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속 디자인 기행] 타이포 커스터마이징,어떤 글자들은 말하고 춤추고 반짝인다
[일상 속 디자인 기행] 타이포 커스터마이징,어떤 글자들은 말하고 춤추고 반짝인다
  • 류지희
  • 승인 2023.06.01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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텍스트이자 그림인 글자
형태가 가독성까지 좌우
명조·고딕 스테디셀러지만
시각적 정보가 중요한 시대
이색 폰트 개발 필요성 대두
평창, 별 본뜬 ‘평창평화체’
롯데리아, 가벼운 ‘딱붙어체’
기업·지자체 할 것 없이 개발
나만의 전용서체 개발 어떨까
예술의전당-전시회포스터
예술의전당 전시회포스터로 ‘틈’이라는 글자를 이미지화하여 직관적으로 그 의미를 가독할 수 있도록 편집하였다. 안산문화 예술의전당 포스터 제공

무릇 문자란 가독을 기본 목적으로 한다. 문자의 사전적인 의미를 보면 “말이나 소리를 눈으로 볼 수 있도록 적기 위한 일정한 체제의 부호”라고 명시되어 있다. 즉, 문자를 글의 내용으로 이해할 수도 있지만, 시각적인 그림체로 그 의미나 느낌을 직관하여 전달하는 것도 가능하다는 뜻이다.

문자를 다루어 표현하는 작업은 시각디자인분야 중에서도 가장 섬세하고 감각적인 기술이 들어간다고 할 수 있다. ‘폰트’, 즉 ‘타이포그래피’를 다룰 때는 고도의 센스티브함이 요구된다. 예를 들어, 한 장의 포스터를 작업할 때에는 핵심이 되는 글과 문구들의 레이아웃과 정렬, 크기, 강약과 같은 요소을 어떻게 배치하느냐가 중요하다. 그림과 함께 문자를 배치하는 경우도 있지만, 글자 자체가 동시에 이미지의 형태를 띄어 중의적인 표현 또한 가능하다. 분명한 건 타이포그래피를 활용한 편집물의 경우, 같은 그림이 들어간 디자인이라고 해도 폰트의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그 결과물은 완전히 다른 이미지가 된다는 것이다. 그만큼 글자와 글자들의 실루엣이 이루는 모양, 비율, 컬러 등의 시각적 이미지가 큰 역할을 차지한다.

평소 무심코 넘겨보는 잡지나 서적들과 같이 수십에서 수백 페이지가 넘어가는 편집디자인물들도 마찬가지이다. 인간이 시각적, 심리적 , 정서적으로 느끼는 편안한 가독성을 위해 동선의 흐림을 고려하여 글자 종류와 행간, 자간 등의 값들을 미묘하게 조절해야 한다. 그래서 텍스트가 많은 편집디자인을 다룰 때는 촉각을 기울여 보고 또 보고, 다듬고 또 다듬어 완전해진 최종 결과물을 만날 수 있게 된다. 텍스트를 맛깔스럽게 조리하는 일은 깔끔하고 심플한 결과물일수록 공이 더 많이 들어간다.

설립 100주년이 훌쩍 넘은 바우하우스의 이념을 이래로 디자인은 줄곧 ‘단순하고 실용적이면서 아름다워야 한다’는 법칙 속에서 영글어 왔다. 서체 역시 군더더기 없이 단정하고 깔끔한 고딕계열을 암묵적인 약속처럼 사용해왔다는 사실은 디자이너라면 친숙한 정보이다. 윤고딕, 헬베티카, 코펍돋움 등의 고딕폰트들은 지금까지도 가장 무난하면서도 세련된 서체로 많이 활용되고 있다. 그냥 사용해도 90%는 먹고 들어가는게 단정한 고딕계열의 폰트들이다. 특별한 개성은 없지만, 그것 자체로 안정적일 수 있어 과감한 시도를 하지 못하는 이들에게는 전유물 같은 존재다.

그러나 이제는 시대에 맞춰 폰트디자인도 변하고 있다. 헤드 타이틀은 주목성이 좋은 굵은 고딕체, 본문은 부담없이 편안하게 읽힐 수 있는 얇은 명조체를 사용하던 암묵적인 진리가 단조롭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모든 변화는 단조로움을 탈피하고자 하는데에서 시작된다. 신발과 케이크마저 모두 커스터마이징으로 맞춤제작되는 시대에 글자라고 왜 자신의 개성을 드러내지 못하겠는가.
 

