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공시론> 가을운동회 소고
<팔공시론> 가을운동회 소고
  • 승인 2011.09.14 13:34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동규 대구중리초등학교 교장

가을운동회의 명칭을 `중리어울마당’으로 정했다. 학생, 학부모, 교사, 내빈이 함께 즐기는 운동으로 기획하여 추석 며칠 전에 실시했다.

기간이 짧아 연습 시간도 없었다. 옛날처럼 교육과정도 파행 운영할 수 없었다. 가르치고 배운 것을 그대로 표현하여 어린이들의 자랑을 뽐내기로 하였다. 모두가 `최선을 다하자.’고 격려하면서 실시한 운동회였다. 맑은 가을하늘 아래 어린이들은 부모님이 보는 앞에서 달리는 것만 해도 즐거워 최선을 다했다.

유치원 어린이들의 `엄마와 함께 춤을’에서는 유아·학부모가 함께하는 무용인데 4살 난 유아의 엄마는 혼자만 따로 너무 열심히 하여 박수를 받았다. 그리고 퇴장 때 역시 4살짜리 아이는 그대로 혼자 두고 퇴장하는 바람에 여러 관중의 웃음을 자아내기도 하였다.

1학년의 `달팽이집을’에서는 넓은 운동장에 너무나 적은 수의 36명이 옹기종기 모여서 작은달팽이 모양을 한 모습은 자못 인상적이었다. 3학년의 `하늘처럼 구름처럼’ 표현무용은 모둠별로 학생들의 자율적인 구성이나 연기모습이 돋보였다. 중간에 방송멘트로 하늘의 구름이 어떻게 생성되는 것인가를 자세히 설명하여 구경하는 모든 사람이 고개를 끄덕였다.

5학년의 `나는 축구왕 슛돌이!’와 6학년의 `내가 토스왕!’은 평소의 체육시간에 익힌 내용들이지만 창의성이 돋보였다. 삼(대마)으로 꼬아서 만들었다던 긴 줄이 5,6학년들의 줄다리기에서는 세 번의 경기에서도 끄떡없이 괜찮았었는데, 학부모님의 줄다리기에서는 굵은 줄이 끊어지는 아찔한 순간도 있었다. 다행히 다친 사람도 없었고, 훌훌 털고 일어서는 학부모님들의 모습에 너무 송구스럽고 죄송스러웠다.

역시 운동회의 백미는 청백계주였고, 마지막 전체 줄넘기에서 승부가 결정되도록 프로그램을 나름대로 편성한 것은 돋보이는 내용이었다. 오전 프로그램으로 운동회를 깔끔하게 끝마쳤다. 학교 급식을 하고 오후엔 뒷정리를 한 후 간단한 평가를 하였다. 40여 년간 운동회를 보거나 직접 지도한 나에겐 조금은 아쉬운 점도 있었다. 응원의 3·3·7박수가 점차 없어지고, 기차 박수가 사라지는 모습은 조금은 안타깝다. 그저 아이들이 외치는 소리는 “청군 이겨라!, 백군 이겨라!”가 전부다.

내년엔 신나는 응원부터 연습을 시켜서 분위기를 한껏 돋워 보고 싶다. “하나 둘 셋, 짝짝짝, 이겨라! 이겨라! 우리○○이겨라!.” 목청 터져라하고 외치는 운동회를 말이다. 또 모두가 앞 사람의 어깨에 두 손을 얹고 기차가 가듯이 “짝--짝-짝짝짝”하고 연결하는 동작의 율동을 하면서 즐거움을 나누는 기차박수를 말이다. 그리고 학생들이 제일 좋아하는 달리기는 엄마나 아빠가 함께 손잡고 뛰게 하거나 다리를 꼭꼭 묶어서 달리게 하고 싶다.

그리고 학교 둘레의 공터엔 코스모스를 비롯한 과꽃, 도라지꽃의 씨앗을 되도록이면 많이 뿌려야겠다. 축제 분위기를 띄워서 정말로 흥이 나 엉덩이를 들썩이고 어깨를 움찔움찔하는 모두의 가을운동회 축제를 만들어 보고 싶다. 농악은 필수로 선택하고 `얼쑤덜쑤’ 춤추는 분위기를 만들어 진짜의 `어울마당’을 만들고 싶다.

차전놀이, 놋다리밟기, 강강술래, 고지탈환, 꾸미기 체조, 곤봉체조, 막대체조, 부채춤, 훌라후프, 포크댄스, 가장행렬, 리듬체조 등의 경기는 평소에 조금씩 연습하여 어울마당에 올려 흥을 돋우고 재미를 보태고 싶다.

이번에 이웃의 여러 학교에서 교장 교감선생님들이 축하 겸 격려차 오셨다. 귀한 손님들이라 폐회식 때 일일이 학생들에게 소개를 하고 힘찬 박수를 치도록 하였다. 그리고 시나리오에도 없는 즉흥적인 방법으로 대구달서초등학교 김덕조 교장선생님에게 총평을 부탁 하였다. “대구중리초등학교의 오늘 운동회는 최고입니다. 질서도 잘 지키고 응원도, 운동경기도 너무 너무 잘해서 대구에서는 최고입니다.”하여 학생들의 우레 같은 박수를 받았다. 본교 교장의 칭찬 한 마디보다도 몇 배의 교육적 효과가 있을 것이다.

운동회는 중요한 학교행사이며 어린이들이 평소의 학습결과를 학부모와 일반인 앞에서 연출하여 자랑하고 뽐내는 자리이다. 모두가 참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승리가 목적이 아니며 기록갱신이 목표가 아니다. 어울 마당 가을운동회는 어린이들에겐 자주성, 협력, 책임, 배려, 나눔을 몸에 익히게 하는 운동회가 되리라.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대구, 아00442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많이 본 기사
영상뉴스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