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공시론>프로야구 한국시리즈의 유감
<팔공시론>프로야구 한국시리즈의 유감
  • 승인 2011.10.27 13:38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학로 논설위원

2011년 프로야구 한국시리즈가 시작되었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삼성과 SK가 한국시리즈에서 만났다. 올 해는 삼성이 정규시즌을 우승한 결과 바로 한국시리즈로 직행하였다는 점이 다르다.
다시 만난 두 팀의 대결은 흥미로웠다. 작년에 삼성이 4게임 연속 패하면서 SK에게 무기력하게 시리즈를 넘겨주었던 기억 때문이다. 양 팀 감독이 모두 신임감독인데다 류중일 삼성감독이나 이만수 SK감독대행이 같은 대구 삼성 출신이다 보니 감독간의 대결에도 관심이 높았다.

삼성팬이나 SK팬이나 모두 팽팽한 대결을 예상했다. 하지만 대구에서 벌어진 초반 두 게임을 삼성이 싹쓸이 하면서 싱겁게 끝나버렸다. 그동안 두 팀이 뽑아낸 점수는 삼성이 4점이고 SK는 단 1점뿐이다. 차우찬과 오승환을 앞세운 삼성의 막강 투수진 앞에 SK타자들은 17개의 삼진을 당하였다. 역대 시리즈 최다 탈삼진 기록이었다.

한국시리즈의 7게임 중 절반도 치르지 않았는데 벌써 최종 승리 팀은 삼성이 될 거라고 한다. 처음 두 게임을 이긴 팀이 승리할 확률이 90%가 넘는다는 것이다. SK가 초반에 2패하고도 4연승 한 적이 있기 때문에 기대해보자고 하는 이야기도 있다. 하지만 올해는 그것도 쉽지 않아 보인다.
SK가 홈으로 돌아가 극적인 반격을 시작하지 않는 한 싱겁게 끝날 가능성이 높다. 삼성팬들로서는 즐거운 일이겠지만 남은 경기에 대한 흥미가 그만큼 떨어진다는 것은 사실이다. 가장 재미있어야 할 가을 야구가 재미없게 되어 버렸다. 1년 동안 기다려온 프로야구 팬들의 입장에서는 아쉬운 일이다. 30년 된 한국 프로야구이라지만 가을 야구는 늘 아쉬움을 느끼게 한다. 왜 일까? 경기방식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프로야구 가을 시리즈의 주인공은 선수들이다. 적어도 4위 안에 들어온 팀의 선수들은 주인공이라고 해야 한다. 올해는 삼성이 우승하고 롯데가 준우승하였고 SK와 KIA가 그 뒤를 이었다. 어느 팀 할 것 없이 이번 가을 야구에 오기까지 힘든 과정이었다. 그것은 4위 KIA건 1위 삼성이건 마찬가지였다. 유독 날씨 덕을 보지 못한 KIA는 다른 팀에 비해 10여 경기를 미리 치르면서 시즌 후반기 내내 부상과 싸워야 했다.

SK는 시즌 도중에 감독이 교체되는 혼란 속에 이만수 감독대행이 급히 팀을 추슬러 겨우 3위를 지켰다. 그렇지만 SK는 준플레이오프에서 KIA에 3승 1패로 승리했다. 4차례의 경기에서 4점만을 내주고 17점을 뽑아내었다. SK는 시즌을 끝내고 바로 시작된 가을 야구였지만 절정의 컨디션으로 플레이오프전을 맞이한 것이다.

플레이오프에서 만난 SK와 롯데의 대결은 1차전부터 명승부 그 자체였다. 비록 SK가 3승 2패로 승리했다고 하지만 얻은 점수가 18점이고 잃은 점수가 17점이었으니 박빙의 멋진 대결이었다고 할 수 있다. 사직구장의 롯데 팬들의 아쉬움은 그 어느 팀의 팬들 보다 더 했다. 얼마를 기다렸던 가을 리그였던가? 올해 롯데의 활약이 그 어느 해보다 더 놀라왔기 때문이다.

롯데를 넘은 SK는 삼성을 만났다. 20일 동안 휴식을 취하고 있던 삼성은 최고의 컨디션을 유지하고 기다렸다. SK도 최선을 다했지만 결과는 2연패였다. SK선수들과 함께 이만수 감독대행으로서도 대구 경기가 아쉬웠을 것이다. 승부를 떠나 팬들 앞에서 멋진 승부를 펼치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SK선수들은 정규시즌 133게임을 치르고 난 뒤 바로 이어서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 9게임을 치르면서 지칠 대로 지쳐있었다.

지금의 한국시리즈 진행 방식은 마치 대학 수능시험과 같다. 지나치게 1등 중심이다. 그것이 흥미를 떨어뜨리는 원인의 하나이다. 양대 리그 제도로 가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우선 토너먼트 방식이라도 도입해야겠다. 즉 1위-4위 팀과 2위-3위 팀의 대결을 거쳐 최종 우승을 다투는 방식을 말한다. 지금의 3단계가 아니라 2단계로 줄여 4위 팀 이상의 선수들은 모두 가을 야구를 즐기도록 하자는 것이다.

가을 야구의 꽃이 되어야 할 선수들은 불합리한 게임 방식에 이미 지쳐있다. 올해는 SK라지만 지난해는 삼성이 그랬다. 천신만고 끝에 올라온 한국시리즈에서 멋진 명승부를 펼치도록 하기 위해서는 그들에게 숨 돌릴 틈을 주어야 한다. 초록 그라운드를 가르는 경쾌한 타구와 멋진 수비를 기대한다면 또 파란 하늘로 솟아오르는 멋진 홈런을 기대한다면 그들에게 기회를 주어야 한다. 플레이오프가 아니라 한국시리즈에서 최고의 플레이를 보고 싶은 것이다.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대구, 아00442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많이 본 기사
영상뉴스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