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산문화회관, 최수남 '허물을 벗다'전
봉산문화회관, 최수남 '허물을 벗다'전
  • 황인옥
  • 승인 2012.04.15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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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봉산문화회관 전시공모 선정작을 전시하는 ‘2012 유리상자-아트스타’ Ver2.의 두 번째 주인공은 한국화를 전공한 최수남 작가의 설치작품 ‘허물을 벗다’展이다. 전시는 오는 28일부터 내달 4일까지 봉산문화회관 2층 아트스페이스관.

이 작품은 언뜻 보면 트라우마에 대한 이야기인 듯 보이지만 실상은 ‘치유’와 ‘내면의 확장’에 관한 이야기다. 자신의 존재 가치와 실존적 의미를 묻는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작가 스스로의 수련과 자기암시, 마침내 도달하게 되는 마음의 정화 상태의 과정을 표현하고 있다.

전시는 7미터 높이의 천정, 검은색 천이 싸인 바닥, 사방이 유리로 구성된 유리상자 공간 안에 카타르시스를 상징하는 ‘인물좌상’ 등으로 구성돼 있다.

가슴 중앙에 머리 크기의 구멍이 뚫려있는 무릎을 꿇고 수련하는 자세의 회색 인물좌상은 사람의 윤곽만 갖춘 2미터 높이의 단순한 형상으로, 투명 아크릴 박스 기단 위에 놓여 있다.

투명한 기단 아래쪽에는 흙과 자연석을 상정해 복잡해진 내면을 환기시키는 기제로 활용하고 있다. 인물좌상의 머리 위에는 갈색을 위로하고 아래쪽을 흰색으로 한 15개의 단층이 이어진 얇은 천 구조가 천장까지 닿아 있다.

이 설치물은 어린 시절부터 현재까지의 성장과정에서 생겨난 상처의 허물들을 상징하며, 현실과 꿈, 상처와 치유 등의 삶의 과정들이 겹겹이 새겨진 인간 생의 스펙트럼의 표현이다.

유리상자 속 작품의 낮 시간대와 밤 시간대에 비춰지는 의미가 서로 상반되는 점은 이 작품이 주는 유머이자 흥미거리다.

살아오면서 탐구한 자기 내면의 안타까움과 성찰, 수다, 고백의 서술이 이 작품의 낮 시간대가 주는 의미라면 어둠속에서 유독 혼자만 환한 조명을 받고 있는 중앙의 인물좌상과 인물좌상의 상부부터 천장까지 세로로 전개해놓은 5미터 높이의 연한 색기둥은 ‘환희’와 ‘정화’를 상징한다. 밤과 낮의 상반된 두 얼굴은 내면의 자아를 성찰하고 ‘비워내기’를 통해 안정되어가는 작가 자신의 거울이었던 것이다.

가운데 인물좌상의 주위 바닥에 놓인 9개의 덩어리는 인간을 둘러싼 세계의 모습이자, 타자로 대상화된 또 다른 인간 자신을 의미한다. 자괴감, 실패, 자유의 갈망, 꿈의 상실, 구속, 욕망, 현실로부터의 탈피 등 갖가지 안타까움과 감성의 은유를 인간의 웅크린 모습으로 형상화하고 있다.

작가에게 ‘허물을 벗다’는 나비의 허물벗는 이야기가 아니다. 상실 또한 아니다. 작가에서 ‘허물’은 지속적으로 내면에 집중하고 확장하는 과정을 통해 성장해가는 자신의 자아에 대한 이야기며, 내면에 불안한 흔들림으로 인한 상처들을 비워냄으로 치유하는 치유의 여정이다. (053) 661-30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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