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서아트센터 뮤지컬 ‘월곡’, 지역 의병 우배선 장군 활약에 민초 비중 높여 ‘진한 여운’
달서아트센터 뮤지컬 ‘월곡’, 지역 의병 우배선 장군 활약에 민초 비중 높여 ‘진한 여운’
  • 황인옥
  • 승인 2023.11.07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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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체 제작 뮤지컬
기획단계서 민초 결기 부각 초점
비슬산 바위 등 역사적 고증 재현
스토리·음악 등 매년 완성도 높여
대중성 확보 타지역 초청 잇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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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월곡’ 공연모습.

잔뜩 기대하고 갔는데 실망하는 공연이 있는가 하면, 별 기대 없이 객석에 앉았는데 긴 여운으로 다가오는 콘텐츠가 있다. 지난 3일과 4일, 양일에 걸쳐 무대에 오른 뮤지컬 ‘월곡’은 예상을 뛰어넘는 감동을 선사하며 역사물에 덧씌워진 선입견을 불식시켰다. ‘월곡’은 임진왜란 때의 대표 의병장인 ‘월곡 우배선 장군’을 주인공으로 달서아트센터(이하 달서)가 창작한 뮤지컬이다. 이날 공연에선 역사적인 인물에 대한 우상화라는 상투적인 공식을 가볍게 뛰어넘으며 진한 여운으로 아울렀다.

역사적인 인물과 사건을 다룬 뮤지컬 ‘월곡’이 관객들의 호응을 얻은 비결은 우배선 장군의 영웅담만 부각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월곡’에선 민초들의 비중을 우배선 장군만큼 할애하며 민초들의 애잔하면서도 영웅적인 서사에도 관심을 기울였다. 이번 뮤지컬의 전반을 이끈 이성욱 달서아트센터 관장은 “역사적인 자료에 의하면 우배선 장군은 왜적과 싸워서 백전백승을 기록한 영웅이었다”고 했다.

달서아트센터 이성욱 관장
달서아트센터 이성욱 관장

 

이 관장은 기획 단계부터 임진왜란의 영웅들이었던 민초들에 주목했다. “과연 외세의 침입에 맞섰던 의병들은 어떤 생각으로 목숨을 바쳐 왜군과 싸웠을까?”하는 의문을 가졌고, 그 의문을 ‘월곡’의 중심축으로 삼았다. 우배선 장군과 함께 극을 이끌어 가는 중심인물인 젊은 노비 2명의 캐릭터는 그의 문제의식으로부터 탄생했다. 민초들의 충천한 결기 이면에 ‘소중한 사람을 지키겠다’는 절박함이 있었다는 판단이 있었다.

그가 “민초들은 지배계급처럼 대단한 호국정신으로 외세에 맞섰을까 의문을 품었다”고 했다. “민초들에게는 나라보다 자신의 가족을 지키는 것이 더 절실했을 겁니다. 그 일념이 결국 나라를 지키는 결과로 연결됐던 것이죠. ‘월곡’은 임진왜란 당시 민초들의 혼란스러움과 끈끈한 가족사랑을 중심으로 진행했어요.”

달서구의 역사를 소재로 한 만큼 철저하게 역사적인 고증을 거쳤다. 월곡역사박물관에 소장된 보물 1334호인 ‘화원우배선의병진국공책’의 내용에 근거했다. 무대 세트도 의병장 우배선 장군의 주요 활동지였던 비슬산 바윗덩어리들을 재현해 당시 의병들과 민초들이 전쟁으로 겪었던 고난과 역경을 대중들의 눈높이에 맞게 형상화했다. “전투 장면과 안무에 충분히 투자해 웅장하고 역동적인 무대를 완성할 수 있었어요. 관객들의 몰입도를 높이는 또 하나의 역할을 한 것이죠.”

뮤지컬 ‘월곡’은 달서 지역의 영웅인 월곡 우배선 장군과 그와 함께 백전백승을 기록한 의병을 주인공으로 한 대구 달서구의 콘텐츠다. 잘만 만들면 달서아트센터 대표 레퍼토리이자 대구 달서구만의 독창적인 문화 브랜드로 거듭날 수 있는 기획이지만, 소재가 상투적이고 ‘역사물은 재미없다’는 선입견을 불식시키는 것은 선결과제였다. 이 관장은 “‘역사적인 인물’이라도 어떻게 가공하느냐에 따라 감동과 재미를 동시에 선사할 수 있다”는 판단으로 해결책을 찾았다.

