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동용 수성아트피아 관장 “콘텐츠 생산부터 소비까지 가능한 제작극장 거듭날 것”
박동용 수성아트피아 관장 “콘텐츠 생산부터 소비까지 가능한 제작극장 거듭날 것”
  • 황인옥
  • 승인 2023.08.23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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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공연장 등장에 복합문화공간 한계
4월 부임하며 슬로건 ‘뉴 비기닝’ 제시
내년부터 봄~겨울 시즌별 축제 기획
연주자 초대 머무르지 않고 섭외·제작
독일 카를스루에 국립극장과 MOU
콘텐츠·스태프 교류 방식 협력 구상
국내 연주자 해외 콩쿠르에서 우승
유학 반드시 필요한지 돌아볼 필요
오펀스튜디오 통해 해외 진출 지원
박동용-수성아트피아관장
박동용 수성아트피아 관장은 “수성아트피아를 콘텐츠 제작 극장으로 거듭나는데 역량을 쏟겠다”고 말했다. 전영호기자

“콘텐츠를 직접 제작하는 극장이라야 진정한 명품 극장이 될 수 있습니다.”

수성아트피아 박동용 관장이 수성아트피아의 새로운 정체성으로 ‘제작극장’을 제시했다. 그가 말하는 ‘제작극장’은 콘텐츠를 전문적으로 만드는 프로그램 제작극장, 즉 생산 기지다. 누군가가 생산한 콘텐츠를 비용을 지불하고 소비하는 소비 거점 역할에서 벗어나 콘텐츠 생산과 소비까지 원스톱으로 이뤄지는 생산 기지로 전환하겠다는 것이다. 지난 4월에 수성아트피아 관장으로 부임하고 그가 제시한 슬로건도 ‘뉴 비기닝’이다. 말 그대로 “새로운 출발을 하겠다는 것”이며, 그것이 ‘제작극장’으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콘텐츠 제작 거점으로 거듭나

복합문화공간인 수성아트피아는 일찍부터 명품공연장을 표방하며 지역 공연문화계를 선도해왔다. 공연장과 전시장 그리고 아카데미 강의실을 갖추고 음악과 미술, 교육 등의 분야를 아우르며 새로운 기획들을 시스템화했고, 타 공연장에서 벤치마킹했다. 하지만 오페라나 뮤지컬 또는 클래식 음악을 전문으로 다루는 전문공연장들이 생겨나며 수성아트피아 같은 복합문화공간들은 한계에 봉착했고, 새로운 비전 제시에 대한 요구와 맞닥뜨렸다.

박 관장이 부임하고 수성아트피아를 진단했을 때의 문제 인식 또한 여기에 맞춰졌다. 생산된 콘텐츠를 단순하게 소비만 하는 방식으로는 ‘일등’의 명성을 지켜갈 수 없다는 것이 그의 진단이었다. ‘인식의 전환’이 요구됐고, 그는 생산기지로서의 ‘제작극장’으로 수성아트피아의 정체성을 재정립해갔다.

◆독일 카를스루에 국립극장 등 해외 유수 극장과의 협력으로 제작 능력 강화

무릇 ‘제작극장’이라 함은 생산력을 보유할 때 힘을 발휘한다. 생산력 미보유는 ‘콘텐츠 생산 기지’를 표방하는 수성아트피아의 걸림돌이 된다. 그렇다고 극장 전속 오페라단이나 오케스트라, 극단, 무용단 등의 전문 인력을 보유하고 유지할 수도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극장이나 예산에서 한계를 드러낸다. 그가 이런 현실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제작 기능을 자신 있게 말하는 데는 나름의 근거가 있다. 그의 해결책은 다양한 방식의 교류에 맞춰진다.

“지금보다 높은 수준의 예술기반을 보유한 국내외 유수의 음악단체나 예술가들과의 지속적인 교류를 통해 함께 작품을 제작하고 운영하면 제작극장으로 거듭날 수 있습니다.”

◆2024년부터 다양한 기획으로 제작극장 면모 드러내게 된다.

콘텐츠 제작극장으로서 수성아트피아의 드라이브는 이미 시작됐다. 지난달 창단된 ‘수성아트피아 솔로이츠츠’가 그것이다. 지난 6월 공모를 통해 1차 서류·2차 영상 심사를 거쳐 수성아트피아 상주 남성중창단을 창단했다. 이들이 수성아트피아의 다양한 기획 무대에 서게 된다.

박 관장은 향후에는 더욱 다양한 형식으로 제작 기능을 강화할 계획이다. 당장 내년부터 봄, 여름, 가을 겨울 시즌별 축제를 통해 제작 극장 기능을 본격화한다. 기존의 축제들이 국내외 유수의 연주단체들을 초대하는 라인업으로 꾸려졌다면, 수성아트피아 기획 축제들에선 극장이 연주자들을 직접 섭외하며 제작하게 된다. 국내·외의 다양한 연주자들 중에서 축제에 부합하는 연주자들을 선발하고, 그들을 솔로, 듀오, 트리오, 실내악, 소규모 오케스트라 등 다양한 형식으로 무대에 투입하게 된다. 이를 통해 해를 거듭할수록 공연장 자체 제작 역량은 계속해서 축적하게 된다.

