권까지 소환하며 조목조목 반박했다. 강 위원장은 “문재인 정부가 지난 대선 전에 50조 원 규모의 3차 전 국민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려고 했다. 당시 홍남기 기재부총리가 세수 부족으로 반대해 집행을 못했다”면서 “결국 문재인 정부가 50조원 세수를 현 정부에 물려준 것이나 마찬가지다”라고 했다. 대구시의 1년 예산 규모가 7조 원가량인 것을 감안할 때 50조 원이라는 세수를 차기 정부에 넘겨줬다니 생색도 낼만 하다.

더불어 민주당 대구시당은 역대 정권 중 국가위기는 모두 국민의 힘 집권 기간이었다는 논평까지 지난 9월 28일자로 냈다. 이승만 정권은 하야했고, 박정희 정부는 비극으로 마무리됐으며, 김영삼 정권에선 외환위기, 박근혜 정부는 헌정사상 첫 탄핵으로 물러났다는 논평으로 국민의 힘 쪽이 나라를 어렵게 한 장본인이라고 했다. 심정은 알겠지만 역대 정권까지 소환해 남탓을 한 논평은 지나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이제 출범한 지 5개월 밖에 안 된 현 정부와 여당이 하루아침에 나라 경제를 획기적으로 변화시키기에는 국내외적인 어려운 여건과 맞물려 아직 시간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더구나 사사건건 새 정부의 정책에 딴죽을 걸고 있는 야당이 국회를 사실상 장악하고 있는 상황에서 말이다. 대부분의 국민들은 여당는 물론 야당도 경제 위기에 처한 현실을 감안해 남탓하지 말고 정책으로 대안을 제시하고 일하는 모습으로 평가 받기를 바랄 것이다. 서로 상대 탓만 하는 여야 간의 곳간 논쟁은 진실보다는 국민들의 여론을 호도하려는 의도로 밖에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갈수록 어려워지는 경제현실에 국민들의 삶은 피폐해지고 있다.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 전 정부가 그랬다고 현 정부도 전 정부의 탓만 해서는 안된다. 국민들에게 희망을 줄 참신한 정책과 능력을 보여줘야 한다. 이런 소모적인 논쟁은 국민들에게 정치에 대한 불신과 혼란만 초래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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