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논단>자기주도 학습은 자연의 이치
<대구논단>자기주도 학습은 자연의 이치
  • 승인 2011.01.12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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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옥 전 대구광역시교육청 교육정책국장

카프만 부인이 쓴 `광야의 샘’이라는 책에는 다음과 같은 경험담이 실려 있다. 카프만 부인이 누에를 키운 적이 있었다. 어느 날, 누에고치의 작은 구멍으로 한 마리의 누에나방이 나오는 것을 목격했다. 누에나방은 그 작은 구멍으로 도저히 나올 것 같지 않은데도 긴 시간 날개로 갖은 몸부림을 치며 용케도 나오는 것이었다. 나는 세상에 첫 발을 딛는 그 가엾은 나방을 도와주기 위하여 가위로 오려 큰 구멍을 내어 주었다.

다른 누에나방은 고통을 당하고 날개를 찢기며 겨우 빠져 나왔으나 내가 가위로 베어 크게 구멍을 내 준 고치에서 나오는 나방은 쉽게 나오고 아무런 상처도 없이 아름다운 날개를 펄럭였다. 참으로 잘 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는 동안에 작은 구멍으로 겨우 비집고 나온 나방은 한 마리 한 마리씩 힘차게 날개를 치며 공중으로 날아올랐다. 그러나 가위로 큰 구멍을 내어 쉽게 나온 나방은 날개를 푸드득 거리다가 비실비실 책상 위를 돌더니 얼마 후 지쳐서 잠잠해졌다.

누에나방은 작은 구멍으로 나오며 애쓰는 동안 힘이 길러지고 물기가 알맞게 말라 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자연 상태에서의 누에고치는 구멍에서 나오자마자 빨리 날아가 숨어야 천적의 먹이가 되지 않는다. 순간적으로 편한 것이 진정한 도움은 아니다. 힘들고 어려워도 스스로 해야 할 일은 스스로의 힘으로 해야 한다.(2007 대입수능 언어영역 듣기문항)

우리나라 교육의 가장 큰 문제점 중의 하나는 단연 사교육이다. 유아기 어린아이부터 공무원이나 회사원 입사시험을 준비하는 성인에 이르기까지 심지어 최고의 지성이 모인 사법고시합격자들도 입학을 미루고 사교육을 받는다. 그 피해는 크게 두 가지이다. 하나는 경제적인 부담이 많아 가계에 큰 고통을 주고 출산까지도 기피하는 국가존망의 사회문제로 대두되었다.

따라서 표에 목을 매는 정치인들의 민감한 사안이기 때문에 선거 공약의 단골 메뉴로 등장하고, 정부는 사교육비 절감에 전력을 투구하고 있으나 효과는 회의적이다. 다른 하나는 과도한 과외 및 학원과외로 인해 청소년 시절에 익혀야 할 가장 중요한 `스스로 생각하는 방법’을 배우지 못하는 것이다.

과외나 학원교육은 아기를 보행기에 태우는 것과 같다. 보행기를 타는 아이는 처음에는 또래 아이들보다 빨리 서서 걷는 것처럼 보이지만 보행기의 아이는 걸음마 배우는 속도를 늦추고 등뼈를 휘게 하거나 다리근육 성장에 이상을 줄 수 있다. 그리고 어른이 되어서도 잘 넘어지기도 한다는 보고도 있다. 아이가 기어 다니다가 걸음마를 배우는 것은 큰 발전이다. 아이 스스로 일어서다가 넘어지기도 하고 배우면서 몸에 균형이 잡히고 근육이 발달하여 올바른 직립보행을 하게 된다.

공부도 마찬가지다. 과외는 초기에는 다른 학생보다 성적이 오르기도 하고 책상에 붙어있는 시간이 많은 것 같지만 지식을 가공해서 입에 넣어주는 사람 없이는 스스로 생각하며 공부할 수 없는 무기력한 사람이 되고 만다. 마치 보행기 없이는 스스로 설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물론 적절한 과외나 학원교육은 때로는 학생들에게 매우 유익할 수도 있다. 학교에서 배워도 잘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을 학원에서 배워 학습에 흥미를 갖게 되어 공부를 잘 하게 될 수도 있으나 그 숫자는 적고 혼자 스스로 고민하면서 해결하는 것보다는 못하다. 어른들은 학생들이 스스로 공부하는 방법을 깨우치도록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혼자 책상에 앉아 공부하는 시간을 빼앗아서는 안 된다.

물고기 가운데 오직 상어는 부레가 없다. 부레가 없으면 물고기는 가라앉기 때문에 잠시라도 멈추면 죽게 된다. 그래서 상어는 태어나면서부터 쉬지 않고 계속 움직여야만 하고, 그 결과 오랜 세월에 걸쳐 진화하여 바다의 물고기 중에서 가장 힘이 센 강자가 되었다고 한다. 역경이란 사람을 단련시키는 소중한 시련이다. 사춘기의 반항심은 부모로부터의 독립전쟁이다.

사춘기가 시작되어 몸 안에 에너지가 증가하면 혼자서 살아갈 수 있도록 DNA에 내장되어 있다. 이러한 자연의 이치에 맞게 스스로 공부하고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학생들이 바르게 성장한다. 항상 남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사람은 불확실한 미래의 거친 세상에 능동적으로 적응하지 못해 긴 인생에서 실패한다. 부모의 지나친 맹목적인 사랑에 의한 사교육 만능은 자식을 망치게 한다. 자기주도 학습만이 창의력과 문제해결력을 길러 앞날을 보장해준다.

2천5백 년 전, 공자의 교육방법 4가지는 계발교육, 개성교육, 문답교육, 인격교육이었으며, 소크라테스는 학생들에게 지식을 억지로 주입하지 않고 질문과 대화를 통해 생각을 이끌어내는 산파법으로 교육하였다. 21세기 지식사회에 살고 있는 우리들은 자연의 이치와 교육원리에 맞지 않은 부끄러운 교육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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