기획 단계부터 ‘월곡’은 달서아트센터 브랜드 공연에 방점을 찍었기에 적은 예산이지만 수정과 보완을 거듭하며 완성도를 높여왔다. 여기에 대중의 눈높이에 맞는 음악과 편안한 전개를 통한 대중성 확보에도 역량을 할애했다. 그 결과 ‘월곡’은 단발성 공연에서 벗어나 달서아트센터 브랜드 공연으로 자리매김하고 있고, 타 지역으로부터의 공연 초청도 시작됐다. 오는 12월에 경북 김천시문화예술회관 초청 투어 공연이 예정돼 있으며, 향후 초청을 타진하는 공연장과도 협의 중에 있다. 달서구 관내 소재하는 학교에서의 관람 문의도 잇따랐다.

“관객들이 부담없이 공연을 관람하고, 감동을 받을 수 있는 작품을 만들고자 했어요. 저희의 노력으로 관객들이 공감해 주셔서 너무 기쁩니다. 여기서 만족하지 않고 더 성장하기 위해 매년 완성도를 높여갈 것입니다.”

뮤지컬 ‘월곡’이 이제 성장을 위한 초석을 놓은 상태지만, 브랜드 공연으로 정착하는데 절반의 성공은 거둔 셈이다. 대구의 콘텐츠 발굴과 공연장 자체 뮤지컬 제작이라는 두 가지 과제를 성공적으로 완수할 수 있었던 요인은 작품성과 대중성이었다. 달서아트센터는 2년여의 제작 기간을 확보하고, 매년 수정과 보완을 거치며 완성도를 높여왔다.

대중성은 음악적인 요소들에서 짙게 배어난다. 뮤지컬 넌버들을 대중들의 귀에 익숙한 대중가요의 정서로 작곡했다. 외세에 맞서 나라와 가족을 지키고자 했던 영웅들의 심리를 애잔하고도 결기 있는 음악으로 표현했다.

사실적인 근거와 상상을 더한 ‘월곡’의 지난 3년의 여정은 숨이 가빴다. 2020년 달서아트센터 청룡홀에서의 리딩곡 공연 이후, 2021년 완성작으로 초연했다. 지난해는 제16회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 특별공연 초청작으로 참가해 공연 전문가들과 관객들의 호평을 받았다. 특히 지역 민영 방송 TBC와 공동 주최로 공연 실황 녹화를 통해 지상파 프로그램에 편성하는 기획으로 확장력도 높였다.

“지역에서 만든 역사물도 재중적인 성공을 거둘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었는데, ‘월곡’이 가능성을 입증한 것 같아 보람을 느낍니다.”

‘월곡’은 순수 대구 달서구 제작 뮤지컬이다. 월곡역의 김성민을 제외하면 출연진과 제작진은 모두 대구의 인력 자원으로 꾸려졌다. “공립극장이 지녀야 할 가장 중요한 기능 중 하나가 자체적인 콘텐츠 제작 능력”이라는 소신 아래 “지역 역사를 소재로 한 문화예술 브랜드 개발”을 시도한 이 관장은 월곡 기획 단계부터 대구산 뮤지컬을 염두에 두고 사업을 추진했다. 뮤지컬 ‘월곡’에는 그야말로 대구의 인재들로 채워져 있다. 이성욱 관장이 제작총괄을 맡고, 손수민이 극본을, 진주백이 작곡과 음악감독, 장혜린 안무와 연출, 황새미 제작감독을 맡았다. 박명선, 김채이, 이민주, 정아름, 윤도현, 이영찬, 최봉건, 송은정, 석민호, 정성웅, 강영은 등의 배우가 무대를 달궜다.

지역의 인물을 소재로 했지만 임진왜란과 의병이라는 소재는 지역성을 넘어선다는 것도 ‘월곡’의 강점이다. “‘월곡’은 지역을 넘어 전국 어디서나 공감할 수 있는 확장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외세의 침략에 항거한 역사는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타 국가에서도 있어왔던 일이니까요.”

그는 “계속해서 버전업이 진행된다”고 귀띔했다. “대구 달서구가 만든 ‘월곡’이 대구를 넘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뮤지컬 중 하나로 거듭날 수 있도록 계속해서 완성도를 높여갈 것입니다. 그것이 달서구의 자부심을 높이고 대구 뮤지컬을 성장시키는 길이라고 믿습니다.”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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