“제작 기능을 실현할 경우 좋은 연주자 선발이 관건인데, 전문성과 네트워크를 겸비한 뛰어난 예술감독과 함께 하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가 제시하는 극장 운영방안들은 하나같이 신선하지만 실현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 하지만 그는 이미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 총괄 기획실장 재직 시기에 문화예술, 행정, 경영 능력을 검증받은 인재다. 베를린 뮤직페스티벌 아시아 오케스트라 최초 정식초청 연주, 베를린 필하모닉에 홀 한국 오케스트라로서는 최초 연주, 인공지능 AI(에밀리 하웰) 작곡 음악회 기획제작(모차르트 vs 인공지능), 웹툰을 활용한 드로잉 쇼 음악회 기획제작(보이는 음악 들리는 웹툰), 세계 23개국 연주자를 초청한 프로젝트 오케스트라 (월드심포니 오케스트라) 구성 및 전국 투어 등 그가 실현한 전국 최초의 기획들은 셀 수 없을 만큼 많다.

그는 최단시간내에 국내 최정상의 오케스트라로 발전시킨 경기필에서의 경험을 자원으로 수성아트피아에서도 통념을 뛰어넘는 획기적인 아이디어와 실천력을 펼쳐나갈 계획이다. “수성아트피아 구성원들과 함께 수성아트피아가 생산거점으로 거듭나는데 힘을 보태 나가겠습니다.”

◆해외 극장과의 교류 통해 지역의 젊은 예술가 발굴 및 지원

해외 교류를 통한 제작 역량 강화의 첫 신호탄은 지난달 수성아트피아와 독일 카를스루에 국립극장의 MOU 체결로 실현됐다. 이번 MOU 체결에는 수성구의 역할이 컸다. 수성구가 독일의 문화도시 카를스루에와 교류를 지속하고 있어 카를스루에 국립극장과의 교류는 시너지 효과가 될 것이라는 점이 작용했다. 양 기관은 MOU를 통해 공동제작의 기반을 마련하고, 극장 간 콘텐츠 향유 기회 확대, 지역 출신 연주자의 해외진출을 지원 등의 지속적인 교류를 이어가기로 했다. 지난달 7일과 8일에 수성아트피아에서 열린 ‘콘서트 오페라 카르멘’ 공연은 첫 교류 협력 사업이었다. 이날 공연은 카를스루에 소속 지휘자와 성악가 그리고 대구경북 예술단체가 함께 하는 합작무대였다. 독일 카를스루에 국립극장은 발레단, 극단, 오페라단 등 예술가 700여명이 상주하고 있고 연간 750여회의 무대를 선보이는 독일 예술극장 중에서도 큰 규모를 자랑한다.

카를스루에와의 협력을 상호 대등하게 바라보는 박 관장은 두 가지 방향에서 협력을 구상한다. 첫 번째는 콘텐츠 교류인데, 합작의 형식을 취하는 것이다. 상호 간의 콘텐츠 교류 때 핵심 예술가만 가고 나머지는 각 기관이 현지에 보유한 예술인들을 활용하는 방식이다. 지난달 7일과 8일에 열린 ‘콘서트 오페라 카르멘’ 공연에서 지휘자와 핵심 성악가들은 카를스루에 극장 소속들로 채워지고, 오케스트라 등은 대구·경북의 예술단체가 힘을 보탠 것이 대표적이다.

두 번째는 기획, 홍보, 무대, 연출 등의 스태프 교류다. 수성아트피아와 카를스루에는 각기 다른 장점을 보유하고 있다. 카를스루에가 무대 제작, 운영, 연출 시스템에서 뛰어나다면, 수성아트피아는 대외협력을 통한 기획력과 디지털을 활용한 홍보에서 앞서있다. “상호 교류를 통해 서로 잘 하는 분야를 자연스럽게 전수 받게 되죠.”

박 관장은 대구·경북 젊은 성악가들의 해외 진출을 해외 극장과 교류의 핵심 사업으로 인식한다. 한국 성악가들의 우수성이 이미 유럽 등에서 입증됐지만 이들은 대개 유학파들인데, 그는 이 공식에 균열을 내려 한다. 바로 인식의 전환이다. 그는 “한국의 뛰어난 연주자들이 줄지어 해외 콩쿨에서 우승하는 것을 보면 이제는 해외 유학이 반드시 필요한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그 인식은 ‘오펀 스튜디오’를 통해 실현된다. 유학생이 아닌 대구·경북 지역 음악대학 출신이나 재학생들을 ‘오펀 스튜디오’를 통해 해외로의 진출을 돕는다.

수성아트피아는 지난달 수성아트피아를 방문한 카를스루에 극장 사장 및 예술감독 등이 참여한 오디션을 통해 극장진출의 첫 수혜자로 바리톤 김주현을 선발했다. 김주현은 2024년 시즌에 있을 카를스루에 극장의 푸치니 오페라 ‘라보엠’에 출연하기로 확정됐다. 또한 내년시즌에 출연자로 선발되지 못했지만 미래가 촉망되는 대학생 및 대학원생 등을 위한 프로그램으로 ‘오펀 스튜디오’를 운영하기로 했는데, 여기에도 소프라노 1명과 테너 1명이 지명됐다.

‘오펀 스튜디오’는 계속 진화하게 된다. 대구·경북 지역의 젊은 성악가들을 지속적으로 선발해 카를스루에 극장의 오페라 작품에 출연시키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독일의 각 극장의 예술감독들과 협의해 내년부터 ‘오펀 스튜디오’에 파견 할 인력도 추가로 오디션을 갖기로 했다. “‘오펀 스튜디오’의 장점은 젊은 성악가들이 학업과 동시에 참여 할 수 있는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 극장 시스템을 통해 다양한 레퍼토리를 늘릴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입니다.”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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