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천사의 식탁을 본 후
쵸코쿠키에서 진흙 냄새가 난다
진흙 과자를 먹는 아이들이
구호 물품처럼 포개 앉아 구원받을 순간을 기다린다
핑크빛 소파에 반쯤 누워 영화를 봤을 뿐인데
진흙 과자를 든 내가 tv속에서 걸어 나온다
어두워지는 시간이 돌멩이의 차가운 심장에 닿을 때까지
한 조각의 진흙 쿠키를 구우려면
아이가 그린 지구 그림이 얼마나 지워져야 하나
한 사흘쯤 그늘에서 졸고 나면
뱃속에서 들리던 헐렁한 물소리도 말라붙는다고
지구의 언어로 말하지 못한 아이들의 담장이
어제보다 단단해진다
◇박영선= 2020년 <발견> 등단. 시집『여기 잠깐만 앉았다 가면 안돼요』 <화성작가회의> 동인. <해시 문학회> 동인.
<해설> 읽자마자 가슴이 아프다. 배 속에서 들리던 헐렁한 물소리도 말라 버린 아이는 지금 지구를 그릴 힘도 없겠다. 그런 지구라는 한 덩어리 속에 우린 자신의 배를 불려가며 그나마 그럭저럭 살고 있다. 아마도 시인은 쵸코가 박힌 쿠키를 마주하면서 진흙 쿠키를 연상한다. 실제로 우리의 역사 속 조상들이 전쟁으로 인한 기아에 시달릴 때 진흙을 구워 먹었다는 기록이 있다. 흙 속에 목숨을 유지할 만한 영양분이 있을 리는 만무하지만, 지구의 언어로 말하지 못하는 아이들의 담장은 어제보다 단단해진다는 그것은 얼마나 서럽고 비 인류애적 인가를 시인은 “쵸코쿠키”라는 매개물로 슬며시 알려주고 있다. -박윤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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