평창평화체
평창평화체는 모티브를 ‘빛’으로 제작된 서체로, 평창동계올림픽을 기념하고 알리기 위해 평화의 가치를 담았다. 평창군 공식 홈페이지 제공

기존의 폰트를 편집하여 활용하는 방식뿐만 아니라, 서체 자체를 개발하는 일도 매우 흥미롭고 과학적인 작업이다. 텍스트가 지니는 전달력과 영향력을 잘 알고 있는 기업체들의 경우에는 브랜드 전용 서체를 직접 개발하여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가 잘 알고있는 바나나우유, 빙그레회사는 약 1년여에 걸친 개발기간과 감수 기간까지 합하여 오랜기간 야심차게 개발한 전용서체 ‘빙그레체’를 출시하였는데, 이를 무료로 사용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자연스러운 브랜드홍보를 더불어 기업에 대한 호감도 까지 상승하면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이처럼 자신만의, 자신다운 전용 서체를 개발하는 일은 예전처럼 대기업체에서 뿐만 아니라 중소기업 및 개인의 영역으로까지 확장되고 있다. 일명 ‘커스터마이징형 폰트’들인데, 심플하고 군더더기 없는 고딕체나 명조체의 틀을 벗어나 글자 자체가 하나의 이미지가 되는 다양한 컨셉의 서체들이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그 이유는 온라인상의 웹시각정보매체가 중심이 되면서부터 가속화되었다. 개개인의 개성을 담은 미디어 콘텐츠들을 정적인 이미지나 사진, 움직이는 동영상으로 제작하게 되면서 대표 썸네일 에서부터 보다 매력적이고 차별화된 시각정보를 어필하고 싶어하는 심리 때문이다.

단순한건 취급하지 않는다. 힙하디 힙한 MZ세대들에게는 제목 하나도 톡특하고 개성있어야 눈길을 끌 수 있다. 특히, 최근 인기리에 사용되고 있는 커스터마이징 폰트들을 몇가지 소개해 본다. 첫 번째, ‘DS엉뚱상상’ 폰트이다. 폰트별 대비가 매우 강한 편인 해당 폰트는 율동성과 톡톡튀는 매력이 특징이다. 실제로 사용자들의 패턴을 살펴보면 패션이나 브이로그처럼 개인의 취향이 확실하게 녹아든 영상물이나 시각물을 표현할 때 타이틀 글자로 많이 사용되고 있다. 타이핑을 했을 때, 글자의 폭과 두께가 하나하나 달리 표현되지만 그 것 자체가 전체적으로 독특한 조화로 느껴지기도 한다.

두 번째, 평창군에서 만든 ‘평창평화체’도 있다. 아마 최근들어 여러 곳에서 사용되고 있는 터라 온라인 카드뉴스글이나 광고에서 한 번쯤은 보았을 법한 요즘 가장 핫한 폰트 중 하나이다. 2020년 동계올림픽 유산인 평화의 가치를 확산하기 위해 추진된 사업으로, 윤폰트로 대표되는 ㈜윤디자인그룹이 참여하여 퀄리티있게 제작된 폰트이다. 강원도의 맑은 공기로 밤하늘에 별이 총총 빛나는 모습을 담아낸 듯한 이 서체는 ‘빛’을 형상화하여 제작된 것으로 자음과 모음안에서 연결되는 부분을 다이아몬드 그래픽으로 표현하고 있다. 글자를 다 적어놓고 보면 반짝 반짝 별빛이 비치는 느낌이 들어서 아기자기하고 유니크하다.

세 번째, 롯데리아 ‘딱붙어체’이다. 전체적으로 캐주얼한 느낌에 텍스트를 적을 때마다 유동적으로 표현되는 자음 ‘ㄹ’이 시그니처요소이다. 자음 ‘ㄹ’을 세로로 두 번을 연결한 듯한 꼬불꼬불한 그래픽은 MZ세대들이 딱 좋아할 만한 키포인트이다. 과하지 않은 작은 포인트로 글자 전체의 이미지를 달리 보이고 싶다면 해당 폰트를 추천하고 싶다.

기업이나 브랜드, 제품의 로고일 경우 이미지의 형태로 편집하여 사용하던 예전과 달리, 지금은 일상의 글자들이 각자의 개성을 뽐내는 유니크함으로 자기PR을 하고 있다. 나를 대변하는 마스코트 캐릭터가 없어도 글자 하나로도 이젠 브랜드나 개인의 개성을 담아 설명하거나 시그니처화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커스터마이징이 인테리어디자인에서 이제는 타이포그래피까지 세분화되었다는 것은 자신을 표현하는 수단이 나노 단위로 쪼개어지고 있다는 것이기도 하다.

앞으로는 자기소개서를 작성할 때에도 ‘나를 표현하는 전용서체’를 개발하여 커스터마이징전략으로 자신을 어필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겠다. 카카오톡, 인스타그램과 같은 SNS 플랫폼에서도 이제는 1인 1폰트를 개발 및 사용하는 시대가 오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자신의 계정을 보다 나답게 꾸미고 드러낼 수 있는 커스터마이징 폰트의 시대, 지금부터 준비해보는 것은 어떨까.
 

 
류지희<디자이너·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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