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밤에 찾아온 불청객이
시퍼렇게 대숲을 닥달한다
가위눌린 비명소리
두려움으로 요동치는 겨울 숲
검은 하늘이 사정없이 쏟아내는
거대한 무게에 눌려
대숲은 허리를 접어
가장 낮은 자세로 웅크린다
눈발은 그칠 기미조차 없는 밤
눈보라 피해 대숲에 깃든
끼니 굶은 참새 가족은
허름한 보금자리마저
무너질까 걱정되어 부실한 깃털
두려움으로 소름 돋는다
그나마 함께 있어 삭막하지 않은 겨울 숲
시련의 끝을 기다리며 배고픔을 참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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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9년 충남 천안 출생, 부산예술대학 문예창작과 졸업, 부산문인협회, 부산수필 문인협회, 여성수필문인협회, 강서문학회 회원
해설)저축을 할 줄 모르는 작은 날짐승에게 겨울은 혹독하다. 더구나 눈마저 쏟아져 산하를 하얗게 덮어버리면 며칠을 쫄쫄 굶으며 웅크려야 한다. 매서운 겨울이 두려운 존재가 어디 새들 뿐이랴. 공원 벤치 위에 떨고 있는 노숙자들에게도 봄은 언제쯤 오는 걸까.
-해설:서태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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